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굿피플> 공연 사진
극단 기일게
'좋은 사람'을 향한 불편한 통찰
좋은 사람의 조건이 좋은 선택이라면, 이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티비는 마가렛을 궁지에 몰아넣는 선택을 했고, 도티 역시 마가렛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려 했으며, 마가렛은 마이크를 일면 난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상의 사례들에서 특정 인물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들에게 그럴 듯한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티비는 직장과 상사가 요구하는 가운데 마가렛을 마냥 옹호할 수 없다. 도티도 자신의 아들이 위기에 처했는데 친구보다는 아들에게 마음이 가는 게 당연하다. 궁지에 몰린 마가렛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저곳 자존심을 버린 채 도움을 청하고 다닌다. 이들은 나름 최선의 선택, 어쩌면 유일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들에 비해 선택지가 많은 사람은 의사 마이크와 그의 아내 케이트다. 마이크는 케이트의 아버지 밑에서 인턴 생활을 했고, 케이트는 의사의 딸이자 대학의 교수로 번듯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둘은 불쑥 찾아온 마가렛을 환대하고, 마가렛이 비아냥대거나 무례한 농담을 던져도 부드럽게 대꾸한다.
타인의 선택이나 행동이 마이크와 케이트의 실존을 위협하진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삶이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타인의 반응에 덜 취약하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 시늉을 해도,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게 친절을 베풀어도 이들의 삶은 굳건하다. 심지어 마가렛이 부부 관계를 갈라놓을 수 있는 치명적인 거짓말을 했음에도 케이트는 침착하고 친절하게 대응한다.
마이크와 케이트의 심성이 훌륭해서 좋은 선택을 하고,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이 전적으로 고운 심성 덕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지닌 계급적 특권은 이들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극은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다만 개인의 의지와 노력, 타고난 인품만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달리 말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한다.
한편 연극 <굿피플>은 정윤경(마가렛 역), 이승헌(스티비 역), 이정미(도티 역), 이주희(진 역), 이종무(마이크 역), 윤소희(케이트 역)가 원 캐스트로 출연하며 만들어간다. 연출은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신명민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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