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자보이즈< 가상 그룹인 사자보이즈의 무대 공연 장면
넥플릭스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글로벌 흥행 열풍으로 우리 전통 복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실 보이그룹 못지않은 힙한 칼군무로 시선을 사로잡은 사자보이즈의 저승사자 의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화젯거리다.
저승사자 의상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핫한 의상이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저승사자하면 납량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나 죽음, 망자의 한을 떠올렸을 법한 국내 관객들의 경우 저승사자 의상의 스타일리시한 변신에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소 호들갑스러운 반응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승사자 의상에 대한 평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관객들의 평가가 그만큼 호평 일변도라는 이야기다.
어쩌면 해외 관객들에게 저승사자 의상은 염라대왕의 심부름꾼인 사자(使者)가 아니라 악령 귀마의 명을 따르는 사자(saja) 의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사자(使者)와 사자(saja)는 역할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의 무속신화 의상인 저승사자 의상은 사자보이즈의 소다팝(Soda Pop) 의상과 유어 아이돌(Your Idol) 의상만큼이나 큰 정체성의 차이를 결합한, 전 세계인이 환호하는 악령돌의 무대복이 됐다. 그것도 아주 독보적으로 말이다.
저승사자 의상에 담겨 있는 무속문화의 상징성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에게조차 도포나 갓은 이제 매력을 넘어 마력(魔力)의 전통 복식으로 통할 정도다. 데몬의 혼령체인 불꽃이 일렁거리는 무대에서 검은 잎새마냥 유연하게 나풀거리는 도포 자락에는 이제껏 향유되지 않았던 신비로움이 새롭게 장착됐다.
통상 불꽃은 신성한 신이나 힘을 상징하지만 영화 속 불꽃은 위협과 파괴를 의미한다. 그런 불꽃을 배경으로 죽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우아함을 담고 있는 검은색 도포는 악령돌의 이미지와 찰떡 궁합이다.
▲사자보이즈 공연사자보이즈가 귀마 데몬의 혼령체인 불꽃을 무대로 공연을 펼치는 모습넷플릭스
도포 못지않은 저승사자 의상의 또다른 핵심 아이템인 갓에 대한 주목도도 심상치않다. 저승사자 의상에서 갓은 영혼을 인도하는 사자의 기품과 근엄한 자태를 상징한다. 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갓은 섹시하고 트렌디하다. 더하여 서사가 있다.
사자보이즈의 리더인 진우가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진우의 갓은 다양한 영화적 장치로 쓰인다. 갓은 진우가 400년 전 조선에서 온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어 '죽어가는 왕, 부서진 왕관/ 불은 이대로 꺼지는가?'라는 노래를 부르는 진우의 얼굴 반을 가린 커다란 갓은 관객을 그의 목소리와 노래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연출하면서 거리의 악사였던 진우의 서사에 호기심과 깊이를 더한다.
재미있는 건 영화 속 갓의 형태는 전통 디자인 그대로이지만 갓의 착용법은 지극히 현대적이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오렌지, 보라 등의 컬러풀한 헤어 컬러가 돋보이는 사자보이즈 멤버들의 헤어스타일은 개성 강한 실제 아이돌의 헤어스타일과 다를 게 없다. 머리가 짧아서 상투를 틀 수 없고 그래서 망건이 필요없는, 전통 모자 갓과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이다. 그럼에도 화려한 갓끈과 사자보이즈 멤버들이 착용한 귀걸이가 흔들리며 교차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갓을 활용한 무대의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귀마 데몬의 조종으로 악령 사냥꾼인 헌트릭스와의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무대에서 진우가 유어 아이돌 노래를 부르며 손으로 갓을 살짝 돌리는 장면은 영화 속 사자보이즈 팬들만이 아니라 영화 밖 관객들의 심장까지 홀리고 있다.
조선 후기 민화 작호도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캐릭터 서씨가 쓰고 있는 갓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추세다. 진우의 전령사로 호랑이 더피와 한몸처럼 다니는 까치 서씨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귀여운 호랑이와 갓을 쓴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판매숍에는 하루 30만 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K콘텐츠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예시다.
전통적인 저승사자의 개념은 가져왔으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진화한 저승사자 의상은 이제 대중문화의 상징이 됐다. 한국 전통 복식이 글로벌 문화의 아이콘으로 스릴있게, 신비롭게, 아름답게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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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패션 관련학과 학사, 석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출판사 편집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국내 섬유, 패션 전문지에서 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지난해 퇴직했습니다. 개인적인 관심 분야는 패션 외 정치, 도서, 그림 등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조금 잡다하게 좋아하고 즐기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