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임 스틸 히어> 스틸컷
(주)안다미로
<아임 스틸 히어>는 어두웠던 군부독재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기억의 영화다. 가장의 부재로 무너진 가족을 재건한 한 여성의 투쟁기이자 성장 스토리로 볼 수 있다. 30년 가까이 남편의 귀환을 기다리던 아내이자 엄마는 진실을 위해 투쟁했으나 유니스가 펼친 사회운동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는 그녀의 행적을 기록하는데 할애한다. 역사적 진실을 한 가족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루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기다림을 연료 삼아 삶을 살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유니스는 25년간 브라질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브라질 연방 헌법을 제정한 제헌의회에서 자문 위원으로 활동해 오며 강제 실종 희생자 기록 공개 캠페인과 사망자 인정 법률 제정에도 앞장섰다. 80년대부터는 브라질 원주민 권리와 아마존 보존에 힘쓰며 사회적인 성공도 누렸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1월, 민주주의 체제의 보존, 복원, 강화에 공헌한 개인을 표창하는 '유니스 파이바상'을 제정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유니스에게 사후 '히우 브랑쿠 훈장'을 수여했으며, 아카데미 수상 공을 치하하며 '유니스 파이바 기념우표'도 발행했다.
당시 브라질의 군독재 정권은 고 권력이었다. 불법 체포, 납치, 구금, 강제 연행, 고문 등을 벌였다.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끌려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구성원과 남겨진 가족의 슬픔과 아픔은 계속되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최소한의 기록이자 미래를 향한 발걸음에 영화라는 기록매체가 영향력을 발휘한 셈이다. 영화 속 파이바 가족은 기록하고 모으는 행위를 반복하며 잊지 않는다. 결국 편지, 사진, 영상으로 남겨진 역사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브라질의 역사로 남았다.
행복한 추억이 담긴 집을 떠나는 장면은 브라질 국민 슬픔의 메타포가 된다. 파이바 가족의 집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억압의 시대 진정한 자유의 공간이자 유토피아로 상징된다. 하지만 누구나 드나들었던 집이 한순간에 감옥 같은 공간이 되고, 결국은 쫓겨나게 된다. 파이바 가족은 새 집을 짓어 이사할 날을 꿈꿨지만 루벤스의 실종으로 끝내 이루지 못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군사 정권의 탄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한 기다림과 투쟁의 진정한 승자는 유니스다. 절망과 슬픔이 가득할 때 웃음으로 화답한 강단과 선함은 브라질을 넘어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오랜 투쟁 끝에 1996년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남편의 사망 증명서를 부여받았고, 2012년에는 살해 증거인 DOI-Codi 부서 입소 확인 서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와 현실의 무경계성
▲영화 <아임 스틸 히어> 스틸컷(주)안다미로
실존 인물 유니스 파이바와 배우 페르난다 토레스의 평행이론도 흥미롭다. 두 여성의 꺾을 수 없는 의지는 세상의 변화에 당당히 맞선 성공기 자체다. 먼저 페르난다 토레스는 브라질의 국민 시트콤 크루다. 오랫동안 코믹 연기로 얻은 이미지가 컸기에 월터 살레스 감독에게 배역을 제안받고 부담이 컸다고 한다.
자칫하면 희화화될 수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루벤스 사건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했고 16살이나 어린 실존 인물을 잘 소화해 수 있을지 불투명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개인의 기우와는 달리 변신에 성공하며 여우주연상을 받게 되었다. 인생의 격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유니스처럼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점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노년의 유니스는 페르난다 토레스의 어머니이자 연극계 거장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라는 것이다. 어머니 또한 25년 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고 그 자리에 딸이 서게 됐다.
과거 브라질은 대한민국 역사와 공통점이 있다. 실제와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잊지 못할 기억을 공유한다.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권이 독재하던 어두운 역사를 겪었다. 작년 12월 계엄령이 선포된 우리나라의 상황이 반영된 제목 <계엄령의 기억>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되기도 했다. 원제는 Ainda Estou Aqui(아인다 에스투 아키), 영제 I'm Still Here (아임 스틸 히어)와 같다. 엔딩크레디트에는 파이바 가족의 사진이 수록되어 먹먹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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