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오죠 갱은 대부분 코레오 댄서와 안무가들이 주축을 이룬 <월우파>에서 몇 안 되는 정통 스트릿 댄스 팀에 가까웠다. 이부키와 쿄카 등은 댄서 씬에서는 유명했지만, <월우파> 이전까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인물들은 아니었다. '계급미션', '메가크루 미션', '월드 오브 케이팝', '글로벌 아티스트 퍼포먼스미션' 등 코레오 안무 창작과 연출이 미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월우파> 서바이벌에서, 멤버들의 안무 제작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오죠 갱은 항상 '언더독'으로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야했다.
그런데 방송이 진행되면서 오죠 갱 멤버들 개개인의 독특한 캐릭터와 매력이 부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특히 쿄카는 뛰어난 배틀 실력과 시니컬하면서도 거침없는 걸크러시 매력으로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며 이번 <월우파>가 배출한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
여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적인 매력의 이부키, 아이돌 출신의 화려한 미모로 시선을 모은 우와, 통통 튀는 헤어 스타일와 갸루 패션 등 시선 강탈 비주얼로 무대를 장악한 미나미와 쥰나 등도 모두 미션마다 고유의 매력을 발산했다. 겉보기엔 '센 언니들(갱)' 같지만 알고보면 '아가씨(오죠)'같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을 발산하는 오죠 갱의 이색 조합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을 거듭할수록 초기에는 반응이 저조했던 오죠 갱의 댄스미션 동영상이 하나같이 '역주행'하는가 하면, 출연자들의 SNS 팔로워가 모두 급증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다.
오죠 갱은 세미파이널 '댄스필름미션'에서 이미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던 한국팀 범접을 온라인 조회수와 '좋아요' 횟수에서 모두 앞서며 글로벌 대중평가 1위를 차지했다. 범접은 세미파이널에서 오죠 갱에 밀려 3위까지 내려앉았고, 탈락배틀에서 모티브에 패하여 결승진출이 좌절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어쩌면 가장 인지도와 대중성이 약한 팀으로 출발했던 오죠 갱이, 후반부에는 팬덤의 화력과 인기로 미션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역전시킨 것이다.
또한 범접의 탈락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결과적으로 마지막 파이널에서도 변수로 작용했는데, 외국팀 3팀간의 경쟁이 된 파이널에서 그동안 대중적으로 탄탄한 개인 팬덤들을 구축한 오죠 갱이 가장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확고한 한국팬덤을 보유한 범접이 파이널에 올랐다면, 오죠 갱의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죠 갱은 이로써 <스우파>의 남녀 전 시즌을 합쳐서 스트릿 댄스크루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스우파 시리즈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즌 1, 2와 <스트릿 맨 파이터>의 연이은 성공을 통하여 국내에서 '댄서 열풍'을 일으킨 원조로 꼽힌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는 음지에 머물러있었던 댄서들의 매력과 전문성을 널리 알리며, 힙합과 스트릿, 코레오를 주류 문화로까지 끌어올린 것은, 스우파 시리즈가 남긴 최대의 업적으로 꼽힌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은 제작진은 이번에는 세계적인 댄서들이 나라와 장르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한다는 '국가대항전'을 표방하며 스케일을 키웠다.
카에아, 리에 하타, 쿄카, 이부키, 말리, 립제이 등 국적과 장르를 초월하여 세계적인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기발한 연출, 댄서들이 생각하는 자국의 정체성(아이덴티티)과 사회적 메시지에 대한 고민, 외국 댄서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케이팝의 매력과 재해석 등은 오직 <월우파>였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또한 사위티, 알리야 자넬, 애슐리 에베럿, 베이비슬릭, 카즈키요 등 세계적인 정통 안무가와 댄서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월드클래스들의 무대다운 놀라운 섭외력을 과시했다.
특히 하이라이트였던 메가크루 '국가 아이덴티티 미션'에서 생사의 경계를 한국인의 정서로 풀어낸 범접의 '몽경', 다인종 국가 미국의 불안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녹여낸 모티브의 '위 더 피플(We The People)' 등이 보여준 놀라운 완성도는, 미션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극찬을 자아냈다. 방송 내내 동시간대 화제성 1위를 놓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자아내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여러 잡음 남긴 <월우파>... 한계 극복은 어떻게?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엠넷
하지만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월우파>는 역대 스우파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잡음과 논란이 많았던 문제작이라는 오명도 피할 수 없었다. 이제는 엠넷 서바이벌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악마의 편집', 심사위원들의 자격 논란과 일관성 없는 판정 기준, 제작진의 편파적인 특정팀 밀어주기와 분량 차별을 둘러싼 공정성 의혹 등이 이미 첫 회부터 내내 끊이지 않았다.
또한 국가대항전이라는 포맷과 맞물려 프로그램에 과몰입한 일부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출연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악플과 인신공격성 비난은 방송 내내 심각한 수준이었다. 방송 초반부 아이키(범접)를 도발했던 알리야(에이지스쿼드), 계급미션에서는 허니제이(범접)를 워스트댄서로 지목했던 리에 하타(알에치도쿄) 등은 미션에서의 엄청난 활약상과는 별개로, 방송 내내 안티팬들에게는 몇몇 특정 장면에서의 이미지만 부각되어 엄청난 악플과 루머의 표적이 되어야 했다.
일부 출연자들의 경솔한 언행도 아쉬움을 남겼다. 범접 멤버인 허니제이와 아이키는 유투브에 출연하여 자신들의 출연방송을 리뷰하다가 상대 크루 출연자를 향하여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비판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우승팀 오죠 갱의 쿄카는 과거 욱일기(일본 전범기)가 그려진 옷을 착용한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올랐지만, 아직까지도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스우파 시즌1의 리더들로 구성된 홈팀 범접은 'K팝의 원조', '국내 올스타팀'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방송 내내 퍼포먼스나 팀워크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파이널 진출조차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유일하게 1등을 차지한 메가 크루 미션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현지에서 오직 자력으로 어렵게 뮤비를 제작하며 미션을 완수한 다른 크루들과는 달리, 제작진의 전폭적 지원을 누렸다는 '홈팀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편으로 범접의 부진과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월우파>의 서사적 매력이 변질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다. 어쩌면 제작진으로서는 시즌1의 홀리뱅처럼 범접에게 '초반 부진을 딛고 우승하는' 성장서사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개성 강한 리더들을 억지로 한 팀으로 모아 급조시킨 구성이나, 제작진의 노골적인 푸쉬와 연출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가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스트인 범접이 탈락하면서 외국팀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린 파이널은 상대적으로 이전 시리즈의 파이널에 비하여 긴장감과 완성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우승팀인 오죠 갱이 정작 팀간 메인 미션에서는 한 번도 1등을 차지해보지 못하고 최종 우승을 차지한 첫 크루가 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력 대결보다 스타성 있는 멤버를 보유한 팬덤간의 '인기투표'로 변질되어 버린 <월우파>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