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K리그에서 일부 용병들의 활약이 유독 눈에 띄는 상황이다. 특히 수원FC의 파블로 싸박이나 성남FC의 후이즈는 팀의 상황이 마냥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화끈한 득점력으로 팀의 가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 두 선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같은 남미 현지 스카우터에 의해 한국을 알게 된 것이다. 올해로 17년째 아르헨티나에서 '레오(Leo)'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박민호씨. 그는 오늘도 타지에서 한국 축구인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K리그형' 남미 선수 발굴의 비결은 무엇일까?
다음은 지난 8월 28일, 그와 나눈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무작정 찾아갔던 '마라도나의 나라' 아르헨티나
▲지난 8월 29일, 전화 인터뷰에 응해준 박민호씨.
박민호
- 싸박과 후이즈가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싸박이 큰 화제인데 예상했는지.
"두 선수 모두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후이즈는 1부리그에서 러브콜이 올 정도이다. 사실 파블로 싸박은 남미에서도 적당히 활약하고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선수의 성향이 아시아 무대에서 더 큰 성공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접촉 1년 전부터 선수의 경기를 모두 지켜보며 데이터를 수집했고, 선수에게 K리그로의 도전을 권유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 아르헨티나에서만 벌써 17년째 거주 중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도자가 비리 사건에 연루되며 입시 기간에 치명적인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 부모님께 의존하고 싶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축구선수의 꿈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때 다시 꾸게 된 꿈이 해외 지도자였다. 더 이상 어린 선수들이 나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축구 선진국의 지도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내 우상이었던 마라도나의 나라인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웃음)."
- 그래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활동은 쉽지 않았을 텐데.
"입대 직전까지 별의별 일을 하며 금전적인 부분을 해결했다. 군대에서는 2년간 스페인어에만 열중해서 언어도 조금이나마 준비했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간 아르헨티나에선 낯선 타지에서 온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당연히 없었다. 우선은 무작정 유소년 팀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경비실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다가 결국 2부리그의 한 구단 유스 팀에서 나의 열정을 좋게 봐주신 덕에 훈련을 관전할 기회를 주었다. 현장에서 펜과 노트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결국 시간이 흘러 그 구단의 보조 코치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르헨티나와 한국 축구의 지도 방식에서의 차이가 궁금하다.
"아르헨티나에서 목적 없는 훈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한국 축구 역시 많이 발전하여 다수의 유소년 팀에도 피지컬 코치가 있다. 하지만 내가 축구를 하던 시절에는 피지컬 훈련이란 명목으로 마냥 운동장을 뛰기만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피지컬 훈련마저 하나하나 분명한 훈련 동기가 존재한다.
특별한 점을 하나 더 말하고 싶다. 바로 아르헨티나에서는 '풋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은 축구가 아닌 풋살로 먼저 기본기를 다룬다. 풋살만큼 볼 감각을 익히는 활동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아르헨티나에선 그만큼 기본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르헨티나에서는 운동장 위에 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곳이다."
- 아르헨티나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들었다.
"처음 아르헨티나에 왔을 땐, 모두 내게 중국인 혹은 일본인인지 물어봤다. 나중엔 한국인이라고 대답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붉은 악마 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였다(웃음). 비슷한 이유에서 내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힘들어하는 현지들을 위해 레오(Leo)라는 스페인식 이름을 지었는데 아직도 현지에서 그렇게 불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현장에서 일을 할 때 내 얼굴을 보기 전까지 내가 한국인인 줄 몰랐던 관계자를 만나기도 한다."
좋은 선수들의 네 가지 조건은...
▲그리스에서 활약중인 티아고 누스와.
박민호
- 어느덧 국내 리그에만 10명의 고객이 있다. 특별히 좋은 선수들을 구분하는 비결은?
"요즘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싸박과 후이즈 외에도 주닝요나 데니손, 르본과 알베르띠 등 훌륭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 그러나 남미 선수라고 반드시 성적이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운동장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훌륭한 선수라고 떠들어봐도 정작 경기장에서 보여주지 못한 그 선수는 좋은 선수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능과 기술, 피지컬과 멘탈 이 네 가지 요소에서 고루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K리그뿐만 아니라 프로축구 무대에서 통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성남에서 뛰고 있는 후이즈 선수가 이런 부분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K리그에 최적화된 선수이다. 운동장 안에서는 승부사 기질을 보이면서도 경기장 밖에서는 언제나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보니 별 어려움 없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 누구보다도 선수들과 가까이에 있을 텐데.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중요한 것은?
"말했듯이 해외에서 검증된 용병이라고 해서 국내에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와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도 수없이 보아왔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는 확실히 현지 도착 후의 적응에서 갈린다고 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서는 한국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더 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도 잘 소통한다. 그렇게 성공하는 것이다.
구단 지도자들과 동료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가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자는 마인드가 아닌 그들이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병 선수들이 한국 팀에 왔다는 것은 이전 팀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하나라도 더 고쳐주거나 가르치기보다는 그들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충남아산FC 데니손과.
박민호
- 선수들은 한국에서 뛰고 있지만 본인은 아르헨티나 있는 데에 있어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물리적인 거리가 멀다고 하여 전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또한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기에 나의 이런 배경이 큰 장점이 되어주는 것 같다. 최근에도 포항의 주닝요 선수의 자녀가 갑작스레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가는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 보니 통역이 필요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은지라 아르헨티나에 있는 내게 전화로 통역을 부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선수들과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K리그 외에도 많은 리그에 고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는지.
"티아고 누스는 16살 때 4부 리그에서 데려온 선수이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직접 지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아무래도 특별하지 않나 싶다. 그런 그가 올해 그리스 1리그의 OFI Crete라는 구단에 임대 후 완전 이적을 했다. 유럽 진출 첫 시즌에 12골 7어시스트라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유소년 시절부터 1부 리그 이적 및 데뷔, 그리고 유럽 진출까지 모두 함께 했으니 개인적으로는 정말 자랑스러운 선수이다. 몇 년 전에는 K리그의 유명 구단에서 감독님께서 직접 오퍼를 하셨을 정도이니, 정말 뿌듯하다."
- 아무리 오랜 타지 생활을 했어도 여전히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스물네 살에 가방 두 개로 시작했던 이 여정에서, 어느덧 두 딸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내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기에 힘든 것을 기억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더 크게 갖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모든 것이 정반대이지만, 멋과 낭만이 있는 곳이기에 너무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P급 지도자 라이센스를 취득한 박씨.
박민호
P급 라이센스를 취득한 스카우터
- 지도자로서 취득할 수 있는 P급 라이센스를 취득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20대 초반, 해외 지도자를 꿈꾸며 이곳에 왔다. 2~4부 유소년 팀을 지도자로서 경험하며 지난 15년간 선수 육성에 목적을 두고 지내왔다. 이제는 선수를 육성하는 지도자의 삶보다는, 선수를 발굴하는 스카우터의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 지도자 협회인 ATFA와 남미 축구협회인 CONMEBOL에서 공인하는 P급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되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오늘도 재능 있고 훌륭한 선수들을 찾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 무대뿐만 아닌 일본과 중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를 넘어 미국, 유럽 구단에도 내가 찾은 선수들을 진출시키고 싶다. 해가 갈수록 내가 늘 꿈꿔왔던 꿈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 새로 설립한 Plan A Global이라는 스포츠 플랫폼 회사를 통해 마음껏 꿈을 펼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 함께해주는 선수들과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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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박·후이즈 성공 확신했죠" K리그 남미 용병 발굴의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