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미러> 공연 사진
엠비제트컴퍼니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국가, 민족이라는 공동체는 상상의 산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관념은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고,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재구성한 끝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 권력은 역사를 재구성하고, 일종의 서사를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국가의 일원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 이미지, 미디어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첼릭은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만큼 교묘하게 권력을 옹호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연극을 비롯한 각종 예술은 언제든 이용될 수 있고, 그렇게 예술 자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권력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경각심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연극 <미러>를 보며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젠가 셰익스피어는 연극을 두고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름도 '미러(mirror)'인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명제를 다시 깨워 관객에게 전달한다. 연극은 언제나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고, 그렇게 "진실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한편 <미러>는 극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연극이다. 따라서 중요한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움직임이 관객들로부터 일어나고 있다. 필자 역시 보다 많은 관객들이 <미러>를 생생하게 즐기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에서 구체적인 스토리 언급을 자제하고자 했다.
<미러>는 2023년 처음 공개된 영국 웨스트엔드 최신작으로, 흥행과 호평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올해 초연을 진행하게 되었다. 첼릭 역에 김재범·김도빈·주민진, 아덤 역에 최호승·박정원·안지환, 문화부 공무원 메이 역에 이서현·조은정, 백스 역에 안창용·김세환이 각각 캐스팅되었다. 공연은 9월 14일까지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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