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한 기성용이 스틸야드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

프로 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는 3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을 영입했다. 올해로 프로 데뷔 20년 차를 맞은 기성용은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포항 구단은 "경기 조율 능력과 넓은 시야, 정확한 전진 패스를 갖춘 기성용은 포항의 빌드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줄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볼 소유, 롱패스, 축구 지능 등 그의 강점은 중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스틸야드로 입성한 기성용은 "시즌이 반 이상 지났는데 후회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준비할 생각이다. 팬분들의 기대가 큰 만큼 스틸야드에서 보답하겠다. 포항의 축구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면 좋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서울→포항' 이적 기성용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포항스틸러스 공식 SNS

상당히 충격적인 이적이었다. 기성용은 FC서울의 색채가 상당히 짙은 선수 중 하나였기 때문. 1989년생인 기성용은 만 17세의 나이에 FC서울 유니폼을 입으며 데뷔에 성공했다. 2007시즌에는 25경기에 나와 눈도장을 찍었고, 튀르키예 명장 세놀 귀네슈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아래 서울과 K리그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서울 소속으로 리그 베스트 11 수상 2회, 리그 준우승 1회로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였던 기성용은 2010시즌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렇게 유럽 도전의 서막을 알렸다. 유럽에서도 매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고, 셀틱-스완지시티-선덜랜드-뉴캐슬 유나이티드-마요르카서 뛰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또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활동하며 나라를 대표했고 월드컵 3회 출전, 아시안컵 3회 출전으로 대한민국의 허리를 담당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성용은 2020년 여름, 다시 돌아가겠다고 공언했던 서울로 복귀했고 녹슬지 않은 클래스로 팬들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았다. 복귀 첫해를 제외하면 2023시즌까지 30경기 이상 출전,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에도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2골 5도움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팀의 5년 만에 파이널 A 복귀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이번 시즌에도 개막 초반 주전으로 나섰지만, 대전과의 리그 8라운드 맞대결서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했고 이후 전력에서 이탈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나온 것.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 류재문, 황도윤, 정승원 등과 같은 자원들이 자리를 메웠고 부상 복귀 후 기성용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김기동 감독은 판단했다. 회복한 기성용은 경기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입증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구단과의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정들었던 서울 유니폼을 벗어야만 했다.

대표팀 '인연' 박태하 감독 아래 마지막 불꽃 태울까

 지난해 포항스틸러스와 맞대결을 펼쳤던 기성용
지난해 포항스틸러스와 맞대결을 펼쳤던 기성용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의 차기 행선지는 바로 포항 스틸러스였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이적이었다. 박태하 감독이 중원 보강을 원했고, 출전 시간을 확실하게 보장받고 싶어 했던 기성용도 이를 수락했다.

박 감독은 지난달 29일, FC서울과의 경기 종료 후 "몸 상태가 좋다면 투입할 생각이다. 계속 훈련하고 충분히 경기에 나갈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주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아직도 축구 지능이 뛰어나고, 세월이 흘러서 체력 문제는 있겠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는 가운데 기성용도 의지가 상당하다. 기성용은 입단 소감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 이적하는데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된다. 포항이라는 명문 구단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멋진 일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기성용은 상징과도 같았던 '6번'을 택하는 대신, 프로 입단 때 달았던 40번을 택했다. 그가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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