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베이컨> 공연 사진
달 컴퍼니
<베이컨>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마크와 대런이 서로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면 '사랑'이다. 서로를 향한 감정은 때로 사회에서 쉽게 허락되지 않는 감정이며, 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크와 대런도 자신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걸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다가도 어느 순간 회피하고, 회피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용기를 낸다. 마크와 대런 역시 사회를 지배하는 평범함, 정상성의 논리에 지배받는 존재다.
둘의 미묘한 감정 변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로도 표현되지만, 무대 중앙에 위치한 유일한 무대 장치인 시소로도 표현된다. 시소는 두 인물의 감정 변화뿐 아니라 우열을 다투는 권력 관계, 각 인물이 놓인 환경적 맥락도 조명한다.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동선과 타이밍, 힘의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고 서로와 호흡을 맞추며 시소를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의 노력과 시소가 움직이는 디테일을 눈여겨봐야 <베이컨>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마크와 대런의 사랑은 <베이컨>의 굵직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하며, 한편으로 번듯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으로 <베이컨>의 모든 주제나 메시지가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 외에도 둘의 성장 과정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정 환경과 경제적 상황은 개인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학교도 살펴봐야 한다.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 관계는 이후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사회적 네트워크와 여기서 발생하는 각종 영향력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는데, <베이컨> 속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굳이 따지자면 사회적 자본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다가올 미래에 사회적 자본을 통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련의 사건을 겪고 4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둘은 번듯한 어른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마크는 스스로의 삶을 두고 멈췄다고, 갇혀 있다고 말한다. 대런은 마크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 조건을 놓고 냉철하게 판단했을 때 마크에게 다가올 이후의 삶에 희망만 가득할 것 같진 않다. 그렇게 두 소년의 위태로운 성장기는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채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엔딩이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둘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삶은 이제 시작되니까.
한편 연극의 이름이기도 한 '베이컨'은 극에서 마크가 대런에게 호의를 베풀며 처음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음식 베이컨이 맞다. 베이컨에서 시작된 마크의 호의가 대런의 마음을 자극하고, 이후 베이컨은 둘의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주요 소재로 자리매김한다. 작은 고기 덩어리가 실은 둘의 이야기 속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니, 삶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데 있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극 <베이컨>을 더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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