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
찬란
무대의 밝은 부분만 담는 다른 공연 영화나 콘서트 실황과는 다르게 <스탑 메이킹 센스>의 카메라는 '그냥 거기에 있다'. 몇 열, 몇 번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고정된 카메라 6대는 실제 관객의 시선을 닮았다. 무대 장치가 들어오고, 밴드 멤버들이 등장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실제 공연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다. 스태프가 들어와 마이크를 설치하거나, 본격적인 공연 전에 악기를 조율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다 노래가 시작되면 관객과 가수 모두 '돌입'한다.
이건 영화의 '액션'과도 닮았다. 다만 토킹 헤즈의 무대는 돌입하기 이전과 돌입한 이후의 경계가 모호하다. 프론트맨이 노래를 하는 중에 스태프들과 멤버들이 들어온다. 이런 무대 구성을 담는 카메라는 무대만 끊어지듯 나열되는 여타 공연 실황과는 다르게 연속성을 획득한다. 이 연속성,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영화관의 관객을 실제 공연장으로 데려간다. 인터뷰나 백스테이지를 담지 않고도 <스탑 메이킹 센스>가 현장감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방법이다.
<양들의 침묵>의 조너선 드미가 연출하고, <블레이드 러너>의 촬영 감독 조던 크로넌웨스가 찍은 이 영화는 카메라의 존재감이 약하다. 유명한 감독과 촬영 감독이 찍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처음엔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더 영화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찍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대를 관조함으로써 현장감을 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단순함이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카메라의 시선이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밴드 명인 '토킹 헤즈'는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텔레비전 화면 가득 잡는 1인 샷을 칭하는 말이다. 그 말의 뜻대로 카메라는 종종 밴드 멤버들의 얼굴을 가까이 비춘다. 관조에서 벗어난 이런 움직임은 고정된 카메라 사이에 낯선 감각을 끼워 넣는다.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들은 순간적으로 인위적인 시선을 공유 받으며 실제 공연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을 목격한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가까이서 바라보는 프론트맨 데이비드 번의 얼굴, 무아지경의 연주에 등판이 모두 젖어버린 드럼 연주자의 옷같은 것들 말이다. 관조의 시선과 적절히 균형을 맞춘 핸드헬드, 스테디 카메라는 <스탑 메이킹 센스>가 영화라는 걸 증명한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붕 뜬 음악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
찬란
이제 음악으로 가보자. 주술에 가까운 춤과 에어로빅적 움직임, 다음을 예상할 수 없는 보컬과 멜로디는 보는 이를 긴장시켰다가 단숨에 이완하게 만든다. 번쩍번쩍 뛰어다니는 프론트맨과 우스울 정도로 커다란 옷, 정확히 코드를 짚어내며 계속 재간을 부리는 발들은 묘한 인상을 준다. 완전히 미친 것 같지만, 음악 자체는 극단으로 치닫기 보다는 붕 떠있는 느낌이다. 재기발랄함 안에는 청춘 특유의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있지만, 그걸 애써 부정하듯 토킹 헤즈 멤버들은 미친 듯이 몸을 흔든다.
관객들은 차분한 뮤트톤의 의상으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데이비드 번을 보며 해방감을 느낀다. 삐쩍 마른 프론트맨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보며, 안정되지 않은 코드가 뒤섞이는 걸 들으며 불안감과 함께 기묘한 편안함과 즐거움을 경험한다. 무대 위에서 두 발바닥을 붙이지 않고 스텝을 밟거나 뛰어다니는 토킹 헤즈 멤버들처럼 그들의 음악과 무대는 붕 뜬 상태로 불안 사이를 유유히 부유한다.
▲영화 '스탑 메이킹 센스'찬란
토킹 헤즈를 몰라도 이 영화를 보러 가야 하는 이유는 이 우스꽝스러운 의상에 있다. 데이비드 번이 "자신의 머리를 더 작아 보이게 만드는" 게 목표였던 이 아이코닉한 의상에는 그의 신념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음악은 굉장히 신체적인 것이고, 종종 머리보다 몸이 먼저 이해한다"고 했다. 토킹 헤즈의 음악은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정보가 거의 필요 없다. 엄청난 크기의 오버사이즈 슈트처럼 당신의 몸이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며 움직일 것이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고문'이라는 영화 답게, 저절로 움직이는 몸을 자유롭게 풀어둘 수 있는 특별 상영도 운영하고 있다. 맥주와 함께 스탠딩으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비어롱 스탠딩 상영회', 같이 춤을 추며 볼 수 있는 '댄스어롱 상영회' 등을 한정 회차로 즐길 수 있다. 토킹 헤즈 문외한임을 두려워하지 말자. 데이비드 번의 오버사이즈 수트의 가르침에 따라 기꺼이 몸을 흔들 준비만 되어 있다면 누구든 그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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