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문수에는 대전 러버스의 목소리만 흐르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생중계하던 K리그 음유시인 소준일 캐스터의 한 마디가 모든 상황을 압축하여 전달하는 듯 보였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울산 호랑이의 위용을 자랑하던 그 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7~18년 경남 FC 골잡이로 활약하며 63게임 48골(게임 당 0.76골)이라는 놀라운 결정력을 자랑하던 말컹(브라질)이 울산 HD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게임을 뛰었지만 대전하나 시티즌 이창근 골키퍼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홈 팀 울산 HD 선수들이 1골에 안주하는 사이에 대전하나 시티즌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극장 역전골을 터뜨리며 최근 5게임 연속 무승부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끊어냈다. 그 주인공은 후반 교체 선수 김준범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전하나 시티즌이 23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25 K리그1 울산 HD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다시 2위 자리로 올라섰다. 전통 강호 울산 HD를 상대로 2011년 이후 14년만에 상대 전적 2승 이상을 기록한 것이니 더 특별한 승리 감동을 느낀 것이다.
울산 최근 5게임 연속 무승 수렁, 대전하나 최근 5게임 연속 무승부 악연 잘라내
지난 4월 1일에도 같은 곳에서 울산 HD를 상대로 3-2 짜릿한 승리를 이끌어냈던 대전하나 시티즌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울산 HD를 상대로 효율적인 압박 축구를 펼치며 끝까지 기회를 노렸다.
첫 골은 홈 팀 울산 HD가 넣었다. 42분 26초, 루빅손의 스루패스를 받은 에릭이 오른발 대각선 슛을 반 박자 빠르게 차 넣은 것이다. 하지만 홈 팀 울산 HD는 첫 골 기쁨을 오래 누리지 못했다. 단 2분 25초 뒤에 허무한 동점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대전하나 시티즌의 동점골 주인공이 이명재였기에 울산 홈팬들은 더 아쉬움을 느꼈다. 김천 상무 군 복무 시기를 빼고는 10시즌 내내 울산 HD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였기에 더 그랬다.
최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야 하는 홈 팀 울산 HD는 58분에 한꺼번에 3명의 교체 카드(엄원상, 정우영, 말컹)를 내밀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과거의 말컹만을 떠올리며 공격적으로 다양한 전술을 펼치지 못한 것이 악수가 됐다.
89분에 말컹이 오른발 노마크 슛으로 결승골을 노린 것도 모자라 바로 이어진 두 번째 슛 기회에서 라카바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몸까지 날렸지만 대전하나 시티즌 주장 완장을 찬 이창근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앞에 얼굴을 감싸쥘 뿐이었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3분 37초에 믿기 힘든 역전 결승골이 반대쪽 골대로 굴러 들어갔다. 대전하나 시티즌의 슈퍼 서브 정재희의 짧은 패스가 울산 HD 수비수 서명관의 발끝에 맞고 굴러온 것을 김준범이 절묘하게 오른발로 깔아차 조현우가 지키고 있는 울산 HD 골문 오른쪽 기둥 안쪽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후 추가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이진현의 왼발 중거리슛(90+8분)도 불을 뿜었지만 대전하나 시티즌 이창근 골키퍼의 순발력 앞에 멈출 뿐이었다. 대전하나 시티즌의 울산 어웨이 게임 2승 기록은 14년 전인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어웨이 게임 2-1 승리(2011년 3월 6일), 홈 게임 1-0 승리(2011년 8월 20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무려 14년이 지나서 이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25년 2월 23일 울산 HD와의 홈 게임에서 0-2로 패한 대전하나 시티즌은 4월 1일 어웨이 게임 3-2 승리에 이어, 이번 7월 23일 어웨이 게임 2-1 역전승까지 강팀을 상대로 시즌 2승 이상을 챙겼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울산 HD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특히 이번 게임 선수들이 빌드 업 과정에서 어이없는 패스 미스를 기록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28분에 미드필더 박민서가 연속 패스 미스를 기록한 것을 포함하여 울산 HD 일부 선수들의 패스 방향과 거리 모두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42분에는 서명관이 반대쪽으로 빌드 업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롱 패스를 날렸는데 옆줄을 벗어나는 바람에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55분에는 간판 미드필더 보야니치의 아찔한 백 패스 미스까지 이어질 정도로 울산 HD가 최근 게임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고 흔들리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울산 HD 왼발잡이 미드필더 이진현의 후반 추가 시간 8분 중거리슛까지 대전하나 시티즌 이창근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으니 그들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대전하나 시티즌은 5게임 연속 무승부라는 불편한 인연을 멋지게 끊어낸 것이다. 지난 5월 24일 대구 FC와의 홈 게임 2-1 승리 이후 두 달, 일곱 게임만에 승리 감격을 맛본 것이다.
울산 HD로서는 최근 5게임 연속 무승(2무 3패 5득점 9실점)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김판곤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울산 HD의 공격력(골 결정력)이 상대적으로 모자란 것은 득점 기록만 봐도 K리그1 앞에서부터 5위(22게임 26골)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울산 HD의 현재 순위 7위 자리도 단 1게임 끝날 때마다 더 아래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7위 울산 HD의 승점은 현재 30점인데, 승강 플레이오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10위 팀과 겨우 3점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이제 대전하나 시티즌(2위)는 오는 27일 오후 7시 FC 서울(4위)을 안방 퍼플 아레나로 불러들인다. 위기의 울산 HD(7위)도 같은 날 같은 시각 강원 FC(9위)를 만나기 위해 강릉 하이원 아레나로 찾아간다.
◇ 2025 K리그1 결과(7월 23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
★ 울산 HD 1-2 대전하나 시티즌 [골, 도움 기록 : 에릭(42분 26초,도움-루빅손) / 이명재(44분 51초,도움-유강현), 김준범(90+3분 37초)]
◇ 울산 HD (3-4-3 감독 : 김판곤)
FW : 루빅손, 에릭(85분↔최석현), 이진현
MF : 박민서(58분↔말컹), 보야니치(58분↔정우영), 백인우(46분↔라카바), 강상우(58분↔엄원상)
DF : 이재익, 김영권, 서명관
GK : 조현우
◇ 대전하나 시티즌 (4-3-3 감독 : 황선홍)
FW : 김현오(29분↔에르난데스/58분↔정재희), 유강현(46분↔주민규), 서진수(87분↔김현욱)
MF : 이순민, 김한서(46분↔김준범), 김봉수
DF : 이명재, 안톤, 김민덕, 김문환
GK : 이창근
◇ 2025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51점 15승 6무 2패 41득점 18실점 +23
2 대전하나 시티즌 39점 10승 9무 4패 32득점 27실점 +5
3 김천 상무 36점 10승 6무 7패 31득점 23실점 +8
4 FC 서울 33점 8승 9무 6패 26득점 23실점 +3
5 포항 스틸러스 32점 9승 5무 9패 29득점 34실점 -5
6 광주 FC 32점 8승 8무 7패 24득점 26실점 -2
7 울산 HD 30점 8승 6무 8패 26득점 24실점 +2
8 제주 SK 29점 8승 5무 10패 26득점 29실점 -3
9 강원 FC 29점 8승 5무 10패 22득점 28실점 -6
10 FC 안양 27점 8승 3무 12패 28득점 30실점 -2
11 수원 FC 22점 5승 7무 10패 26득점 29실점 -3
12 대구 FC 14점 3승 5무 15패 24득점 44실점 -20☞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