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은 이재명 정부의 '5만석 규모 공연장 조성' 정책을 반겼다.
신나리
사실 케이팝 종주국인 국내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공연장 부족에 시달리는 문제는 여러 번 나왔다. 현재 국내에 전문 대형 공연장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최대 6만 5000석)과 고척스카이돔(최대 2만 5000석) 뿐이다. 게다가 고척스카이돔은 프로야구 경기 일정의 영향을 받아 야구 시즌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대관이 힘든 상황이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최대 4만 5000석)은 리모델링으로 문을 닫았다. 결국 스타디움급 공연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잔디 훼손 등을 이유로 들며 콘서트 대관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서울시 공연장 부족, 수도권 대형 공연장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제한 최윤순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이사는 미국의 사례를 먼저 언급했다. 최 이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영화 '꿈의 구장'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옥수수밭을 사들여 8000석 규모의 임시 야구장을 건립했다. 만약 이런 일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능할지 생각 해봤을 때 많은 민원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인허가·민원·대관료·지자체조례 등의 문제로 경찰서·소방서·지자체 등 협조가 필요한 여러 분야를 하나씩 언급했다. 최 이사는 "서울시에 공연장이 없으니 결국 방탄소년단 제이홉·진, 블랙핑크·트와이스·스트레이키즈 등 대형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고양 종합운동장, 인천 아시아드 등의 경기장에서 공연한다. 혹은 서울대공원, 킨텍스 야외공연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을 감내하면서도 공연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외에는 1만 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이 훨씬 더 잘 갖춰져 있다며 일본과 홍콩의 예를 들었다. 최 이사는 "도쿄의 경우 지하철로 연결되는 곳에 1만명 이상 공연 가능한 공연장이 10곳이 넘는다. 지금도 공연장을 만들고 있다, 엠넷의 음악 시상식 'MAMA'가 열리는 홍콩의 카이탁 스타디움도 5만 명 이상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인구 600만명인 싱가포르도 5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립 경기장이 있는데, 최근 개보수를 했다"고 밝혔다.
음공협은 새로운 공연장 설립도 중요하지만, 지자체마다 이미 있는 여러 중소형 공연장의 활용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현 음공협 회장은 "현실적으로 새로운 공연장 건립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부지를 선정해야 하고, 자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결국 새로운 공연장 건설만큼이나 이미 있는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1만~2만 명짜리가 전용 공연장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공연장은 여러 지자체에 충분히 있다. 또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지자체도 '우리 지역에서 공연해 달라'며 적극 나서야 한다. 결국 지자체장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인데, 지금까지는 이런 지자체장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수도권 지자체에서 대중음악 공연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고 대관 수수료 인하 등 행정적 협조를 해주면 좋겠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서울 공연장 부족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지자체는 공연장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민원'을 언급했다. 올해에만 지드래곤·콜드플레이·방탄소년단의 제이홉·블랙핑크 등 케이팝 대표 아티스트의 단독 콘서트가 연달아 열린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공연을 한 번 하면 '더 이상 공연하지 말라'는 민원이 빗발칩니다. 소음 제한 기준 절반 밑으로 낮추라거나 리허설 포함 본 공연은 학교 수업 끝난 후 하라고 합니다. 또 공연을 밤이 아닌 낮에 하라며, 고성·욕설·모욕을 동반한 민원인의 항의가 하루에도 100~200건씩 쏟아집니다. 내년 일정을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권민주 고양시 문화예술과 전문위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면서 '표준안'을 언급했다. 적어도 공연 개최와 관련해 정부의 표준안이 마련되면, 지역 주민을 설득할 구실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서울 공연장 부족 사태의 대안지로 고양시가 버티고 있지만, (공연 개최가) 지속 가능할지는 확답하기 어렵다"면서 "기초자치단체 혼자서 헤쳐나갈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음·조명·종료 시간제한을 비롯해 공연 운영 표준안·체육시설 활용 시 수수료율 표준안이 있다면, 지자체로서는 공연을 개최하기 훨씬 수월해 진다"면서 "지하철과 광역버스 막차 시간 연장도 여러 협조가 필요하다. 대중문화 공연과 관련 산업이 더 활성화되려면 관련 법과 지자체의 조례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공협 등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의 체육시설 공연은 수입 10%를 사용료로 추가 징수해야 한다. 올림픽공원의 경우 6%, 고척스카이돔과 상암 월드컵경기장도 8% 정도다. 수도권에 있는 대부분의 경기장 스타디움은 10%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결국 이들은 지자체와 정부 문화 공연에 대한 사용료가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함께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정부가 표준안 만들어도 일괄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
▲'대중음악 공연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김현목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장, 권민주 고양시 문화예술과 전문위원,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최윤순 (주)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사,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왼쪽부터). 신나리
김현목 문체부 과장은 음공협과 지자체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한계를 언급했다.
김 과장은 "돈 문제가 있다. 5만 석 아레나 예산은 땅값 제외하고 약 6000 억이고, 만약 서울 용산에 짓는다고 하면 땅값만 건설비 이상 나와 1조로 잡아야 한다"라며 "그런데 저희 과 예산은 800억, 콘텐츠국 1년 예산이 1조가 안 되는데 국가에서도 예산 투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지자체에서는 표준안을 말하는데, 중앙정부가 표준안을 만든다고 해도 지역별 사정이 달라 모든 지자체가 이를 따를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라며 "일괄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문체부는 일단 올해 기재부에 40억 예산을 확보했다. 킨텍스 공연장에 이동형 의자를 깔아달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시설 개설을 위해 예산을 확보한 예산"이라며 "중대형 아레나 설립까지 시간이 걸리니, 그전까지 기존에 있는 고양시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설 개선 부분에 예산을 사용하려고 한다. 내년부터 공모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 대중문화·공연관계자들이 공연장 설립·개선과 관련해 논의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종현 음공협 회장은 "공연장 부족, 지자체의 비협조, 제도 미비 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어렵다"라면서 "현재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이 선전하며 케이팝 관련해 여러 장밋빛 예측이 나오지만, 이들이 공연할 '공간'이 없다면 이는 지속되기 어렵다. 문체부에서도 자문회의 등을 공식화해 대중문화·공연 관계자의 의견을 충실히 청취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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