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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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클레이는 사라지지 않나? 클레이는 비싸고 불편하다. 그런데도 왜 남아 있을까? 이유는 단순한 '전통'이 아니다. 경제, 정치, 문화가 얽힌 복잡한 힘의 균형 때문이다.
남유럽과 라틴아메리카는 1960~1980년대에 조성된 클럽 코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기반층을 활용하면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하드코트로 전환할 유인이 낮다.
또한 클레이는 지역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라파엘 나달은 단순한 선수가 아니라 스페인 테니스의 상징이다. 브라질의 구스타보 쿠에르텐도 마찬가지였다. 이 스타들의 성공은 클레이에서 시작됐고, 그 성공이 남긴 유산은 유소년 아카데미의 훈련 모델로 자리 잡았다. 긴 랠리, 지구력, 스핀 중심 전술은 남유럽과 남미 테니스의 DNA가 됐다.
경제적 요인도 있다.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은 올해 총상금 5600만 유로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ATP 투어 전체 수익에서 클레이 시즌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로 이어지는 '봄 클레이 스윙'은 중계권 패키지와 스폰서 노출의 핵심 구간이다. 이를 없앤다면 투어와 대회 모두 막대한 손실을 본다.
정치적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테니스 연맹은 ATP·WTA 이사회에서 15% 이상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클레이 시즌을 줄이는 문제는 거버넌스의 균형을 흔드는 일이 된다.
마지막으로, 클레이는 종목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다. 단일 표면 투어는 특정 체형과 플레이 스타일을 과도하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하드코트 일색이 되면 강서브와 파워 테니스가 지배하는 스포츠로 변할 것이다. 클레이는 다양성을 지키고, 랭킹 공정성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결국 코트는 표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드코트는 효율과 속도, 그리고 상업화의 언어를 대변한다. 클레이는 느리지만, 테니스의 다양성과 지역 문화, 그리고 정치적 균형을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다.
코트 안에는 돈, 권력, 문화가 얽혀 있다. 테니스는 결국 '표면'적으로라도 정치를 피할 수 없는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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