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의 기성용(자료사진, 2024.10.30).
연합뉴스
기성용은 2006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해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웨일스)와 선덜랜드,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요르카 등을 거치며 유럽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고, 2020년 다시 서울로 복귀했다. 국가대표로도 월드컵 3회 출전에 A매치 통산 110경기에출전하여 10골을 기록하며 주장까지 역임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축구가 역대 최고성적인 동메달을 획득하는데 기여했다.
기성용은 비록 전성기에 유럽에서 뛴 시간이 더 길기는 하지만, K리그에서는 오직 서울에서만 활약하며 통산 198경기 14골 19도움을 기록중이다. 기성용도 서울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으며, 많은 이들은 선수생활의 말년에 접어든 기성용이 서울에서 커리어를 마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2024년 김기동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철옹성같았던 기성용의 팀내 입지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김기동 감독 부임 첫해만 해도 기성용은 감독의 요청으로 주장까지 맡을 정도로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부터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기간이 길어졌다. 올해 주장 완장은 외국인 선수인 제시 린가드에게 넘어갔고, 기성용의 주포지션이던 중원에는 류재문, 황도윤, 이승모 등이 중용되며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다.
기성용이 서울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출장한 것은 지난 4월 12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2-2 무)였다. 당시 기성용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 31분 만에 교체됐다. 이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났던 그는 6월 A매치 휴식기 팀 훈련에 복귀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돌아온 기성용을 아예 출전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사실상 전력외 판정을 내리며 더 이상 중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직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기성용은 김기동 감독과의 면담을 거친 끝에 출전기회를 잡기 위하여 이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포항은 김기동 감독의 친정팀이기도 하다.
기성용의 이적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팬들은 동요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모기업 본사 앞에서 트럭과 피켓 시위, 근조화환 전달 등을 실행하며 구단에 강한 항의 의사를 전하고 있다.
김기동 감독 향한 곱지 않은 시선
김기동 감독은 부임 첫해에는 서울을 5년 만의 상위스플릿으로 복귀시키며 순조롭게 연착륙하는듯했다. 하지만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등을 영입하며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올 시즌에는 정작 7위(6승 9무 5패, 승점 27)에 그치며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구단 레전드로 꼽히는 기성용의 이적설까지 대두되면서 김기동 감독을 향한 팬덤의 반응은 곱지 않다. 사실 스타급 선수들이 말년이 되어 출전기회를 놓고 감독이나 구단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가 이적을 선택하는 것은 축구계에서 흔한 일이다. 만일 서울의 성적이 좋았다면 내부 경쟁에 따라 노장 선수를 전력에서 배제한 김기동 감독의 선수단 개편에도 충분히 명분이 설 수 있었겠지만, 현재는 '외부에서 온 감독이 팀 레전드를 몰아냈다'는 프레임으로 감정적인 공격을 당하기 쉬운 구도가 됐다.
사실 서울은 그동안 황선홍, 박진섭, 안익수 등 다른 구단에 명성을 인정받은 '외부인 명장'들을 여러 차례 데려왔으나 일시적으로 1-2시즌 반짝 반등한 정도를 제외하면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서울이 마지막으로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황선홍 감독 시절인 2016년 K리그1 우승으로 벌써 9년이 지났다. 개성강한 스타 선수들이 많고, 선수단의 목소리가 강한 FC서울에서는 다른 K리그 구단들과 달리, 외부에서 온 감독의 선수단 장악이 쉽지 않은 게 큰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로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은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여 일단 기성용의 이적을 수락했지만, 훗날 기성용의 은퇴식을 함께 하고 향후 지도자에 도전하는 과정도 지원한다는 플랜으로 동행을 계속 이어갈 것을 발표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기성용의 이적이 불가피한 현실이 된 상황에서, 김기동 감독이 남은 시즌 여론을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