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낙원을 향한 일제강점기 청년들의 몸부림

[안지훈의 뮤지컬 읽기] 창작 뮤지컬 <낙원>

'낙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제강점기를 역동적으로 살아낸 사람들을 그린 뮤지컬 <낙원>이 관객 앞에 첫 선을 보이고 있다. 많은 히트작을 남긴 김정민 작가와 성찬경 작곡가 콤비가 탄생시킨 창작 뮤지컬로, 2021년 창의인재 동반사업 쇼케이스에 선정된 이후 오랜 준비를 거쳐 관객과 만나고 있다.

<낙원>에는 시대를 반영한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다른 무엇보다 가족과 동생을 먼저 생각하는 당대의 여성 '윤에스더' 역에는 송상은·효은·이서영·박새힘, 독립운동가 '이강' 역에는 김대현·신우(B1A4)·한상훈·이진우가 분한다. 에스더의 동생이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여성 '윤삼일'은 이아진·전하영·이정화, 또 한 명의 독립운동가 '김석훈'은 박선영·임태현·정백선, 그리고 목사 '윤베드로'는 원종환·유성재가 각각 연기한다. 공연은 10월 12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드림3관에서 진행된다.

 뮤지컬 <낙원> 공연 사진
뮤지컬 <낙원> 공연 사진(주)이비컴퍼니

저마다의 낙원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일본의 식민 통치가 막바지를 향해 가던 1900년대 중반, 지금의 관객들이야 우리가 1945년에 독립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대 사람들에겐 그저 막연한 미래였을 뿐이다.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애당초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고, 독립을 갈망하는 정도 역시 사람에 따라 달랐던 시기다. 뮤지컬 <낙원>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의 제목이면서 등장인물들 각자가 갈망하는 '낙원'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라기보단 주관적인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관념에 가깝다. 그래서 낙원은 하나가 아니라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조국의 독립을 낙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사랑을 낙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며,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낙원을 갈망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가 꿈꾸는 낙원이 다양한 만큼 누군가는 타인의 낙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낙원이 타인에겐 낙원이 아닐 수 있으며, 때에 따라 지옥일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이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낙원의 수가 많은 것처럼 낙원에 도달하는 방법의 수도 많다. 설령 같은 낙원을 꿈꾼다고 하더라도 그 길이 다를 수 있다.

뮤지컬 <낙원>에서 '이강'과 '김석훈'은 서로 다른 길로 같은 낙원에 도달하려 한다. 두 인물 모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지만, 독립을 이루는 방식과 독립 이후 조국을 바르게 재건하는 방법에서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낸다. 누군가는 소련을 협력자로 생각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미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낙원> 공연 사진
뮤지컬 <낙원> 공연 사진(주)이비컴퍼니

같은 낙원에 도달하기 위한 다른 두 길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을 낙원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상대를 적대시하고 배제한다. 낙원의 의미를, 낙원을 꿈꾸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낙원에 도달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낙원이라는 관념이 현실과 대비되는 만큼, 낙원에 도달한다는 건 곧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실의 문제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 사회와 시대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낙원은 가닿지 못하는 신기루일 수 있다.

<낙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손에 잡히는 낙원을 향해 가기도 하고, 신기루인 낙원을 진짜라고 믿기도 하며, 종교적인 미지의 세계를 향해 결연히 발을 내딛기도 한다. 당연히 낙원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하고, 낙원이라고 생각한 곳이 또 다른 절망적 현실의 공간인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하여 뮤지컬 <낙원>은 꿈꾸고 좌절하기를 반복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갈 동력을 얻기도 하는 인물들을 그려낸 휴먼 드라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속에서 개인을 읽어낼 수 있고,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개인에게서 시대와 사회를 이해할 수도 있다.

 뮤지컬 <낙원> 공연 사진
뮤지컬 <낙원> 공연 사진(주)이비컴퍼니
공연 뮤지컬 낙원 링크아트센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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