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사진
PL 엔터테인먼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을 위한 헌사
역적의 자식이라 손가락질 받던 남자 주인공 '단'은 골빈당의 일원이 되어 시조를 읊는다. 홍국은 골빈당을 제거하기 위한 계략의 일환으로 조선시조자랑을 다시 개최한다. 골빈당이 조선시조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제 발로 찾아오면 그들에게 역모 혐의를 뒤집어씌우겠다는 음모다.
'단'과 여자 주인공 '진', 그리고 골빈당 구성원들도 홍국의 속셈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무턱대고 조선시조자랑에 참가했다간 자칫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빈당은 조선시조자랑에 참가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목소리를 냈던 역사 속 인물들, 때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부당한 권력 앞에 쓰러진 인물들의 정신을 뮤지컬 속 골빈당이 이어받는다.
골빈당이 시조를 읊고, 권력을 비판하고, 백성들의 삶을 노래한다고 해서 세상이 당장 바뀌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실제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해서 골빈당의 노력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백성 중 누군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골빈당을 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실제 삶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골빈당은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고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조를 읊었을 것이다. 예술을 두고 무용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예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해내겠다고 다짐하는 예술가들이 있고, 골빈당도 그들 중 하나였을 테다.
백성들이 바라고 골빈당이 노래한 건 따지고 보면 그리 거창한 꿈이 아니었다. 시조를 즐겼다는 이유로 잡혀가고 핍박받는 세상에서 벗어나 마음껏 시조를 읊을 수 있는 세상을 노래했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세상, 내 삶이 부당하다면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개개인의 실제 삶이 여과를 거치지 않고 온전히 이야기되고, 결코 소거되지 않는 사회를 희망했다.
골빈당이 끝내 조선시조자랑에서 시조를 읊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의 꿈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고, 이들이 진정으로 꿈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울림은 무대와 객석에 짙게 남는데, 이런 골빈당의 퍼포먼스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8월 3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단' 역에 양희준·임규형·박정혁·김서형, '진' 역에 김수하·주다온·김세영이 출연한다. '홍국' 역은 임현수·조휘, 골빈당의 리더인 '십주' 역은 이경수·진태화가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사진PL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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