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영화인으로 꼽히는 독일 출신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한 마디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10년 전 공식석상에서 헤어조크는 "4500년 후에도 컴퓨터는 내 영화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한 신진 영화인은 여기서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우월성과 동시에 기술에 대한 공포심을 느꼈다고 한다.
폴란드 출신인 피에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를 찾아서>는 바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도발적인 말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올해로 29회째인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해당 작품은 독일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진 한 노동자의 실종사건을 추적해가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실종사건 배후에 인피니티 머신이라는 의문의 기계 장치가 있음을 암시하며 스릴러와 미스테리 요소를 담보했다.
이 신인 창작자의 작품이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택받은 건 다름 아닌 영화의 전체 시나리오를 AI가 작성했기 때문.
양가적 감정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개막직 <그를 찾아서>를 연출한 피에트르 비니에비츠 감독.
BIFAN
주로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던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은 직접 AI 개발팀과 제작팀을 꾸렸고, 영화 제작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왔다고 한다. 헤어조크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레이션을 하면서 실종사건 유가족, 이웃, 그리고 개발자들과 방송인 등이 인터뷰어로 출연해 인간을 지배하는 기계에 대한 생각들을 열거한다. 개연성이나 핍진성이 있다기 보단 AI가 제시한 대본과 구조를 있는 그대로 따른 결과라고 한다.
"미국 웹사이트 <애슐리 메디슨>에 실린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원하는 배우자를 웹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소위 챗봇으로 이성을 만나게끔 하는 기술이었다. 당시만 해도 AI 기술이 활성화된 때도 아니고 알고리즘으로 상대를 찾는 단순한 방식이었는데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더라. '심리적 강간'이라는 용어가 그때 생기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헤어조크 감독의 <로 앤 비홀드>('사이버 세상에 대한 몽상')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그 영화 시사회에서 문제의 그 발언을 했는데 앞서 제가 접한 기사와 그의 말을 통해서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명제를 생각하게 됐다. 인간이 가지는 우월감과 동시에 기술에 대해 품고 있는 두려움(테크노 포비아)을 영화로 다루고 싶었다."
다양한 기술의 활용
2019년 제작에 돌입한 피에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은 AI 기술이 생소하던 당시 분위기에서 투자를 따내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영화는 목소리 생성 AI인 리 스피쳐, 카메엘로 등으로 배우들의 음성을 만들어 적용시켰고, 제작 단계에서 직접 개발한 시나리오 생성툴을 사용해 헤어조크 감독 영화의 시나리오를 학습시켰다.
"그때만 해도 AI 기술을 활용한 영화 제작은 도전이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윤리적 숙제 때문에 변호사 도움도 받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제 영화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도발적 질문을 던지니 말이다. 이 영화로 AI의 미래를 선언하기보단 기술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AI가 만들어 낸 불완전한 시나리오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다. 지명과 도시, 캐릭터 이름까지 모두 AI가 만들어낸 거고, 최종 단계에서 우리가 각색한 버전이다. 그런 점에서 전 감독의 창작 관련 역할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위해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고, 어떻게 감독이 개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은 언제나 부족할 수 있으니 영화에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무엇이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영화 <그를 찾아서>의 한 장면.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피에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은 "기술의 가능성을 성찰하는 오픈북과도 같다"며 <그를 찾아서>의 의의를 설명했다. AI 기술 관련한 여러 논란들 즉, 지적 재산권 문제, 도덕과 윤리의 문제 등을 짚으며 그는 "사실 모든 과학 기술엔 어두운 이면이 있다. 그걸 거부하고 저항해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할리우드에서 이런 기술을 활용해 수익 창출로 연결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과 달리 누군가의 일자리까지 앗아가면서 이익을 챙기는 건 문제라고 본다.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은 정말 복잡한 존재일까 하는 질문이다. 기술은 곧 인간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인간의 패턴이 고스란히 기술에 적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구조, 복잡성은 AI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피에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은 헤어조크의 선언 혹은 다짐과도 같은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00년 남짓인 짧은 영화의 역사에서 여전히 인간은 생각을 표현할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한 이야기가 속편이 되고, 스핀오프가 되는 게 지금의 일정한 공식이 된 것 같은데 AI를 활용하든 다른 방식이든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표현할 방식을 찾고,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헤어조크 감독이 사실 매우 반항적이고 비규범적 감독임에도 자신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태도로 발언했다. 그건 주의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 또한 계속 기술과 영화를 고민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 같다. AI로 계속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든 영화를 개발하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보려 한다. 그런 차원에서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건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제 작품이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만 소개됐는데, 새로운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다. 유럽과 미국에선 AI 활용 영화를 두고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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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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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AI가 쓴 시나리오로 작업, 이 감독이 던진 도발적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