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범람 시대이다.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튜브를 시작한다. 이를 통해 '유명인'의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에 한 발 더 다가갈 기회도 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내건 유명세가 무색하게 이야기들의 차별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화제를 끌며 유튜브를 시작한 최화정, 강주은, 김남주 등은 내용 대부분을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의 홍보장으로 만들어 아쉬웠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협찬도 강화되고 여기서 봤던 제품이 저기도 또 등장하는 '재방송'이 되면서 콘텐츠만의 특색을 잃어 보였다.

그런데 "브랜드를 만드는 여자"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노희영의 유튜브 <큰 손 노희영>은 조금 달랐다.

'큰 손 노희영'의 매력

 큰 손 노희영
큰 손 노희영유튜브 '큰 손 노희영'

지난 2025년 3월 25일 첫 콘텐츠를 선보인 그의 유튜브는 불과 3개월 만에 구독자 20만명을 넘고 있다. 물론 그 파죽지세의 증가에는 비비고, 마켓오라는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 낸 노희영이라는 인물의 인지도가 우선하겠지만 유튜브의 매력도 탁월해 보인다.

굵직굵직한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마스테쉐프 코리아> 등에서 음식 전문가로 그 모습을 드러냈던 노희영의 유튜브 제목에 '큰 손'이 들어간 건 적절해 보인다. 1963년생의 그는 유튜브를 통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삶의 노하우를 풀어낸다.

노희영은 눈을 감고 먹어도 눈앞의 만두가 어떤 브랜드고 그 맛을 내기 위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바로 알아맞힌다. 그는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 삶의 이력을 먼저 풀어낸다.

의대를 갔던 유학생은 단추 디자이너가 되어 귀국을 했다. 파슨스 디자인스쿨에 갔는데, 국내의 알만한 패션업계 자재들이 즐비한 걸 보고 아무도 하지 않는 단추 디자인을 선택했다. 이는 노희영이란 인물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또한 그러면서도 맹목적으로 열정적인 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자세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똑 부러지는 멘토링을 전한다.

살면서 한 번도 번 아웃에 빠져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여전히 아침 7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저 체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그의 촉각은 살아있고, 다방면에 관심을 둔다. 그 촉각을 넓혀 '런던 베이글, 코끼리 베이글' 처럼 요즘 가장 인기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제품들에 대한 브랜드 매니저 노희영만이 할 수 있는 분석을 선보인다.

'나' 파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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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 노희영유튜브 '큰 손 노희영'

브랜드를 만드는 노희영은 단 한 줄로 자기를 설명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요즘 누가 잘 나가고, 어떤 사업이 잘되는가 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녀는 말한다. 회사를 자기 계발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직장을 다니는 시간을 돈을 받고 시간을 소모한다 생각할 것이 아니라, 돈도 받고 자기 자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희영은 "회사를 그냥 다니지 말고, 여기를 다니면서 내가 여기서 뜯어 먹을 것이 무엇인가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사, 회사의 시스템, 사업 그 모든 것 가운데 내 것으로 삼을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노희영이 오리온을 다닐 때, 오리온의 CEO가 '똥파리는 왜 똥통에 빠져 죽는가'란 주제로 숙제를 내주었다. 그 숙제를 하기 위해 파리에 관한 책을 섭렵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이 문제는 '똥파리에게 똥통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지만 거기에 빠져들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라는 자기 자리에 안주하지 말라는 철학적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했던 오리온과 CJ, 롯데가 좋았던 이유가 다 달랐다고 말한다. 리더에 대해 인격적으로 분석하는 순간 스스로 불행에 빠질 것이라고도 했다. 노희영은 "스님이 부처가 아니듯 목사님이 신이 아니듯 인간을 인간으로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평화로운 직장 생활의 해법"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의 유튜브가 단시간에 높은 조회수를 돌파한 건 이런 현실적인 지침들 덕분 아닐까.

동시에 그는 '마녀'로 유명했던 리더로서의 자신을 반성한다. 별명답게 팔로워를 다그쳤고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는 "이 시대는 MZ 세대와 기꺼이 소통하고, AI의 활성화와 같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리더가 요구받는 시대"라면서 "그래야 리더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만의 시각을 공유했다. 자기만의 철학과 시각, 그리고 반성까지 갖춘 그의 유튜브는 그래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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