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길었던 3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지난 7월 27일, K리그1 24라운드 경기를 위해 대구 원정길에 오른 포항이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날 경기에서는 많은 득점이 터지진 않았다. 후반 22분, VAR 판독 끝에 가까스로 얻은 PK를 넣은 이호재의 득점이 유일한 골이었다. 선제골 이후 포항은 골문을 단단히 잠가버렸다.
포항은 후반 정규 시간 종료 약 3분 전, 두 장의 수비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 두 선수 중 유독 눈길이 가는 이가 있었다. 바로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신광훈. 이날 출전으로 K리그1에서만 무려 420경기(국내 대회 통산 487경기)를 출전한 그는, 포항의 맏형으로서 팀의 귀중한 승점 3점을 지키는 데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깜짝 출전도 아니었다. 이번 시즌 리그 출전 수만 해도 벌써 24경기. 신광훈은 올해로 만 38세에 접어든 베테랑이지만, 그의 시간은 멈춰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다음은 지난 4일,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3연패에서 탈출한 포항과 신광훈.
포항스틸러스 제공
-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 같다. 지난 경기 승리 비결이 있다면.
"일곱 시즌 동안 이기지 못했던 대구 원정에서의 승리였습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저는 10분만 출전해서 힘들진 않았어요(웃음). 기성용 선수가 오면서 이 징크스가 깨졌는데, (기)성용이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 22라운드에서는 엄청난 도움을 기록했다. 패배가 아쉽긴 했지만, 이번 시즌 리그 첫 도움이라서 더욱 특별했을 것 같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사실 훈련 중에도 (홍)윤상이와 자주 연습하던 장면이었어요. 연습 장면이 그라운드 위에서 그대로 재연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윤상이도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부활하는 득점에 도움을 기록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 포항이 원래 많은 실점을 허용하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쉽게 실점을 허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사실 상대가 잘해서 대량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우리의 안일한 생각과 부족한 집중력에서 나온 결과이죠. 결국 우리의 책임입니다. 많은 실점을 줄이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비의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죠."
- 2006년, 포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포항은 어떤 팀이었나.
"솔직하게 당시 포항은 지금보다 선수 스쿼드가 더 좋은 팀이었어요. 외국인 감독님도 오시고 팀이 변화하는 시기였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2007년에는 K리그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 물론 어느덧 4년 전 일이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포항으로 복귀했다. 복귀를 결심하시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강원에서 재밌게 축구를 하다가 시간이 지나 FA신분이 됐습니다. 팀과의 재계약 상황이 지지부진했는데 때마침 포항에서 저를 원한다며 연락을 주었어요. 당시 제 나이가 서른 다섯이었는데 '포항에서 은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자도 포항이라면 무조건 가야한다고 했죠. 남자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웃음). 결과론적으로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포항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은
▲코치와 신인 선수에서 감독과 최고참 선수로 재회한 박태하 감독
포항스틸러스 제공
- 포항과 많은 추억이 있을 것 같다. 가장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무래도 K리그 최초 더블을 달성했을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리그와 FA컵(현 코리아컵)을 동시에 우승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정말 대단한 기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12~14시즌에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이 아직도 많이 생각이 나요."
- 프로 데뷔 당시에는 코치로 계셨던 박태하 감독님과 감독과 최고참 선수로 재회했다. 그때와 지금은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은데.
"축구로 이야기하자면 감독님은 많은 점에서 달라지셨어요. 공부와 연구를 정말 많이 하시는 분이세요. 감독님이랑 축구를 하면 일단 재밌습니다. 하지만 '인간 박태하'는 그때와 전혀 변한 것이 없어요. 정말 좋으신 분이시죠. 항상 선수들을 생각하시고 배려해 주세요. 원래도 좋은 분이셨지만 지금은 선수들에게 더 좋은 분이 되신 것 같습니다."
- 현재 리그에서 가장 최고참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만큼 몸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최고참으로서의 특별한 비결 같은 건 없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최고참이 될 줄 몰랐습니다. 그냥 매 경기 버티고 즐기면서 뛰다 보니깐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도 꼭 한 가지를 말씀드려야 한다면 결국 태도인 것 같아요. 훈련에 임하는 태도,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의 태도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겠네요. 매사에 임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박정민 배우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라는 신광훈/
포항스틸러스 제공
- 여담이지만, 축구장 밖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깊이 있는 글을 쓰시는 것이 인상적이다. 처음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
"자기 개발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 자신을 보며 '무엇이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행자>라는 책에서 지금 당장 해보라고 하는 것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아무 영상이나 올리라든지, 블로그를 시작해서 아무 글이나 작성하는 것 등이 있죠. 그게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어요. 요즘은 배우 박정민 님의 책을 읽고 있는 이분께서 쓰신 스타일의 글을 써보고 싶어요.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기록으로 남겠죠. 박정민 님께서 또 출판사 대표이시니깐 언젠간 제가 작가로서 러브콜을 받는 그런 상상을 가끔은 하기도 합니다(웃음)."
- 이제는 선수 생활 이후도 고민할 시기같다. 향후의 특별한 목표나 계획이 있나.
"선수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5~6년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배우 박정민 님께 러브콜을 받아서 축구가 아닌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여전히 축구계에 몸담고 있겠네요(웃음)."
-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포항이다. 다가오는 광주전에 대한 각오 한마디 한다면.
"위아래로 승점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합니다. 간절하게 준비하고 경기해서 지난 홈경기에서의 아쉬움을 반드시 털어버리고 싶습니다. 성용이가 최근 연습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는데, 이번 경기에선 진짜 데뷔골을 넣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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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경기' 포항 신광훈 "성용이에게 공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