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의 외마디 절규, 16년 지난 지금도 밈으로 회자되는 이유

[드라마 보는 아재] 시청률 35% 기록한 첩보 액션 드라마 <아이리스>

2005년에 방송된 MBC 드라마 <슬픈 연가>는 스타배우 권상우와 김희선의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수종과 수애, 송일국을 앞세운 KBS의 <해신>에 밀려 방영 기간 내내 시청률 20%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록 시청률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권상우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비니모자를 내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인터넷 밈으로 유행했다.

이 밖에도 <제빵왕 김탁구>에서 전광렬이 크림빵 먹는 장면과 <모두 다 김치>에서 이효춘과 엄기준이 선보인 '김치 싸대기' 등 특정 장면이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오래 회자되는 경우가 있다. 2009년 KBS에서 방송된 첩보 액션 드라마 <아이리스> 역시 드라마의 높은 인기 만큼이나 이병헌이 보여준 "아,안돼!"라는 외마디 절규가 인터넷 밈으로 큰 인기를 끌며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1. KBS는 <아이리스>를 시작으로 수목드라마의 황금기를 맞았다.
1. KBS는 <아이리스>를 시작으로 수목드라마의 황금기를 맞았다.<아이리스> 홈페이지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 씻어준 드라마

부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태희는 서울대 의류학과 입학 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2000년 CF 모델로 데뷔했다. 2001년 영화 <선물>에서 이영애의 아역을 맡으며 연기자로 데뷔한 김태희는 2002년 시트콤 <레츠고>, 2003년 드라마 <스크린>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천국의 계단>에서 악녀 한유리 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천국의 계단>으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김태희는 2004년 <구미호외전>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차례로 주연을 맡았다. 김태희는 이 즈음부터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한 편으로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2006년과 2007년 김태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천>과 <싸움>은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 속에 기대 만큼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예쁘지만 연기가 아쉬운 배우'로 남는 듯 했던 김태희는 2009년 <아이리스>에서 프로파일러 최승희 역을 맡아 한층 나아진 연기를 선보였고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데뷔 후 처음 연기로 상을 받은 김태희는 눈물을 흘리며 "연기자로서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저를 구원해준 소중한 작품"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그만큼 김태희에게 <아이리스>는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2011년 송승헌과 함께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 출연한 김태희는 2013년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통해 그 어렵다는 장희빈 캐릭터에 도전했다. 여느 작품처럼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도 방영 초반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을 잘 마쳤다. 김태희는 2015년 드라마 <용팔이>에서 도도한 재벌 상속녀 한여진 역을 맡아 SBS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7년 5년 동안 공개 연애를 했던 가수 비와 결혼한 김태희는 2017년과 2019년 두 딸을 출산했고 2020년 드라마 <하이바이,마마!>로 복귀했다. 김태희는 두 딸을 가진 엄마답게 <하이바이,마마!>에서도 6살 딸을 둔 엄마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2023년 <마당이 있는 집>에서 문주란 역을 맡았던 김태희는 오는 13일 공개되는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드라마 <버터플라이>에 출연할 예정이다.

월화에서 수목으로 편성 변경이 '신의 한 수'

 2. 이병헌(왼쪽)과 김태희의 '사탕키스'는 수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크게 유행했다.
2. 이병헌(왼쪽)과 김태희의 '사탕키스'는 수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크게 유행했다.KBS 화면 캡처

200억 원에 달하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고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한 대작 드라마 <아이리스>는 당초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아이리스(IRIS)>라는 제목도 강제규 감독의 흥행작 <쉬리(SHIRI)>에서 H를 빼고 거꾸로 읽은 것이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이 제작에 불참하면서 양윤호 감독이 합류해 김규태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아이리스>는 월화 드라마로 편성됐다가 첫 방송 3개월을 앞두고 수목 드라마로 편성이 변경됐다. 당시 KBS 월화 드라마가 <꽃보다 남자> 이후 고전하고 있었고 동 시간대 경쟁작이 MBC의 <선덕여왕>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목 드라마로 방송된 <아이리스>는 최고 시청률 35.5%를 기록했고 <추노>와 <신데렐라 언니>,<제빵왕 김탁구>로 이어지는 'KBS 수목 드라마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형 첩보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아이리스>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드라마였다. 2003년 <올인> 이후 영화에 전념하던 이병헌을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시켰고 정준호와 김소연,김승우 등도 한 작품을 이끌어갈 주인공을 연기하기에 손색이 없는 배우들이었다. 이 밖에 김영철과 김갑수, 윤제문, 이정길 등 조연으로 출연한 중견 연기자들의 면면도 상당히 화려했다.

<아이리스>는 16회 광화문 핵폭탄 테러사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광화문에서 촬영을 단행했다. 서울시는 "드라마를 통한 서울 명소 홍보"를 취지로 촬영을 허락했고 영화 같은 멋진 화면을 완성했지만 촬영 현장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운집하면서 큰 혼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이리스>는 주인공 김현준(이병헌 분)과 서브남주 진사우(정준호 분) 등 주요 캐릭터가 대거 사망하면서 막을 내렸지만 제작사와 방송국은 스핀오프와 속편 제작을 강행했다. 하지만 2010년 연말에 방송된 스핀오프 <아테나:전쟁의 여신>은 22.8%의 시청률로 시작해 13.3%로 종영하며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고 2013년에 방송된 <아이리스2> 역시 10% 내외의 시청률을 맴돌며 전작의 인기를 잇지 못했다.

'밈 제조기' 이병헌이 생성한 또 하나의 밈

 3. 지금은 코믹한 밈이 된 이병헌의 “아, 안돼!”는 사실 매우 심각한 장면에서 나온다.
3. 지금은 코믹한 밈이 된 이병헌의 “아, 안돼!”는 사실 매우 심각한 장면에서 나온다.KBS 화면 캡처

2000년대 중·후반 <달콤한 인생>,<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에 출연한 이병헌은 <아이리스>를 통해 드라마에 복귀했다. 이병헌은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 배신을 당하지만 비밀 테러조직 아이리스의 실체를 밝히고 테러를 막아내는 김현준을 연기했다. 인터넷 밈으로 크게 유행한 "아, 안돼!"는 이병헌이 훗날 예능 프로그램에서 반복 연습 끝에 탄생한 정확한 연기였다고 해명(?)했다.

영화 <공공의 적2>와 <투사부일체>,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히트시킨 정준호는 '악역이 되는 주인공의 절친'을 연기하기엔 인지도가 높은 배우였다. 하지만 정준호는 <아이리스>에서 기꺼이 서브 주인공 진사우 역을 맡았고 조직과 우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진사우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진사우는 마지막회에서 김현준과의 우정을 확인하자마자 총에 맞고 세상을 떠난다.

김소연이 연기한 북한의 호위총국 소속요원 김선화는 김승우, 이정길 등과 함께 <아이리스> 3부작에 모두 출연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전형적인 액션물의 여전사 캐릭터로 감옥에서는 <터미네이터2>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를 오마주한 듯한 턱걸이 장면도 나오지만 의외로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로 드라마에선 액션보다 김현준을 향한 마음이 강조되면서 멜로 연기를 더 많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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