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대파한 농구대표팀, 만리장성 넘어 4강 진출할까?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99-66으로 괌 꺾고 8강 진출... 14일 중국 만나 결전

 문정현(FIBA 홈페이지 캡처)
문정현(FIBA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이 괌을 넘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상대는 '만리장성' 중국이다.

한국은 지난 8월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 진출전에서 괌을 99-66으로 대파했다. 이번 대회는 16개 팀이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진행한 뒤 각 조 1위가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한다. 각 조 2위와 3위는 8강 진출권을 놓고 토너먼트를 펼친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 호주(3승)에 이어 A조 2위를 기록했다. 8강 결정전에서 만나게 된 괌은 B조 3위를 기록했으며 FIBA랭킹 88위로 한국(53위)과는 격차가 컸다. 대표팀은 주전 가드 이정현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33점 차의 낙승을 거뒀다.

한편으로 결과적으로는 대승이었지만, 이날 경기 내용은 완승을 거뒀던 조별리그 카타르-레바논전에 비하면 다소 아쉬웠다. 한국은 이날 경기 초반 3점슛 첫 10개가 모두 림을 외면하는 등 전반까지 3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데 그쳤다. 오히려 괌에게 소나기 외곽포를 내주고 한때 10점 차(6-16)까지 끌려가는 졸전을 펼치며 1쿼터를 뒤진 채로 마쳤다. 그나마 1쿼터 종료 직전 11번째 3점시도였던 이우석의 버저비터가 림을 가르며 1점 차까지 점수를 좁힌 게 위안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2쿼터 들어서 특유의 압박수비를 통한 가로채기와 속공, 연속적인 공격 리바운드 장악이 위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흐름을 되찾아왔다. 특히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문정현(18점 8리바운드 5스틸)은 약 18분 정도만 뛰고도 수비와 리바운드는 물론 공격에서도 야투율 100%를 기록할 만큼 활기 넘치는 플레이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2쿼터에만 33-10으로 괌을 크게 앞서며 전반(50-28)을 마쳤다. 후반에도 3점슛으로 반격해온 괌을 상대로, 한국은 여러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최대 점수차가 43점에 이를만큼 위기 상황을 허용하지 않았다. 4쿼터에는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여준석(9점)까지 출전하여 경기력을 점검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현중(14점 9리바운드), 하윤기(13점 5리바운드), 유기상(13점) 등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가장 아쉬운 장면은 3점슛 적중률의 하락이었다. 직전 레바논전에서 무려 3점슛 22개를 57.9%의 적중률로 폭발시켰던 대표팀은, 괌전에서는 28개를 시도하여 8개를 적중시키는 데 그치며 3점슛 성공률이 21%에 불과했다. 전체 팀 야투 성공률 44%에 그쳤다. 현재 대표팀 원투펀치인 이현중이 3점슛 10개를 시도하여 2개, 유기상은 8개를 시도하여 2개에 그쳤다. 그럼에도 낙승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이가 낮은 괌을 상대로 인사이드 득점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3연승으로 기세 오른 한국, 4강 진출할까

한국의 다음 상대는 강적인 중국이다. 2017년 대회 이후 8년 만에 4강 재진입을 노리는 한국은 14일 열리는 8강전에서 중국을 넘어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22년 대회에서는 8강에서 뉴질랜드를 만나 패하며 6위에 그쳤다. 다만 조별리그에서 만난 중국을 상대로는 승리한 바 있다.

중국은 아시아컵 최다우승국(16회)이며 FIBA랭킹에서도 30위로 한국보다 앞선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3연승을 거두며 C조 1위로 8강에 직행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장신군단 답게 2m대 선수가 12인 로스터의 절반인 6명에 달하며 자국리그 MVP 출신인 후진추(210㎝), '제2의 야오밍'으로 불리는 위자하오(221㎝)는 2m 10을 넘는 초장신이다.

중국이 당초 8강 상대로 예상하고 경계했던 상대는 레바논이었다. 중국은 지난 대회에서 레바논에 패하여 8강에서 탈락하는 대참사를 겪은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이 예상을 깨고 FIBA 랭킹 29위의 레바논을 격침시키자 중국 내에서도 한국의 3점슛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으론 장및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후닷컴'은 괌전에서 한국의 초반 부진과 외곽슛 기복을 집중 분석하면서 "한국은 괌전에서 외곽슛을 난사했지만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3점슛의 안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면 중국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외곽슛이 안 터질 때 괌전에서처럼 자유롭게 인사이드를 공략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국의 약점을 분석했다. 심지어 "골밑에서의 우위를 고려하면 중국이 만약 20점차 이상으로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중국 측의 분석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한국은 괌전을 제외하고 지난 조별리그 3경기에서 평균 14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고 적중률이 41.2%에 이르며 외곽슛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무작정 대책없이 3점만 난사하는 과거의 양궁농구와는 엄연히 거리가 있다. 한국이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40분 내내 끊임없이 강력한 전방압박과 오프더볼 무브를 통하여 공간을 창출하고, 상대 턴오버 유발 이후 속공과 퀵샷으로 그만큼 많은 외곽 찬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선수구성상 한국은 하윤기와 김종규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개인플레이에 의존하는 선수가 없고, 전원이 이타적인 팀플레이를 펼친다는 것도 한국식 모션 오펜스의 장점이다.

더구나 한국을 상대하는 중국 역시 최상의 전력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참가국 중 손에 꼽히는 장신 군단이기는 하지만, 야오밍, 이첸롄, 저우치 등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빅맨들을 보유하고 있던 과거에 비하면 빅맨진의 질적 수준이나 물량공세 모두 약화된 상태다. 더구나 한국을 늘 괴롭혔던 장신에 스피드와 외곽슛을 갖춘 윙맨 포워드 자원들이 이번 아시아컵에 이런저런 이유로 차출이 불발되어 전력이 떨어졌다.

또한 중국은 최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은 자국리그 CBA 트렌드의 영향으로 수비전술이나 조직적인 플레이가 발전하기보다는, 갈수록 선수들 개인의 일대일 플레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대회에서는 오히려 중국과 대등한 장신군단보다는, 레바논이나 한국처럼 공수전환이 빠르고 외곽슛이 좋은 '스몰라인업'에 크게 고전했던 경기가 더 많았다.

중국이 한국을 다른 우승후보들보다 수월한 상대로 여긴다면 오산이듯이, 우리에게도 중국은 더이상 과거처럼 두려운 상대가 아니다. 3연승으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현중-유기상의 쌍포가 건재하고, 괌전에서 컨디션을 점검한 여준석도 중국전에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이 만리장성을 넘어 안준호 감독이 공언한 "전설이 되겠다'는 약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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