▲<케이팝 데몬 헌터스>, 기념 촬영중인 관객작은 포스터 외에 사진 촬영을 위한 세트나 팝업 스토어가 없어 많은 관객들이 아쉬워 했다.
장소영
내 곁에 앉은 어린 자녀 둘을 동반한 엄마분은 영화가 끝나자,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를 느낀다. 영화관은 이런 곳이어야 하지 않냐'고 만족해했다. 그동안 영화관 에티켓을 지키느라 아이들에게 늘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줬는데, 오늘은 가족 모두가 자유로웠고, 싱어롱 상영을 여러 번 다녔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기(Fever)를 오랜만에 느꼈다고 한다.
앞쪽 중간 통로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춤을 따라 추려는 아이들이 뛰어나왔고, 뒷자리 두어 줄은 젊은 층 MZ들의 스탠딩 석이 되었다. 처음엔 앉아서 들썩이던 이들이 중반 이후에 서서 뛰기 시작하자 앞쪽의 내 좌석까지 리듬을 타고 흔들거렸다.
"진우, 가지 마" 진짜 아이돌 대하는 듯한 반응들
춤과 떼창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 번 넷플릭스를 보고 와서인지 대사를 통째 따라하는 이들도 많았고, 장면, 장면마다 놀랍도록 적극적으로 반응해 영화가 상영되는 한 시간 반 동안 조용할 틈이 없었다.
내 곁의 젊은 청년 둘은 주인공 진우가 희생하는 장면이 점점 다가오자 미리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진우, 가지 마, 이건 아니야, 안돼!" 하는 비명소리로 영화관이 떠나 갈 듯 했다. 나를 비롯한 부모 세대 관객은 남자 주인공인 진우가 나타날 때마다 진짜 활동하는 아이돌 스타 대하듯 하는 그들의 반응에 폭소를 터뜨렸다. 진우의 팬클럽이 단체 관람을 온 것 같았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Justice for Jin Woo! (진우를 위한 정의구현)"
영화관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엄마를 따라 영화관에서 <벤허>를 본 적이 있다. 벤허의 마차 경주보다, 단체 관람을 왔던 교복 입은 여고생 언니들 구경이 더 재미있었다. <케데헌> 주인공 진우의 모습에 뜨겁게 반응하는 MZ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내 곁의 아이 엄마 말처럼,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과몰입과 뜨거운 반응을 나도 오랜만에 느꼈다. 자막을 따라 '떼창'을 부르다 보니 거대한 노래방에 들어온 기분도 들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누군가 '제작팀이 황금을 캤네(struck Gold)'하며 지나간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케데헨>의 맞수는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강력하다고들 한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미국 최고의 음악팀과 세계적인 팝가수,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이니 아마 2편도 빼어날 것이다. 그러나 수년간 뮤지컬을 통해 불려진 노래를 노래 잘하는 가수가 부른 OST보다, K-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창작되어 미 전역에 '떼창'으로 불려진 <케데헌>의 노래에 오스카 회원들의 마음이 기울길 은근히 바라본다. <케데헌>이 오스카라는 황금까지 꼭 캐내길 응원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상영, 열띤 반응엔딩곡에 맞춰 댄스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린이들과 관객들장소영
한 네티즌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D사는 '우리가 만들었으니 모두들 이 노래를 따라 부를테지'라는 오만함이 베어 있는 반면(대중이 따라 부를 노래만 만든다), <케데헌>의 노래들은 정성을 다해 캐릭터의 인생을 담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반영된 노래(natural song)'라 더 와닿는단다.
20대의 아들은, 영화 후반부 남산 타워와 서울이 비춰지는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한다. 일 년쯤 전에 서울에 다녀왔던 아들은 그 장면을 보며 '서울이 이쁘다'는 마음이 들면서 그런 이쁜 풍경화를 넣어준 제작진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고. 6개월 젖먹이로 미국에 와 이민 1.5세로 자란 아들이 남다른 감정이 들었나 보다.
다음 주면 미국도 여름 방학이 끝난다. <케데헌>은 우리 가족에게 여름 방학 마지막 이벤트였다. 그런데 왠지,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또 다른 <케데헌> 이벤트를 만들어 갈 것 같다. 개학하자마자 시작되는 학교 '홈 커밍데이' 주간에 운동장에서 울려 퍼질 미국 고등학생들의 '골든' 떼창이 벌써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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