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스틸컷
튜브엔터테인먼트
소외되고 낙후된 땅에 귀한 것이 있다
주인공은 이름 없는 소녀(이토 아유미 분)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중국계 이주민 여자가 시체안치소에 누워 있는데, 이 자리에 온 이들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누구 하나 나서 그녀와의 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 우리로 치면 그녀가 불법체류자인 때문이다. 이 자리엔 죽은 이의 딸도 와 있는데, 그녀 또한 죽은 이와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부정하지도 않지만.
엄마가 죽어 기댈 곳 없어진 소녀는 이리저리 떠밀리다 매춘부 글리코(차라 분)에게 거둬지게 된다. 처음엔 소녀를 탐탁찮게 여기던 그녀는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그녀를 떠맡았지만, 차츰 정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글리코는 소녀에게 호랑나비를 뜻하는 아게하라는 이름을 주고, 가까이 지내는 이들을 소개한다. 페이 홍(미카미 히로시 분), 랑(와타베 아츠로 분), 흑인 복서 출신인 아론 등이다. 기댈 곳 없이 혼자였던 아게하가 일본 내국인이 찾지 않는 교외, 그것도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뚜렷한 직업 없는 주변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야기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이룬다.
이 영화가 왜 좋으냐를 묻는다면 난감해진다.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라 하면 딱 잘라 이것이다 하고 말하기가 어렵다. 옌타운을 주름잡고 있는 중국계 조직이 위조지폐를 만들 수 있는 필름을 입수하려다 그것이 우연히 아게하와 그 패거리 손에 들어온다는 것, 글리코가 가수로 크게 성공하는 과정에서 소속사에 의해 일행과 떨어지게 된다는 것, 두 가지 흔하고 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제멋대로 얽혔다 풀어지며 영화가 끝난다는 게 전부인 것이다. 온갖 상황을 겪고 나서도 아게하와 그 패거리가 처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나아지거나 하는 것은 아닌데, 영화를 보고 난 이들의 마음과 또 아게하의 마음에 분명히 전과 달라진 파동이 일어난다는 게 이 영화가 특별히 기억되는 이유일 테다.
말하자면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가 어째서 훌륭한 작품인가를 언어로 잡아 글로써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 영화는 성공을 동경하는 주변인의 욕망을, 관계를 갈망하는 외로운 인간의 갈망을, 그 가운데서 몰락하고 지탱되는 순간, 나아가는 선택과 그렇지 못한 결정들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그 장면들을 영화는 아름답게 채집한다. 이를테면 우연치 않은 사건으로 죽음을 맞은 일본인 조직폭력배를 암매장하고 돌아오는 길, 아게하와 그 패거리가 탄 트럭 뒷자리 풍경이라거나, 일본 정부가 뒤쫓고 있을 게 분명한 위조지폐를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무지막지하게 생산해내는 장면, 또 저를 떠나가 다시는 잡을 수 없게 된 옛사랑을 바라보는 모습 등을 이 영화는 너무나 어여쁘게 포집하고 있는 것이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포스터튜브엔터테인먼트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변치 않는 아름다움
마치 극중 글리코가 부르는 '마이 웨이'가 그러하듯, 처음엔 어색하고 낯선 이 영화의 분위기는 그것에 적응하기만 하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감상을 남긴다. 일본 내국인이 좀처럼 발 들이지 않는 소외된 지역에도 얼마든지 인간적인 삶이 있다고, 어쩌면 도시에서 멸종된 것처럼 보이는 낭만이며 순정 같은 것이 도리어 이 버려진 땅에 있을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어떤 눈에는 낙후된 우범지대일 수 있는 옌타운이, 실은 가장 고귀한 삶들이 모여 있는 곳일 수 있음을 짚어내는 감성이 그 시절 이와이 슌지에겐 있었던 것이다. 또 그를 알아보는 눈들 또한 그 시절엔 분명히 있었다.
거리낌 없이 다른 이들을 재단하고 평가하는 시대다. 뒤처지고 낙후된 것은 더는 존중받지 못한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속 아게하의 패거리가 그렇듯이, 옌타운으로 밀려나고 그곳에서도 더 소외된 지역으로 몰려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에겐 돌아볼 무엇도 없다고 무시되고 폄훼되기 십상이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것은 돌아봐지지 않는 곳을 진득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며, 그곳에 도리어 더 귀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마침내 그 기대를 현실화시켜내는 실력까지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와이 슌지가 옌타운에서 캐낸 건 낭만과 순정이며, 조건과 이해득실을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가는 감정과 감성이다. 나는 이와 같은 것을 요 근래 작품에선 거의 보지 못 하였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를 보고 나서야 우리는 정말이지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귀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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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