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선두였던 한화 이글스는 파죽의 10연승 행진을 달리며 1985년의 삼성 라이온즈 이후 무려 40년 만에 단일 시즌 10연승을 두 번 기록한 팀이 됐다. 당시 한화와 2위 LG 트윈스의 승차는 5.5경기. 당시 무서울 것이 없었던 기세와 투타가 조화된 탄탄한 전력을 고려할 때 마지막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1992년 이후 한화가 33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것은 매우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11일 현재 한화의 순위는 2위로 내려가 있다. 한화가 10연승 이후 15경기에서 5승1무9패로 주춤한 사이 2위 LG가 같은 기간 17경기에서 14승을 따내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선두로 올라선 것이다. 한화에 5.5경기나 뒤져 있던 LG는 3주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무려 7.5경기 차이를 극복하고 2경기 앞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제 LG는 2023년 이후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탈환을 노린다.
LG가 시즌 초반부터 커다란 기복 없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후반기 21경기에서 17승4패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은 역시 선발 투수들의 꾸준한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현재 LG는 시즌 10승 고지를 밟은 투수가 1명 밖에 없지만 9승으로 10승을 눈 앞에 둔 투수가 3명이나 더 있다. 10승 투수 4명을 보유하는 LG판 '판타스틱4' 결성이 매우 유력하다는 뜻이다.
안정된 선발진의 힘으로 우승한 팀들
흔히 야구팬들은 "단기전에서는 준수한 선발 3~4명보다 시리즈를 압도할 수 있는 '슈퍼 에이스' 1~2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리 뛰어난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어도 선발진 전체가 안정되지 못하면 애초에 가장 높은 무대에 오르기 쉽지 않다. 반면에 좋은 선발 투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은 정규리그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단기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는 KBO리그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17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싸움닭' 조계현을 비롯해 '마당쇠' 송유석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승을 기록했고 마무리 선동열과 잠수함 이강철(kt 위즈 감독), 좌완 김정수, 루키 이대진(한화 2군 감독)도 나란히 10승을 따냈다. 해태는 막강한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언즈를 꺾고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LG의 '신바람 야구'에는 류지현(국가대표 감독)과 김재현(SSG 랜더스 단장), 서용빈(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으로 이어지는 신인 3인방의 맹활약만큼 상대를 압도한 선발진이 큰 역할을 했다. 그 해 LG는 '삼손' 이상훈(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18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16승의 김태원(전주기전대 감독)과 15승의 정삼흠, 그리고 10승을 따낸 신인 인현배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2013년 삼성의 3년 연속 통합 우승에도 막강한 선발진이 중심이 됐다. 당시 삼성은 배영수(SSG 잔류군 불펜코치)가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윤성환과 장원삼이 나란히 13승을 따냈으며 차우찬(KBSN 스포츠 해설위원)이 10승을 기록했다. 놀라운 사실은 10승을 따낸 4명이 모두 국내 투수였다는 점인데 2014년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릭 밴덴헐크도 2013년엔 기복을 보이면서 7승에 머물렀다.
뛰어난 선발 투수 4명에게 '판타스틱4'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두산 베어스가 그 시작이었다. 두산은 2016년 더스틴 니퍼트가 22승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고 마이클 보우덴도 탈삼진왕과 함께 18승을 따냈다. 여기에 '토종 좌완 듀오' 장원준과 유희관(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나란히 15승을 기록하면서 두산의 '판타스틱4'는 정규리그에서만 70승을 합작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안정된 선발 4명에 새 외인 톨허스트 합류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승부수로 외국인 투수를 에르난데스에서 톨허스트로 교체했다.
LG 트윈스
LG는 작년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볼티모어 오리올스)가 13승으로 팀 내 최다 승을 기록했고 임찬규가 10승을 올리며 10승 투수 2명을 배출했다. 여기에 신예 손주영과 FA를 앞둔 최원태(삼성)가 나란히 9승을 따내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LG는 시즌이 끝난 후 최원태가 4년 총액 70억 원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했고 새 외국인 투수 치리노스를 영입하면서 팀 내 최다 승 투수였던 엔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렇게 LG는 올 시즌 치리노스와 손주영,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임찬규, 송승기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치리노스가 빅리그 20승 경력을 자랑하는 투수지만 KBO리그에서는 검증된 바가 없었고 작년 가을 야구에서 맹활약했던 에르난데스는 정규리그에서 3승2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4.0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친 5선발 송승기는 통산 1군 등판이 단 8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LG의 선발진은 시즌 개막 후 꾸준한 투구를 선보이며 LG의 1위 등극에 크게 기여했다. 에르난데스가 시즌 초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했고 복귀 후에도 기복을 보이며 4승에 머물렀을 뿐 나머지 4명의 투수는 기복 없이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마무리 유영찬과 좌완 함덕주의 복귀가 다소 늦어진 상황에서 선발진의 활약이 없었다면 LG가 상위권 경쟁을 펼치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LG 선발진의 맹활약은 LG가 선두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더욱 빛났다. LG의 선발 투수들은 지난 17경기에서 10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6승을 챙겼다. 반면에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 간 경기는 단 3번 뿐이었는데 그 중 2번은 '임시 선발' 최채흥이 등판한 경기였다. 특히 치노스는 최근 3경기에서 18이닝6실점(4자책)을 기록하면서 LG 선발 투수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치리노스를 시작으로 임찬규와 손주영, 송승기까지 선발 4인방이 10승 투수가 될 확률이 높아졌지만 LG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3일 에르난데스를 대체할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를 영입했다. 만약 톨허스트가 잔여 시즌 선발진에서 호투를 해준다면 LG는 작년의 손주영처럼 가을야구에서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과연 LG판 '판타스틱4'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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