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이승현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이승현연합뉴스

삼성이 좌완 유망주의 '인생투'에 힘입어 안방에서 LG를 제압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4-1로 승리했다. 6월말 4연패를 당하며 7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던 삼성은 최근 이틀 동안 두산 베어스와 LG를 차례로 꺾으면서 5위 kt 위즈와 1.5경기, 6위 SSG 랜더스와 반 경기 차이를 유지했다(42승1무40패).

삼성은 2회 1사 후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린 이재현이 결승타와 함께 2안타2타점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부상으로 낙마한 고승민(롯데 자이언츠) 대신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된 류지혁도 3안타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마운드에서는 삼성이 애지중지 키우는 5년 차 좌완 유망주 이승현이 9회1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LG타선을 잠재우며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냈다.

삼성을 거친 뛰어난 좌완 에이스들

송진우와 구대성,류현진(한화 이글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SG 랜더스)처럼 KBO리그 역사에 남을 '레전드 투수'까진 아니어도 시즌을 원활하게 운영하고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좌완투수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타이거즈(12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통산 8번의 우승을 차지한 삼성에도 KBO리그 초기부터 뛰어난 좌완 투수들이 많이 배출돼 마운드를 이끌었다.

프로 원년 권영호, 황규봉과 함께 '15승 트리오'로 활약한 이선희가 이듬해 5승13패로 무너지자 삼성은 1984년 재일교포 좌완 김일융을 영입했다. 1984년 16승을 따내고도 고 최동원의 괴력투에 밀려 팀을 우승 시키지 못한 김일융은 1985년 34경기에서 25승6패 평균자책점2.79로 우완 에이스 김시진과 무려 50승을 합작했다. 전·후반기를 모두 제패한 삼성은 그해 한국시리즈 없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대 유희관(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느림의 미학'으로 불리며 통산 101승을 따냈지만 사실 '원조 느림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는 1980~90년대 삼성의 좌완 에이스로 활약한 성준이었다. 프로 입단 첫 해부터 15승을 기록한 성준은 위력적인 구위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타자와의 영리한 수 싸움과 변화무쌍한 투구 템포로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통산 97승66패8세이브3.32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좌완 강속구 투수 권혁은 현역 시절 삼성에서 5회 우승, 두산에서 1회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반지 수집가'로 명성을 떨쳤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퍼펙트 금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9년 홀드왕과 통산 159홀드를 기록한 권혁은 통산 781경기 등판 중 선발 등판은 단 14번에 불과했고 2004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선발 등판 없이 불펜 전문투수로 활약했다.

권혁이 해주지 못한 삼성의 전천후 좌완 에이스 역할을 해준 선수는 차우찬이었다. 프로 5년 차가 되던 2010년 10승2패2홀드2.14로 잠재력을 폭발한 차우찬은 삼성이 통합 4연패를 차지했던 4년 동안 162경기에 등판해 29승26홀드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변신한 차우찬은 2년 동안 25승을 기록하며 삼성의 선발진을 이끌다가 2016년12월 4년95억 원의 조건에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7월 첫 등판서 8.1이닝 노히트 '대형사고'

차우찬 이적 후 2020년의 최채흥(LG)과 2021년의 백정현이 반짝 활약을 해줬지만 삼성은 '좌완 에이스'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매년 꾸준한 활약을 해주는 좌완 투수를 거느리지 못했다. 그러던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연고 지역 대구 상원고에서 이승현이라는 뛰어난 좌완 유망주가 등장했고 삼성은 1차 지명 이승현에게 KIA의 이의리(3억)보다 5000만 원 높은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하지만 동갑내기 이의리가 입단 첫 해 신인왕에 선정되고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선발투수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삼성의 특급 유망주 이승현은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약했다. 실제로 이승현은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47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선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승현은 첫 3년 동안 6세이브28홀드를 기록했지만 불펜으로만 성장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삼성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베테랑 불펜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했고 불펜에 여유가 생기자 박진만 감독은 유망주 이승현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이승현은 작년 6승4패4.23을 기록하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규 시즌을 일찍 접었지만 가을야구에 복귀해 5경기에 등판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작년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이승현에 대한 삼성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승현은 시즌 개막 후 5월까지 10경기에서 1승6패5.73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승현은 6월 4번의 등판에서 2승1패3.86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그렇게 아쉽게 전반기를 마치는 듯 했던 이승현은 4일 LG와의 홈경기에서 9회 1사 후 신민재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할 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8.1이닝 동안3사사구6탈삼진의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삼성은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오른쪽 등 통증으로 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전반기를 일찍 마감했지만 아리엘 후라도와 최원태, 그리고 새로 가세한 헤르손 가라비토가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여기에 7월의 첫 등판에서 노히트노런에 가까운 투구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2만4000명의 관중을 열광 시킨 이승현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삼성은 후반기 선발진의 힘으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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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라이온즈 이승현 차세대좌완에이스 8이닝노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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