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하는 오승환.
연합뉴스
'적절한 은퇴 시점'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언제나 풀리지 않는 숙제다. '배구의 신'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어드바이저)은 최고의 위치에서 은퇴를 선택했지만 챔프전 우승과 함께 정규리그, 파이널 MVP를 휩쓴 선수의 은퇴는 여전히 배구 팬들에게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동시에 불혹을 훌쩍 넘겨 기량이 크게 하락한 후 은퇴하는 선수들은 은퇴 시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 점에서 KBO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은퇴 시기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커리어 6번째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2021년을 기점으로 오승환의 성적이 해마다 조금씩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뛰어난 기량을 유지했고 무엇보다 오승환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은퇴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자격이 있다.
지금이야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기억되고 있지만 오승환은 경기고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차 지명이 아닌 2차 1라운드 5순위로 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오승환의 연고 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각각 성남고 거포 박병호(삼성)와 휘문고 투수 김명제를 선택했고 2차 지명에서도 상위 4개 구단이 대졸 오승환 대신 다른 고졸 유망주들을 지명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프로 입단 첫해부터 10승1패16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1.18로 KBO리그 역대 최초로 '트리플10'을 달성하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4경기에 등판해 특유의 '돌직구'를 앞세워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당시 미국 대표팀의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저 투수는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와도 통할 것이다"라고 오승환을 극찬했다.
그 후 오승환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세이브왕을 차지하다가 2009년과 2010년 팔꿈치 부상 후유증으로 2년 동안 23세이브를 추가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오승환은 2011년 1승47세이브0.63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삼성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2013년까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연패를 견인한 오승환은 2013년 11월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하며 해외 무대 도전을 시작했다.
일본-미국 거치며 통산 549세이브 위엄
일본 진출 첫해였던 2014년 39세이브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에 오른 오승환은 2015년에도 41세이브로 2년 연속 세이브 1위를 차지하며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시즌 후 '원정 도박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오승환이 2016년 1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했을 때도 '도박 스캔들' 여파로 그에 대한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중간 계투로 시즌을 시작한 오승환은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의 부진을 틈타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고 6승3패19세이브1.92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2017년에도 20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치며 빅리그에서 4년 동안 16승13패42세이브3.31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2019년 8월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했다.
본격적인 복귀 시즌이었던 2020년 18세이브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 오승환은 2021년 2패44세이브2.03의 성적으로 복귀 후 처음이자 커리어 마지막 세이브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2023년까지 3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선보인 오승환은 지난해 1월 삼성과 2년 총액 22억 원에 FA계약을 맺었지만 야구팬들은 더 이상 마운드를 호령하던 '끝판왕'을 볼 수 없었다.
오승환은 작년 전반기 37경기에서 1승5패24세이브3.79로 그럭저럭 준수한 활약을 이어갔지만 후반기 21경기에서 2승4패3세이브2홀드7.41로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작년 8월 1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따냈던 세이브가 오승환의 선수 생활 마지막 세이브가 되고 말았다. 오승환은 올해도 11경기에 등판했지만 승패 없이 8.2이닝8실점(평균자책점 8.31)으로 부진했고 결국 시즌 도중 은퇴를 선택했다.
사실 삼성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kt 위즈의 마무리 김재윤을 영입해 '포스트 오승환 시대'에 대비했지만 올 시즌 마무리로 낙점된 김재윤은 4승5패5세이브3홀드6.14로 제 역할을 못 해주고 있다. 신예 이호성 역시 5승4패9세이브3홀드6.07로 믿음직한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어쩌면 삼성은 내년부터 오랜 기간 뒷문을 책임졌던 오승환이라는 '끝판왕의 그늘'을 짙게 느끼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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