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MBC

남편을 향한 끝없는 의심과 집착 때문에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내, 그런 아내를 버거워하며 쌀쌀맞게 대하는 남편. 위기의 부부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23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서는 '붙어있을래 vs. 떨어질래, 스티커부부' 편이 그려졌다.

권성진·송영주씨는 결혼 16년차 동갑내기 50대 부부였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바람을 밝혔다. 다투지 않는 평온한 결혼생활을 바란다는 남편은 "일단 안 싸웠으면 좋겠다. 감정싸움을 너무 자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과연 이 부부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남편 일터 따라다니는 아내, 대체 왜

부부의 사연이 일상 영상으로 공개됐다. 남편은 이삿짐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전업주부로만 살았던 아내는 17년간 함께했던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슬픔을 잊기 위해 남편의 이삿짐 업무를 함께 따라다니며 돕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를 불편하고 귀찮아했다.

아내는 "남편이 저를 개돼지만도 못하게 대하는 느낌이다. 제 앞에서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릴 때마다 번개를 계속 맞는 것 같았다"고 설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아침부터 아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아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으며 쌀쌀맞은 태도를 보였다. 또한 남편은 이삿짐 업무를 하러 와서도 일에 서툰 아내에게 수시로 짜증을 부리거나 윽박을 내질렀다.

아내는 왜 이렇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계속 남편 옆에 있으려고 하는 걸까. 사실 아내가 남편의 일터에 굳이 동행하려 한 또다른 이유는 '감시'였다. 아내는 남편과 가깝게 지내는 여성 지인들과의 이성관계를 의심하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남편이 평소에 해당 여성들과 지나치게 친밀한 대화나 스킨십을 했다는 게 아내의 주장이었다.

이에 남편은 그저 친한 지인들일 뿐, 의심할 관계가 아니라며 부인했다. 아내에게 의심과 지적을 받은 여성 지인이 화를 내고 눈물을 흘려서 아내가 졸지에 나쁜 사람으로 몰린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단호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내는 "그때부터 화장실 빼고는 다 쫓아다녔다. 내가 따라다녀서 그 여자들을 못 만나니까, 나를 괴롭게 해서 일을 못나오려고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거듭된 아내의 의심에 지인들이 아내를 불편해하고 기피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 여자들의 마음이 깨끗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내는 "남편은 '매번 언제까지 일을 따라다닐 거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게'라고 답한다"며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엔 남편 눈치만 보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던 아내는, 이성문제로 남편을 추궁하는 상황이 되자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고 열변을 늘어놓으면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오은영은 "아내는 남편의 일을 도와주러 나가는 게 아니다. 그저 남편 옆에 있기 위해서다"라고 진단했다. 일터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질문은, 업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남편에게 말을 건네고 싶어서 하는 대화였다. 고된 업무만으로도 바쁘고 힘든 남편으로서는 그런 아내를 귀찮아하며 더욱 말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오은영은 " 문제의 핵심은, 남편이 나한테는 냉랭한데 다른 사람과는 친밀하다는 데 아내가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비록 아내에게 쌀쌀맞고 무뚝뚝하기는 했지만 성실한 사람이었고, 여자와 쉽게 외도를 저지르는 성향과도 거리가 멀었다.

아내의 감정은 남편이 정말 외도를 했다는 의심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만 모두 친절한 데 대한 '섭섭함'에 가까웠다. 곰곰이 생각하던 아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오은영의 분석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였다.

"상대 의심할 때 자기 주장, 이는 어릴 때..."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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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저녁에 대화를 나누다가 또다시 언쟁을 벌였다. 아내는 가정에 무심한 남편에게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이 장기간 부부관계를 기피한다. 혼자 몰래 이상한 동영상을 보면서, 나의 노력에도 부부관계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는 게 재미가 없다.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부부관계를 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내의 하소연은 어느새 또다시 남편을 향한 의심으로 번졌다. 아내는 "이미 밖에서 몸을 풀었기 때문에 부부관계가 생각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심지어 외도 의심 때문에 몰래 남편의 '속옷 검사'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계속되는 아내의 의심과 추궁에 답답하고 화가 난 남편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급기야 격한 말까지 튀어나왔다. 아내는 "남편의 무관심한 행동들이 직접 말은 안 해도 '이혼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며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반면 남편은 "나야말로 아내에게 받은 상처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묵혀놨던 앙금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과거 반려견이 살아있을 때만 하더라도, 남편보다 강아지에게 더 정성과 사랑을 쏟느라 눈길도 주지 않는 아내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던 사실을 고백했다. 부부는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각방을 쓴 기간이 훨씬 길었고, 이에 익숙해진 남편은 이제 혼자 있는 게 더 편해졌다고 밝혔다. 부부는 멀어진 몸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 역시 멀어진 상태였다.

오은영은 "아내의 본심은 남편과 사이좋게 대화도 하고 가까워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의심을 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듣는 사람들은 그저 의심받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며 아내의 표현 방식 속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오은영은 평소에는 자기 의견 표현이 서툰 아내가, 유독 남편을 의심하는 상황에서만 강력하게 자기 주장을 한다는 데 주목했다. 오은영은 "상대방을 의심하면서 궁지에 몰아붙여야만 자기 주장이 가능하다? 이는 어릴 때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수용받은 경험이 적을 때 보이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어린 시절 부모 밑에서 인정을 받기보다는 꾸중을 들으면서 성장했고, 그 불안함으로 인해 상대에게 과도하게 매달리고 사랑을 확인받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 것.

아내는 '불안정 애착'의 영향으로 과거에는 반려견, 현재는 남편에게 집착했고 끊임없이 애정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의 그러한 집착은 오히려 남편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반면 남편의 성향은 '회피형(무시형)'에 가까웠다. 남편은 타인과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부담스러워하고 독립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애착대상과 찰싹 붙어있고 싶은 아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야 편한 남편이 서로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수 없었던 이유였다.

둘 다 말하지 못했던 속사정

한편 부부가 공통으로 간직하고 있던 또 하나의 아픔은 '아이' 문제였다. 부부는 과거 두 번이나 아이를 가졌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모두 유산했다. 아내는 나이가 들어서도 시험관으로라도 아이를 갖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남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끝내 적극적이지 않았다.

사실 부부에게는 서로에게 말 못한 속사정이 있었다. 아내는 과거 젊은 시절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겪었다. 남편은 당시 아내의 음주 문제로 결혼생활이 악몽 같았다며, 아내가 임신하더라도 자칫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아이를 갖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아내도 몰랐던 남편의 속마음이었다.

또한 아내가 그토록 아이를 원했던 또다른 이유는, 남편과 사이가 멀어지더라도 아이가 부부를 다시 이어줄 '연결고리'가 돼 주길 기대해서였다. 유독 아이를 좋아했던 아내는 신어줄 사람도 없는 아기신발을 구입하며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핀잔을 주던 남편도, 아이를 원하던 아내의 진심을 깨닫고 울컥하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남편은 "우리의 지금 모습은, 어릴 때 잘못한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책하며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부부를 위한 최종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아내에게 "앞으로 남편의 이삿짐 일은 따라가지 마시라. 아내에게 더 가치 있고 빛이 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과 집착을 벗어나 자립할 것을 조언했다. 또한 남편에게는 "아내를 향한 짜증과 막말은 이제 멈춰야 한다. 대신 따뜻한 접촉, 반응과 관심, 진심어린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시라"고 당부했다. 패널들은 소통에 서툰 부부를 위해 다양한 대화 주제가 적혀있는 '대화의 씨앗' 카드를 선물했다.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된 부부는 그간 말 못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늘 무뚝뚝해보이던 남편은 서슴없이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그동안 말을 퉁명스럽게 해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좀 더 부드럽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며 진솔한 고백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아내 역시 "자기를 너무 몰아세우고, 나만 중요시해서 당신을 힘들게 한 거 미안하다. 이제 앞으로 의심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부부는 방송 이후 서로 소통을 늘려가고 취미생활을 함께 하면서 변화해가고 있는 후일담을 공개하며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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