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의 '황금세대', 명예 회복 가능할까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무대에 도전장 내민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표팀은 8월 1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인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대표팀은 오는 5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2025 FIBA 아시아컵에 출전한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총 16개국이 참가한다. 조별리그는 4개 팀씩 4개 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조 1위 4팀은 8강에 직행하고, 나머지 4팀은 각 조 2위와 3위간 8강 진출전을 통해 결정된다. 8강부터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를 통해 챔피언을 가린다.

FIBA 랭킹 53위인 한국은 조별리그 A조에서 7위 호주(6일), 87위 카타르(8일), 29위 레바논(11일)을 상대한다.

최다우승팀은 중국

FIBA 아시아컵은 전신인 ABC 아시아선수권의 역사를 계승하며 1960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도 31번째를 맞이한다. 대회 최다우승팀은 '만리장성' 중국이다. 1975년 8회 방콕 대회를 시작으로 자국에서 열린 지난 2015년 28회 창사 대회까지 총 16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모든 우승 횟수(14회)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다. 두 차례의 5연패와 한 차례의 4연패를 달성한 것도 중국이 유일하다.

최다 우승국 2위는 필리핀이다. 초대 대회 개최국이자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총 5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대회 초창기의 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은 1985년 쿠알라룸푸르 대회로 무려 32년 전이다. 3위는 이란으로 2000년대 이후 중동 농구의 약진을 반영하는 대표 주자로서 3번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역대 아시아컵에 25회 출전하여 총 2회 우승으로 일본-호주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1969년 방콕 대회(김영기 감독)와 1997년 리야드 대회(고 정광석 감독)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횟수는 적지만, 특이하게도 준우승이 11회, 3위 12회로 모두 최다 기록이다. 대회 참가국을 통틀어 '빅3'안에 든 경험이 가장 많을 만큼 아시아의 강호로 한 축을 담당했다.

아시아컵에서 한국의 우승 도전을 가장 자주 가로막은 난적은 중국이었다.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농구는 아시아에서 중국에 유일하게 도전할 수 있는 2인자의 위치였다. 한국은 역대 아시아컵에서 조별리그나 토너먼트에서는 중국을 이긴 경험이 있지만, 결승전에서 만났을 때는 9전 전패를 기록했다. 한국이 정상에 올랐던 1969년과 1997년에는 모두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87년 방콕 대회의 이충희, 1995년 서울 대회의 허재, 1997년 리야드 대회의 전희철 등은 모두 대회 MVP를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농구의 명예를 높였다. 특히 이충희와 허재는 준우승 팀이었음에도 걸출한 실력을 인정받아 MVP에 오른 사례였다.

2000년대 이후로는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고, 아시아 경쟁국들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면서 부침이 심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농구는 2003년 중국 하얼빈 대회 준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2005년 카타르 도하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빅3 진입에 실패했다. 2009년 중국 톈진 대회에서는 7위로 대회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경신했다.

최근 20년간 8번의 대회에서 한국은 3위만 4번을 기록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2015년 창사 대회와 2022년 자카르타 대회에서는 6위에 그치며 대회마다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직전 대회인 자카르타 대회는 추일승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대회 초반 중국을 꺾는 등 3연승으로 순항했으나, 뉴질랜드와의 8강전에서 덜미를 잡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밀레니엄 황금세대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이번 농구대표팀은 이현중, 여준석, 이정현 등 소위 '밀레니엄 황금세대'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현중은 호주 일라와라 호크스를 거쳐, 최근엔 일본 프로농구 B리그 나가사키 벨카로 이적한 3&D 자원이다. 여준석은 2022년 미국으로 떠나 곤자가대를 거쳐 현재 NCAA 시애틀대에서 뛰고 있는 장신 포워드다. 두 선수 모두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해외파에 장신스윙맨 자원들로, 이번 대표팀의 '원투펀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KBL 최고의 듀얼가드로 성장한 이정현을 비롯하여 창원 LG 우승의 주역 유기상,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빅맨 이승현과 김종규 등이 뒤를 받친다. 김종규와 이우석을 제외하면 4년전 자카르타 대회에 비교하여 엔트리가 완전히 물갈이됐다. 대표팀은 국내에서 열린 일본-카타르와의 평가전 4연전에서 역동적인 경기력으로 전승을 거두며 농구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농구대표팀이 이번 아시아컵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하필이면 한국이 속한 A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험난한 '죽음의 조'로 꼽히고 있다.

호주는 지난 대회 디펜딩챔피언이자 FIBA랭킹 7위라는 순위에서 보듯 세계적인 강호로 꼽힌다. 주축 선수 중 다수가 NBA(미국프로농구)나 유럽 상위권 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호주 자국 리그의 경쟁력도 막강하다. 세계적인 강호들이 모이는 올림픽에서도 메달권과 8강을 오르내리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에는 비교적 늦게 편입되었음에도 합류하자마자 지난 두 번의 아시아컵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를 만큼 차원이 다른 위용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 일본, 뉴질랜드 중동팀들을 제치고 부동의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고 있어서, 한국에는 버거운 난적이 될 전망이다.

또한 레바논은 지난 대회 결승에서 바로 호주와 맞붙어 준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레바논은 대회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만 4번을 차지하며 아시아컵 무관 국가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 대회 MVP이자 한국의 천적으로 꼽히는 특급가드 와엘 아락지가 당초 부상으로 출전이 불발될 것으로 보였으나 최종엔트리에 결국 합류한 것도 한국농구에는 악재다.

카타르는 사실상의 다국적 팀이다.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출신의 혼혈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귀화선수 브랜든 굿윈은 지난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준바 있다. 한국보다 피바랭킹이 낮고 지난 두 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이겼다고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현실적으로 카타르와 레바논을 잡고 호주에 이어 조 2위를 노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한국농구는 라건아와의 계약이 만료된 이후 후임자로 마땅한 귀화선수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 국내 평가전에서도 드러났듯이 골밑을 안정적으로 지켜줄 림프로텍터의 부재와 리바운드 열세가 약점으로 꼽힌다. 젊은 선수들의 폭발력은 한번 기세를 탈 때는 대단하지만, 전반적으로 국제 경험이 부족하여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는 건 불안요소다.

안준호 감독은 이번 아시아컵을 앞두고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남자 농구의 '전설'이 되겠다"는 야심찬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한국농구는 더이상 아시아컵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라기보다는 '언더독'에 가까운 도전자의 입장이 됐다. 대표팀이 과연 이번 대회에서 '황금세대'라는 기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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