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독립영화 진흥정책의 방향과 비전' 토론회 현장.
이기헌 의원실 제공
지난 50년간 한국영화와 신진 창작자들 요람 역할을 해 온 서울독립영화제 예산 복구를 두고 영화인들이 장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18일 오전 열린 '새정부 독립영화 진흥정책의 방향과 비전' 토론회에서다. 이기헌, 임오경 더불어민주당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해당 토론회엔 현장에선 영화 관계자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위원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당시 서울독립영화제는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홍역을 치렀다. 2023년 3억 7000만원이던 게 2024년엔 2억 9600만 원으로 줄었다가, 2024년 본회의 의결 과정에서 전체 예산이 사라진 것. 이는 영화제 지원 예산이 반토막(58억 원 ->28억 원) 나는 상황과 맞물려 영화계의 큰 반발을 샀다. 25년도 영화제 지원 예산이 5억 원 증액된 33억 원이 됐지만, 영진위가 직접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와 공동 주최했던 서울독립영화제 사업을 공모 사업으로 돌리면서 파장이 이어졌다.
직후 영화인 및 개인 8000여 명이 항의 연명을 제출했고, 공모 사업 전환에 반발하며 한독협이 참여하지 않는 등 격화 일로였지만, 지난 7월 4일 추가경정예산안에 서울독립영화제 지원으로 명시한 예산 4억 원이 포함되며 한시름 놓게 됐다.
"서울독립영화제, 민관 협력의 가장 모범적 거버넌스 사례"
이같은 경과에 김동현 서독제 프로그램 위원장은 "그간 여러번 영화제 이름이 변경되면서도 서울독립영화제는 민관 협력의 가장 모범적인 거버넌스 사례였다"며 "공공기관의 정책과 사업은 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거버넌스 조직으로써 영화계 현장과 기관의 충분한 협의로 갈 수 있는 사업이 보수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외압 형태로 변화를 겪곤 했다"고 짚었다.
발제자로 나선 모은영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매년 한국 독립영화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며 관객과 창작자의 가교 역할을 해 온 유일무이한 영화제"라 정의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등 민관 협력 거버넌스 기반의 해외 영화제 사례를 소개했다.
모 위원장은 "남미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시와 문화국이 함께 주최하는 영화제가 25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타이베이영화제나 로테르담영화제 또한 시 정부와 주 정부의 공적 기금이 운영 기금의 핵심이다. 이 영화제들 모두 젊은 창작자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 위원장은 "그간 서독제가 부침이 있었지만 일관되게 독립영화를 중심에 둔 창작자들의 놀이터였다"며 "앞으로 그 정체성을 강화하며 제작과 상영을 연결하고, 스토리나 미술 음악 등과 연계한 융합 독립 영화제로 나아가는 동시에 해외 펀드를 국내와 연결할 수 있는 프로듀서 또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이 요원한 극장 및 영화산업에 비해 영화제 관객수는 증가세임을 언급하며 "다양성을 확인하고 희귀한 것을 향유하며 서로 연결을 희망하는 관객들을 참여시켜 함께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추경은 했지만 본질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짚으면서 공모 사업으로 성공한 축제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관에선 많은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공모 사업 전환이 사실상 해당 영화제를 일몰시키기 위한 정치적 공작"이라며 "윤석열은 좌우 구분 없이 거의 모든 거버넌스를 해체시켜 버렸다. 지역문화진흥법에 아예 민간이 참여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된 걸로 아는데 확인해주시길 바란다"고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이 집행위원장은 "(문체부와 영진위가)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좁다. 왜 꼭 독립, 예술을 얘기할 때 돈과 연결짓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돈 버는 산업이 이런 독립예술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이 다 독립예술영화로 시작했다. 그들이 단계적으로 성장한 게 아니라 독창적 미학을 실행해왔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라 말했다.
백재호 한독협 이사장 역시 박정범 감독의 <산다>를 보고 박석영 감독이 <재꽃>에 박명훈 배우를 캐스팅했고, 이후 봉준호 감독이 그 영화를 보고 <기생충>에 박 배우를 캐스팅 한 사연을 전하며 독립예술영화의 역할과 의의를 설명했다.
▲'새정부 독립영화 진흥정책의 방향과 비전' 토론회 현장.이기헌 의원실 제공
이어 백 이사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서독제 뿐만 아니라 영진위가 지원하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돌연 입찰 방식 전환 또한 소통의 부족이 컸음을 지적하며 "공모가 마치 공정한 방식이라고 말하지만, 전문성 있는 단체가 아닌 다른 단체들이 성과 지표에 따라 공모나 입찰에 참여하는 건 애초에 접근이 잘못됐다. 마치 문체부나 영진위 직원을 1년에 한 번씩 면접 봐서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이에 문체부 김지희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이 "여러 번 (공모 전환) 이유를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 지금 영진위가 서독제의 공동 주최자 역할을 잘하고 있나라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며 "33억 원 예산을 편성하며 공모제로 했는데 한독협이 응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추가경정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 영진위가 잘해주길 바란다. 당장 내년, 5년 비전을 공유해 서독제가 나아갈 방향을 협의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한국 독립영화의 고립 우려, 장기적 정책 필요"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한국 독립영화의 세계 진출이 미흡한 상황에서 국내 관객과 만나는 문제만 말하면 갈라파고스(고립)가 될 우려가 있다"며 "한국적 의제를 세계에서, 반대로 세계 담론을 한국적 의제로 풀어내는 창구로 영진위가 서독제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전했다.
현장에서 끝까지 경청한 이기헌 의원은 "서독제가 50년이 됐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국가문화유산 지정에서 50년은 중요한 기준점"이라면서 "국민 세금을 적정하고 공정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씨앗 산업에 대해선 과감한 지원을 하고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 문화 산업의 현재를 있게 한 독립예술영화의 역할이 상당하기에 문체부나 영진위에서 남다른 판단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배우 권해효(서독제 배우 프로잭트 심사위원)는 "제 생각으론 문체부 김지희 과장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다. 공모라는 취지 뿐만 아니라 문체부는 어떤 목표를 갖고 독립영화를 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며 "좋은 게 좋은 것라든지 없던 걸로 하고 넘어가지 않았으면 한다. 정권이나 영진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해기 위해 더 깊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상준 영진위 위원장은 "옳고 그름의 충돌이 아니라 한 현안에 옳고 그름이 섞여 있다는 생각"이라며 "독립영화가 산업과 대립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예산을 따기 위해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봉준호, 박찬욱 다음은 왜 없냐는 질문을 받는데 산업이 풍요로울 때 독립영화가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 말미에 백재호 한독협 이사장은 "문체부나 영진위 분들이 영화인들을 만나는 시간 외에 다른 방식으로 노력한다고들 하는데 특히 영진위는 그 존재 이유가 있음에도 영화인들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위(정부)의 이야길 듣고 영화인을 설득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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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