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국작가협회 제명' 박찬욱 감독 측이 직접 밝힌 전말

박찬욱 감독 "시나리오 작업 하지 않았다" 소명했지만, 이사회 돌연 제명 결정... 항소 않기로

 박찬욱 감독이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박찬욱 감독의 믿을 구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6.20
박찬욱 감독이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박찬욱 감독의 믿을 구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6.20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이 미국작가협회(아래 WGA)에서 제명된 것에 대해 이미 감독은 충분히 소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버라이어티>지가 지난 8일 최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WGA가 HBO 드라마 <동조자> 각본을 쓴 박찬욱 감독 및 공동 집필자 돈 맥켈러를 제명했다. 사유는 파업 기간 해당 작품의 각본 작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동조자>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배우 호아 수안데(Hoa Xuande)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가 출연했다. HBO 채널을 통해 지난 2024년 4월 14일부터 방영 중이다.

WGA는 파업 기간 중 집필한 결과물을 'Scab script'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징계하고 있다. 'Scab script'는 제작사나 방송사 등의 의뢰를 받아 집필된 소설, 시놉시스, 시나리오, 라디오 대본 등 문학 작품을 포함한 문서로 그 범위가 넓다. 박찬욱 감독, 돈 맥캘러 징계와 함께 로마 로스(Roma Roth), 에드워드 드레이크(Edward Drake) 등 7명이 제명 혹은 공식 경고 통보를 받았고, 이들 중 4명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 과정은 이미 지난 4월에 마무리된 것으로 박찬욱 감독 또한 징계 절차에 성실히 임하면서 그 결과를 최종 수용했다. WGA는 2023년 파업 기간 중에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을 했다고 봤지만, 박찬욱 감독 측은 충분한 근거를 대며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박찬욱 감독이 속한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박찬욱 감독이 작가 역할만 한 게 아니라 총괄 프로듀서, 연출도 맡았기에 역할의 모호함이 있다. 문제가 된 기간에는 아이디어 회의 차원이었지 대사를 단 한 줄도 쓴 적 없었다"며 "동료 작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선 이를 받아들여 비공개 경고를 권고했는데 이사회 차원에서 돌연 제명으로 통보했다. 이미 지난 4월에 끝난 사안"이라고 과정을 전했다.

통상 WGA 징계는 징계위원회(Trial Committee) 심사와 논의를 거쳐 그 수위를 이사회(Board)에 권고하고 이사회 차원에서 이를 결정한 뒤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이의가 있다면 30일 내에 항소가 가능하고 총회 투표를 거쳐 최종 징계를 확정하는 식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항소를 고민했지만 청문회 과정 자체가 매우 길고 한국에서 이미 <어쩔수가없다> 작업을 진행 중이었기에 항소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WGA에서 제명됐다고는 하지만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활동을 못 하는 건 아니다. 이미 할리우드 프로덕션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을 해왔기에 특정 역할에 국한하거나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박찬욱 감독과 비슷한 시기에 집필 활동을 해 WGA 제명이 확정된 로마 로스(Roma Roth), 에드워드 드레이크(Edward Drake)는 적극적으로 항소했다. 로스는 파업이 시작된 이후엔 집필을 중단했다고 주장했고, 드레이크는 감독으로서 사소한 조정만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항소 과정을 거친 후 총회 투표에선 참가자의 54%가 제명 유지에 찬성했다. 로마 로스는 이런 결정 직후 "찬반 결정이 박빙이었던 그만큼 이사회가 투표에 부당 개입한 결과"라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줄리 부시(Julie Bush) 또한 일론 머스크를 소재로 한 작품을 파업 기간 집필한 건으로 자격 정지를 통보받았다. 그녀도 항소했으나 총회 투표에서 59표 차이로 패해 징계가 유지됐다. <버라이어티>를 통해 줄리 부시는 "찬성률이 90% 아래로 나온 걸 본 적 없다. 단 59표 차로 졌다는 건 그만큼 의미가 있다"며 해당 사건을 미국 노동부와 노동관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 의지를 밝혔다.

한편 박찬욱 감독과 돈 맥겔러는 오는 9월 말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어쩔수가없다> 각본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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