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이즈>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노이즈>는 국민의 대부분이 공동주택, 아파트에 주거하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층간 소음을 소재 삼았다. 층간 소음은 오래된 아파트에서 잦은 일이며 이는 재건축 이유와 맞물릴 때가 많다.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잦지만 재건축 사업권을 따내려면 똘똘 뭉쳐야 하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그 속에서도 임대인과 집주인의 차별이 발생하고 집단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부동산 탐욕의 민낯이 드러난다.
층간 소음은 부실 공사로 인해 천장, 배수구, 벽을 타고 공명하는 소음은 심각한 상황을 부르기도 한다.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발소리, 의자 끄는 소리, 대화 소리 등 일상생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스트레스와 질병으로까지 전이된다.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해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로까지 붉어져 사회면 뉴스를 채우는 심각한 문제다. 개인 간의 분쟁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노이즈>의 전반에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한 영화는 <사잇소리>, <원정빌라>, <백수아파트> 등이 있다. 넷플릭스 영화 < 84제곱미터 >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한 <숨바꼭질>, <도어락>, <목격자> 등 공동주택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잇달아 선보였다. 이렇듯 대한민국 평균 주거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노이즈>는 현실성과 비현실성을 엮어 차별화를 두려 했다.
먼저 누구나 층간 소음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양면성과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의 아픈 현실까지 들추어냈다. 힘들다는 동생의 호소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던 언니는 동생이 사라진 후에서야 깨닫는다. 가족의 고통을 보듬어 주지 못했던 마음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동생을 찾아 고군분투하지만 주민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경찰도 속수무책이다. 함께 모여 살지만 단절된 사회 속 고립된 현대인을 묘사하는 것만 같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보청기를 빼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한 주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왔다며 자책한다.
주인공이 후천적 청각장애라는 설정과 심령물의 공포를 결합해 신선하다. 자극적인 사운드는 주영의 보청기 착용 여부의 차이로 확연히 전달되며, 스마트폰과의 페어링된 시각적 표현으로도 공포감을 더한다. 층간 소음으로 망가진 일상을 겪어봤다면 아파트 입주민의 고통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며 극한 몰입이 유도된다. 거기에 20톤의 쓰레기로 채운 지하실이 미로처럼 연결된 섬뜩함이나, 문 앞에 맞춤법이 틀린 채로 써 놓은 경고문이 공포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은 지극히 영화에서만 일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도 선보인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할 때 사고는 막을 수 있다. 주거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국 타인을 향한 배려 중 하나다. 공동주택에 함께 사는 만큼 서로 거리를 지키고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씩 나누면 어떨까. 그게 바로 대한민국 공동주택 주거인의 슬기로운 해법이지 않을까 문득 생각해 봤다.
▲영화 <노이즈> 스틸컷㈜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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