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른 페르소나로 돌아오는 키... '키 팝'의 진화는 계속된다

[K-POP 정독하기] 키(KEY) 정규 3집 < HUNTER >

 KEY 'HUNTER' MV 스틸.
▲KEY 'HUNTER' MV 스틸.SM엔터테인먼트

2008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샤이니의 멤버 키가 2025년 솔로 정규 3집을 발매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취다. 2세대 남자 아이돌이 17년 차 베테랑이 되어서도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시도한다는 점, 무엇보다 아이돌 그룹이 주류인 한국 음악 시장에서 남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정규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며 음악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키의 세 번째 정규앨범 < HUNTER >는 여전히 아티스트로서 신선함을 찾아 나서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현상이며 K-pop 생태계에서 솔로 아티스트가 어떠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키 팝(KEY POP)'이라는 브랜딩 전략

키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음악적 정체성은 팬덤 사이에서 '키 팝'이라고 불린다. 이는 팬덤만의 애칭에 국한되지 않고 아티스트의 실질적인 음악 브랜딩이다. 'BAD LOVE', '가솔린', 'Good & Great' 등 키의 대표곡들을 프로듀싱한 KENZIE는 이번에도 '키 팝'의 정체성을 확장시키기 위해 타이틀곡 'HUNTER'에도 참여했다.

여기서 키 팝의 특징은 명확하다. 남성 아이돌 그룹 특유의 현란한 안무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적절히 조합한다. 여기에 아티스트만의 보컬 톤으로 앨범을 직조한다. <HUNTER>에서도 이러한 공식은 유효하다. 웅장한 베이스, 묵직한 킥 사운드,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타이틀곡은 키 팝의 공식에 조응한다. 1990년대 뉴잭스윙을 재해석한 'Infatuation'과 R&B 팝 문법으로 만든 'Perfect Error' 같은 수록곡은 K-pop의 동력 중 하나인 장르 포용성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2세대 아이돌이 솔로 아티스트로 살아남는 법

 키(KEY) 'HUNTER' 뮤직비디오 스틸.
▲키(KEY) 'HUNTER' 뮤직비디오 스틸.SM엔터테인먼트

한국 음악 시장에서 남성 솔로 아티스트의 위치는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강력한 팬덤에 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힙합처럼 장르적 정체성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2세대 아이돌 출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미 형성된 이미지를 벗어나기도 어렵고 젊은 세대의 음악 취향에 완전히 조응하기도 어렵다. 키는 이 딜레마를 흥미롭게 해결하고자 한다. 스스로 내세우는 '콘셉트 마스터'라는 정체성이다. 매 앨범마다 완전히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며 그것이 '키라면 이해할 수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이다.

정규 3집 < HUNTER >에서 키는 '도시 괴담' 콘셉트를 선택했다. 그는 "지나치게 콘셉티브한 건 요즘 느낌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헌터'하면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게임이나 영화 포스터를 연상시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앨범 비주얼은 SF 스릴러나 호러 게임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외적 콘셉트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타이틀곡 'HUNTER'의 웅장한 베이스와 묵직한 킥 사운드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다양한 신스 패드는 네온사인의 비주얼에 일치하는 질감을 만든다. 곡 전반에 깔린 무거운 사운드스케이프는 '헌터'와 '피사냥꾼' 사이의 심리적 줄다리기를 음향적으로 형상화한다.

수록곡들도 이러한 콘셉트를 뒷받침한다. 'No Way!'는 R&B와 하우스 장르를 결합하여 미니멀한 사운드를 통해 내면의 혼란을 표현한다. 'GLAM'은 레트로 팝 댄스를 차용하여 화려한 겉모습 뒤의 공허함을 암시한다. 호러 요소를 적극 활용하면서 키는 기존 팬들과 새로운 리스너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이상해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개성 추구가 아니라 포화 상태인 K-pop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아이돌 그룹이 안전한 대중성을 추구한다면 솔로 아티스트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독특함을 추구해야 한다. 키의 '이상함'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외부의 감각 적극 차용하기

 키(KEY) 앨범아트
▲키(KEY) 앨범아트SM엔터테인먼트

앨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플레이브의 은호를 피처링으로 참여시켰다는 점이다. 버추얼 아이돌인 플레이브 은호와의 협업은 키가 시대의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유행을 빠르게 캐치하여 반영하는 것이다. 타이틀곡 'HUNTER'의 뮤직비디오의 레퍼런스를 영화 <서브스턴스>로 삼은 점도 흥미롭다. 최근 바디 호러 장르로서 대중들에게 주목받은 영화 속 내용처럼 키 역시 뮤직비디오 속에서 자신의 분열과 대립을 강렬한 연기로 표현했다.

뮤직비디오는 키가 '또 다른 나'인 '헌터'와 마주하는 서사로 구성된다. 키의 존재를 대체하려는 '헌터'와 스스로를 지키고자 '헌터'에게 맞서는 키의 대립은 긴장감 가득한 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활용한다. '헌터'라는 타이틀도 의미심장하다. 키는 자신을 사냥하는 존재와 맞서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이는 K-pop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야 하는 아티스트의 현실을 은유한다. 동시에 상대에게 집착하는 '나'와 그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 속 환희'라는 개인적 차원의 서사도 담아낸다.

콘셉트 변화의 미학

키는 정규 1집 < FACE >에서 몽환적인 이미지를, 2집 <가솔린>에서는 강렬하고 에너지틱한 모습을, 그리고 이번 3집 < HUNTER >에서는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소화했다. 앨범은 각기 다른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다양한 콘셉트를 체화해내는 아티스트의 다면성을 돋보이게끔 한다. 키는 매번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면서 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3년 만에 발매된 정규앨범에서도 키는 변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한다. < HUNTER >에 수록된 10곡 모두 다른 장르로 구성되어 있고 이 모든 게 '키'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과하면서 일관된 세계관을 형성한다. < HUNTER >는 17년 차 베테랑 아티스트가 여전히 새로움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앨범이다.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을 선택하는 키의 음악적 행보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는 포화 상태인 K-pop 시장에서 솔로 아티스트가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 키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야말로 그의 가장 큰 무기다.

 키(KEY) 정규3집 'HUNTER' 앨범커버
▲키(KEY) 정규3집 'HUNTER' 앨범커버SM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키 HUNTER 케이팝 KPOP 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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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겸 플랫폼 노동자. 음악-영화-책 감상이 유일한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