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로제타> 공연 사진
옐로밤
존엄한 인간들의 이야기
다만 김정한 연출가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로제타는 분명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연극 <로제타>에서는 교훈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시도를 발견하기 어렵다. 로제타의 삶을 온전히 따라가는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살며 로제타와 스쳐간 많은 사람들에게서 존엄한 인간 서사를 길어낸다.
극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페이스로 함께 달려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이 든 사람의 정제된 달리기, 지체장애인의 힘겨운 걸음, 시각장애인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기어가는 아기의 전진 등. 배우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저만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을 묘사하는데, 이 장면에서는 저절로 경외심이 느껴진다. 존엄한 인간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존엄하게 살아가는 인간이 타인을 존엄하게 대하는 모습 역시 극에 등장한다. 시각장애인과 대화할 때 눈을 감고 세계를 공유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때는 무대와 객석이 모두 암전되기도 하는데, 덕분에 관객도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그 순간 관객은 오직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느낄 수 있고, 그 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이처럼 <로제타>에는 숭고함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다양한 기법을 시도한다. 김정한 연출가는 공연 시작에 앞서 "연극은 관람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연극의 실험을 즐기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한편 8월 30일에는 공연 종료 후 연출가와 배우 전원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을 마친 후에는 9월 5~6일 부산 영화의 전당 무대에 오르고, 27~28일에는 일본 돗토리현에서 개최되는 베세토 페스티벌에 초청작으로 참여한다.
▲연극 <로제타> 공연 사진옐로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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