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축구선수 박지성이 2024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주니어 풋살'에서 미래세대 토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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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허정무, 박종원, 박상인, 김주성, 노정윤, 안정환 설기현 같은 후배 선수들이 유럽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대적 한계로 인하여 유럽 진출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가까웠고, 국내에서는 유럽축구를 쉽게 접할 환경도 아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계기로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이 주목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유럽 진출 시대가 개막한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은 현재도 그렇지만 20년 전에도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혔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들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2005년 박지성이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최고의 명문이던 맨유에 전격 입단하며 마침내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한다. 처음엔 아시아에서 온 미지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와 맨유라는 거대한 클럽에서 과연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의심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유에게 무려 7년간 핵심 멤버로 당당하게 활약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4경기 출전 19골, EPL 우승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박지성의 맨유 출전경기를 기다리는 것은 최고의 국민 오락으로 자리매김했고, 미디어의 발전으로 한국에서 유럽축구 열풍이 보편화되면서, 박지성은 '해버지(해외 축구의 아버지)'라는 선구자적인 상징성을 얻었다.
박지성을 시작으로 수많은 한국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이영표, 설기현, 기성용, 이동국, 지동원, 이청용, 김두현, 조원희, 박주영, 김보경, 윤석영 등 수많은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볐다.
2015년 손흥민의 등장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두 번째 전성시대를 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치며 차근차근 성장한 손흥민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하며 역대 13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손흥민은 EPL에서 한국인 선수는 물론이고 역대 아시아선수를 통틀어서 가장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0년간 공식전 454경기를 뛰며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역대 최다 골 5위, 최다 도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EPL만 놓고 보면 333경기에 출전해 127골 71도움을 기록했다.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스상(최고의골)을 수상했고, 커리어하이인 2021-2022시즌에는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리그 골든부츠(득점왕)까지 차지했다.
마지막 시즌인 2024-2025시즌에는 주장으로서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며 자신의 프로 커리어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고 커리어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대선배 박지성이 이타적인 '팀플레이어'이자 '우승청부사'로 자신만의 가치를 증명했다면,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도 유럽 빅클럽에서 팀의 주연이자 얼마든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한국축구의 자부심을 드높였다.
손흥민의 이적
▲미국 로스앤젤레스FC(LAFC)로 이적한 손흥민이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BMO 스타디움에서 세리머니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AFC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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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흥민이 최근 10년 만에 토트넘 홋스퍼와 잉글랜드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LA FC로 전격 이적했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잉글랜드)과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를 통하여 '토트넘 고별전'을 가지고 작별을 알렸다. 축구팬들에게는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 장면이었다.
지난 20년간 한국 선수가 EPL에서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사례는 손흥민(333경기)을 비롯하여 기성용(187경기), 박지성(154경기), 황희찬(107경기),이청용(105경기)까지 불과 5명뿐이다. 그만큼 높은 피지컬과 체력, 전술 소화능력을 요구하는 EPL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2005년 박지성-2015년 손흥민까지 10년 주기로 이어져 내려온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아이콘'자리를 과연 누가 계승할지 주목하고 있다.
손흥민이 떠나면서 이제 현역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는 황희찬(울버햄튼) 한 명만이 남았다. 2022년부터 울버햄튼에 입단한 황희찬은 2023-24시즌 커리어하이인 13골을 터뜨리며 손흥민에 이어 역대 2번째로 EPL에서 단일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한국인 선수가 됐다.
하지만 지난 2024-25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한 장기결장과 팀전술의 변화로 주전경쟁에서도 밀리며 25경기 2골에 그치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에도 황희찬의 팀 내 입지와 잔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국 현지 언론은 황희찬의 이적이나 임대 가능성을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만일 황희찬마저 프리미어리그를 떠나 2부리그나 타 유럽 리그로 이적하게 된다면 한국축구는 무려 20년 만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전멸' 시대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유럽 5대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이강인(PSG)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있지만 이들은 아직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는 뛰어보지 못했다.
물론 범위를 넓히면 백승호(버밍엄)를 비롯하여 양민혁(토트넘, 현재 포츠머스 임대), 김지수(토트넘, 현재 카이저슬라우테른 임대), 윤도영(브라이튼, 현 엑셀시오르 임대), 박승수(뉴캐슬) 등 현재 영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모두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2부리그 소속이거나 타 리그에서 임대로 뛰고 있거나, 혹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도 아직 치르지 못한 상태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확실한 주전은커녕 잔류를 장담할 수 있는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엔도 와타루(리버풀), 카마다 다이치(크리스탈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등 4명의 선수들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빈다. 반면 한국축구에 누군가 미래에 '포스트 박지성-손흥민'의 아성을 이을만한 프리미어리거가 다시 나타나기 위해서는 아직 몇 년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20년간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로 주말 밤을 손꼽아 기다린 한국 축구팬들에게 박지성도 손흥민도 없는 2025-26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봐야 한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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