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렛미인> 공연 사진
신시컴퍼니
잔혹하지만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
일라이는 누군가로부터 초대받지 않으면 피를 흘린다. 뱀파이어를 두고 다양한 전설이 여러 창작물을 통해서 전해졌지만, 뱀파이어의 초대와 관련된 전설은 그리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그 전설은 바로 초대받지 않은 뱀파이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전설인데, <렛미인>의 일라이가 그렇다.
들어오라는 말을 듣지 않고 오스카의 집에 들어가자 일라이의 머리에서부터 피가 흘러내린다. 오스카는 당황하지만, 이전까지 마음을 놓고 관계를 맺은 친구 일라이를 뒤늦게나마 초대한다. 이런 과정을 보고 있으면 초대와 환대, 소외와 배제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비록 뱀파이어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렛미인>은 본질적으로 사회로부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배제되는지 이야기하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오스카가 비인간으로 상정되는 일라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일라이를 관습적 분류의 틀에 맞추지 않고 단지 일라이 자체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라이도 오스카를 위해 본능을 거스르기도 한다. 흡혈의 욕망을 억지로 잠재우고, 먹어선 안 되는 음식을 억지로 먹었다가 오스카가 떠난 뒤 괴로워하며 구토를 하기도 한다.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전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는 존재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래서 <렛미인>은 잔혹한 호러인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 사랑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렛미인>은 2016년 한국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이다. 2020년 공연을 추진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 자체가 무산되는 아쉬움을 삼켰다. 2020년 당시 일라이 역으로 캐스팅되었으나 무대에 서지 못했던 백승연이 이번에 다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었고, 2016년 초연에서 오스카를 연기한 안승균이 같은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백승연은 권슬아와 함께 일라이를 연기하고, 안승균은 천우진과 함께 오스카를 연기한다. 하칸은 조정근과 지현준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렛미인>은 8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며, 뱀파이어를 다룬 작품의 특성상 충격적인 장면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관람에 참고하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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