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광주독립영화제 '메이드 인 광주' 작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성하훈
좋은 작품이나 다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화제작을 상영하는 것이 지역영화제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최근 들어 지역에서 직접 제작한 영화들이 독립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날 수 볼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창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영화학교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제작된 영화들이 영화제를 찾는 선순환 구조는 지역에서의 창작이 늘어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메이드 인 광주' 상영을 관람한 이서은씨는 "광주영화학교를 수강 중인데,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 영화제 때 직접 만든 작품을 상영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광주 지역의 교사와 학생 등이 제작한 3편의 영화도 '메이드 인 광주 : NEXT10 상영을 통해 눈길을 끌었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배우로 출연해 완성된 영화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광주 영화의 미래를 조명하는 시간이었다.
지역에서 꾸준하게 활동하는 송원재 감독전도 지역 창작자를 배려하는 광주독립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개막작을 연출하기도 했던 송원재 감독은 5편의 단편을 상영했는데, 요즘 영화계가 관심을 두는 AI 영화도 포함돼 있었다.
배우들을 위한 관심은 최근 다른 지역영화제에서 보기 드물게 광주독립영화제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화 프로듀서로서 광주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최지원 집행위원장이 창작자들과 배우들의 연결을 위해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영화제 기간 열리는 '영화인의 밤' 행사 때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개인 프로필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올해는 24명 배우의 프로필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영화인들에게 배포했다. 광주를 넘어 새로운 배우를 찾는 창작자들을 위한 시도였다.
광주독립영화제, 민주주의 한 페이지에 함께 있다
▲광주독립영화제 영화인의 밤 행사에서 시나리오 피칭 당선자에게 상금을 전달하고 있는 최지원 집행위원장 성하훈
무엇보다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개최되는 첫 영화제라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지난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지역영화와 영화제 예산 삭감 등으로 지역 창작자들은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해 광주독립영화제도 국내영화제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여파가 적지 않았다. 근래들어 성장세가 확연했기에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독립영화제 관계자들은 소수의 인원이 개인의 열정을 쏟아부어야 했기에 준비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비해 전혀 줄지 않은 관객의 열정과 관심은 영화제 흥행을 도왔고, 이는 광주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최지원 집행위원장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인 희곡 중 하나인 <세 자매>에서 많은 걸 잃은 세 자매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예술을 통해 위로받으며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광주 출신 노벨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최 집행위원장은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한 페이지에 함께 있다"면서 "독립영화와 광주독립영화제는 지금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기억하겠다"고 올해 영화제의 의미를 규정했다.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광주를 찾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현장 행보로 주목받았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안에 국내 영화제 예산 증액 논의가 알려지면서 지역 영화계의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광주독립영화협회 오태승 대표는 "전액 삭감된 영진위 지역영화 예산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아 올해 광주영화제작지원사업은 지난 해에 비해 줄어든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안팎으로 소외되고 있는 지역 영화인들이 지역에서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삭감된 지역영화 예산을 복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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