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파씨 'Growing Pain pt.1' 트랙리스트
비츠엔터테인먼트
< Growing Pain pt.1 :FREE >는 한국 사회의 Z세대의 정서, 특히 복잡한 정체성 혼란을 힙합이라는 장르적 도구를 통해 발화한 것만 같다. 1번 트랙 'YSSR(Yes Sir)'에서 영파씨는 "세상이 너 진짜 이 길 맞아? 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도 우린 우리만의 방식과 우리만의 색깔로 당당히 대답할 거야"라고 선언한다. 현 세대는 늘 기성세대의 검증에 시달린다. 영파씨는 이들의 승인을 거부하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재구성하겠다는 Z세대적 태도를 음악으로 발현한다.
이러한 태도는 영파씨가 K-pop의 글로벌화 전략과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과 일치한다. 대부분의 K-pop 아티스트들이 영어 가사 비중을 늘리고 서구 시장에 알맞는 팝적인 감성을 만들어내는 멜로디를 채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파씨는 한국어 중심의 서사,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가사를 쓴다. 그들의 글로벌 전략은 단 하나, '최신의 힙합 사운드'를 적극 차용하는 것 정도다.
타이틀곡 'FREESTYLE'도 의미심장한 선택이다. 힙합에서 프리스타일은 미리 준비된 가사 없이 즉흥적으로 랩하는 걸 의미한다. 이는 기성의 질서와 규칙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한다는 영파씨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청개구리 아이돌의 성장통 방향은?
이번 EP는 영파씨가 어린 나이에 활동하는 케이팝 여성 아이돌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성숙한 반항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 앨범들이 기존 힙합사운드의 오마주를 통한 에너지 발산에 의존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다층적인 내면을 음악에 더 많이 각인시키려 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K-pop의 주류 트렌드에 맞서 힙합의 순수성을 고집하는 태도는 장르적 선택을 넘어 회심의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아이돌로서 정통 힙합 사운드를 단순히 스타일링 요소가 아닌 핵심 정체성으로 선택하는 행보 자체는 이례적이다. 영파씨 역시 이러한 독특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위험한 줄타기다. 힙합은 본질적으로 진정성을 중시하는 장르다. 힙합 커뮤니티의 게이트키퍼들은 아이돌이라는 기획된 정체성과 힙합의 자생적 문화 사이의 간극을 지속적으로 지적할 것이다. 영파씨는 이러한 장르 순수주의자들의 까탈스러운 시선과 검증을 받아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압박을 오히려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시킨다. 앨범 제목 자체가 성장통을 명시하듯, 이들은 장르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과 비판을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려 한다. 이는 K-pop 시장에서의 생존법이자 동시에 아티스트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대세 전략에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통해 차별화를 추구하는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EP를 통해 영파씨는 자신들이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것은 '1부'에 불과하다. 과연 영파씨의 성장통은 어떤 결실을 맺게 될까? 청개구리 아이돌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영파씨 'Growing Pain pt.1 : FREE' 앨범 커버비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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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겸 플랫폼 노동자. 음악-영화-책 감상이 유일한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