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작품 연대기극에서 언급되는 셰익스피어의 극을 보고 어느 시기일지 짐작해 보자.
최서영
셰익스피어보다 이미 뛰어난 연극계 인물이 있었다
우리는 영국의 대표 극작가로 셰익스피어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셰익스피어보다 일찍이 자리를 잡은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출신의 뛰어난 극작가들이 있었다.
크리스토퍼 말로우(Christopher Marlowe)는 그중 한 명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연극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며 둘의 우정을 통해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의 성숙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주목해 보는 것이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말로우가 죽음을 조작하고 셰익스피어라는 가명으로 극을 연재해 왔다는 가설도 있을 정도로, 셰익스피어 초기 비극에서 말로우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연극 속에서 셰익스피어가 극의 아이디어를 얻거나 영감을 받는 과정에 말로우가 어떻게 기여하는지 유심히 살펴 보자.
훗날 이 사람은 극작가 '존 웹스터'가 됩니다
또한, 셰익스피어와 시대를 공유하는 또 다른 영국의 극작가가 이 연극 스토리에도 등장하는데, 훗날 극작가로 성장할 존 웹스터(John Webster)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존 웹스터가 한창 활동할 시기는 제임스 1세가 통치하는 시기로,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다루는 복수 비극(Revenge tragedy)이 유행했다. 이 시기의 연극을 '자코비언 드라마(Jacobean drama)'라고 한다.
바로 이 극의 특성이 힌트다. 연극 속에서 유독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에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 있다면, 그가 바로 훗날 <하얀 악마(The White Devil)>나 <말피 공작부인(The Duchess of Malfi)>과 같은 걸작 복수 비극을 남긴 존 웹스터를 상징하는 캐릭터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초기 모습과 성향을 추측하며 극을 관람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글로브 극장에서 보았던 <한여름 밤의 꿈>은 전공 수업 발표를 위해 모든 장면을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난 관객들과 하나 되어 몰입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내가 두드러진 이방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애드리브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던 영어 실력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이번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달랐다. 자국의 언어로 관객과 하나 되어 웃고 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온몸으로 느꼈다. 편안한 기쁨으로 벅차오르는 한여름 밤이었다. 나처럼 미치광이가 아니어도 셰익스피어에 충분히 빠질 수 있는 여름밤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이 연극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를.
▲커튼콜공연을 본 날은 운이 좋게 커튼콜 데이였다.최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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