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교복시절> 스틸
㈜에무필름즈
1999년 그날의 대지진
또 하나 영화에서 눈여겨볼 설정이 대지진이다. 1999년 9월 21일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실제 참사를 영화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 같은 대만 출신 구파도 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도 잠시 언급되는 해당 사건이다. 한국에도 성수대교 붕괴를 언급한 <벌새>, 세월호 참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너와 나> 등이 있다. 이런 참사들이 그 사회에 미치는 영향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창작자 입장에선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초기 시나리오에 담겨 있는 지진 이야기를 두고 분명 조심스럽고 걱정했던 적이 있다. 영화 배경이 1997년부터 2000년이고, 지진은 1999년 일어났다. 삭제를 고민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시기 중요한 사건을 회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지진은 평범했던 당시 대만 사람들에게 준 영향이 컸다. 가족, 친구 간 사소한 갈등이 아무것도 아니며 그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우는 계기였다. 마냥 나쁜 기억을 소환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그 사건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영화로 묻고 싶었다.
실제 사건 당시 전 감독 데뷔 전이었다. 새벽 1시쯤으로 기억한다. 침대가 위, 아래로 날아다닐 정도라 죽겠구나 싶었다. 단수, 단전은 물론이고 전화도 되지 않았다. 다행히 큰 위기를 넘기고 다음날이 됐는데 제가 속한 제작사에서 전화가 왔다. 대표가 다큐멘터리 감독님이었는데 같이 난토라는 지역으로 가자더라.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었다. 다큐멘터리스트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현장에 갔는데 아무것도 찍을 수 없었다. 사람이 파묻혀 있고, 구조하는 현장을 목격하니 도저히 카메라를 꺼낼 수 없겠더라. 그 냄새와 공기,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그런 사회적 비극과 청소년들의 성장통, 가족의 화합을 녹인 건 그만큼 과감한 선택이었다. 촹 감독은 "영화 속 아이가 대학 입시를 치른 2000년대가 실제 대만에서도 입시 제도가 크게 바뀐 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학력고사처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교가 결정되는 시기에 학생들 스트레스는 엄청 컸을 것이라는 게 감독의 생각이었다. 2000년 이후 대만에서도 한국의 수시와 같은 제도가 생겼다고 한다. 감독은 "분명 집안 환경, 경제력에 따라 영화 속 학생들처럼 무언가 제한받고 위축되는 일도 있겠지만, 그런 걸 지나치고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걸 찾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게 영화 속 캐릭터들이 시험을 치른 그 이후를 상상했는지 물었다. 구이태는 "루커는 그때처럼 아이를 계속 좋아하면서 쫓아다녔을 것이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의대에 갔으니 무난하게 그 원하는 바에 맞춰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진연비는 "루커와는 친구 관계가 되어 자주는 아니지만 만나면 경계심과 허물 없는 사이가 됐을 것이고, 아이는 스스로 뭘 원하는지 아는 사람이 됐을 것"이라며 "결혼해 아기를 낳더라도 당시 야간반의 경험 등을 자양분 삼아 좋은 엄마,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어른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항첩여 또한 "학창시절 우정은 굉장히 귀한 것임을 잘 안다"며 "민은 그걸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사랑도 했지만 우정으로 자신이 깨달은 바가 크기에 편견에 맞서는 어른으로 살아갈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에 출연한 배우 진연비, 구이태, 황첩여(왼쪽부터).스튜디오 산타클로즈 엔터테인먼트, 에무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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