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영 PD
이영광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어려운 문제에 접근해 봤고 구조적이고 좀 더 냉철하게 방송을 다루고 싶었는데 일단 그러지 못해서 아쉽고요. 좀 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이야기를 좀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여전히 듭니다."
- 저출생 문제를 < PD수첩 >은 물론 다른 방송에서 많이 했잖아요. 때문에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2060년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피부로 와닿게 하는 지점이 저희의 차별화 포인트죠. 애를 단순히 안 낳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음에 닥칠 미래는 어떨지 접근했어요."
- 그럼, 왜 지금 저출산 문제를 다룬 거예요?
"4월에 <쿠르츠게작트>라는 독일 과학 채널에서 '한국이 망했다'는 영상을 했어요. 그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거든요.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망했다는 건 다 알고 있는 거예요. 근거 없이 망국론을 펼치는 것보다 어떤 지점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지점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고 호응하는 사람들의 저변에 깔린 이야기들은 뭘까로 접근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출산 이야기로 또 갔고 또 우리 인구 구조와 사회 문화, 세대 갈등 같은 이야기들이 그 안에 숨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아이템을 하게 된 거예요."
- PD님은 저출산 문제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당연히 있죠. 하지만 피부에 와닿은 적은 없어요. 저는 결혼한 지 10년이 돼서 애가 없거든요. 제 문제예요. 제 선택 때문에 출산을 안 하기로 결심한 건데 내가 왜 아이를 안 낳고 싶었을지 근원적으로 한번 파고들어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경쟁이라든지 치열한 삶 그리고 뻔히 미래가 어두울 것인데 그것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들이 저에게도 작용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하죠."
- 2060년 대한민국을 그리셨잖아요. 2060년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요?
"현재 생산 가능 연령 인구들이 쭉 올라가서 가장 부양 인구로 많이 포진하고 있을 때가 60년이에요. 저희가 정했다기보다 그건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말씀을 다른 분들이 했지만 정해진 미래예요. 그런 의미에서 2060년을 선택했어요."
- 그러면 지금부터 아무리 애를 많이 낳는다고 해도 2060년까진 안 바뀐다는 건가요?
"애를 지금 많이 낳으면 약간의 구조가 변동이 있겠죠. 지금 역피라미드 구조를 사람들이 우려하는데 그게 약간 모래시계형으로 생기겠죠. 그러면 이 움푹 들어간 세대에 대한 복지가 주어질 수 있는 거고요. 움푹 들어간 세대들은 자기들이 정치적인 힘이나 이런 세대 응집을 많이 할 수 없을 거기 때문에 그런 세대가 생겨나겠죠.
근데 그때는 그런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거고 어쨌든 2060년에 우리가 많이 애를 낳는다고 하면 사실 엄청나게 지금 방송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그렇게까지 힘든 상황은 우리가 많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그거에 더해서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죠. 우리 OECD 평균 정도의 여성 노동 시장 참여율이나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일자리를 많이 찾아서 노동 생산성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들이 개선된다면 2060년이 완전히 그런 식은 아닐 것이에요. 그러니까 애를 지금보다 많이 낳는다고 해도 그것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거죠."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집중"
▲MBC 의 한 장면MBC
- 프롤로그가 이전과 다른 것 같아요.
"프롤로그는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많은 회차 중에 이런 식으로 구성하는 회차가 처음이 아닐 거예요. 요약본이에요. 근데 '국가의 산아 제한 정책이나 여태까지 정부들에서 해왔던 노력이 결국 우리 0.7이라는 숫자를 합계 출산율을 만들었고 금일에는 이렇게 될 것이니 사람들에게 좀 조금만 더 봐주세요'라는 얘기죠."
- 많은 사람은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하잖아요. PD님도 동의하세요?
"동의해요. 너무 많이 얘기해서 방송에 안 다룬 것일 뿐이지 가장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라고 생각해요."
- 방송에 지방 소멸 문제 담았잖아요, 그게 그거 아닌가요?
"저는 인구가 소멸되고 지방도 소멸해서 두 개의 소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두 개가 연결된 거기도 하고 사실 조금 다른 얘기이기도 맞아요. 말씀하신 대로 수도권 얘기를 안 했을 뿐이지 지방 이야기했으니까요. 근데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들에 대한 방송은 저희 차원의 저출산 방송에서 했고 때문에 수도권의 이야기는 너무 하지 않는 대신 지방의 노력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왜 대구 남구를 보여준 건가요?
"최근 우리에게 충격을 줬던 게 부산이 소멸할 것이라는 거죠. 사실 대구는 이야기된 적이 없어요, 그러나 대구 남구는 방송에서도 보여드렸다시피 유엔 인구 통계와 통계청 데이터를 봤을 때 2060년 대한민국 인구 구조와 92% 정도의 유사율을 가진 현재 도시예요. 그래서 간 거예요."
-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많은가 봐요, 일부는 요양기관으로 변경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케이스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린이집이나 요양원이나 노인보호센터가 성격은 비슷하잖아요. 안전하게 만들어 놓잖아요. 그러니 바뀌기가 용이한 거죠. 근데 하필이면 우리나라는 지금 대구 남구에서 보이다시피 인구 구조의 변화가 엄청나게 빠른 거예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령 사회였고 그전에는 고령화 사회였어요. 근데 지금은 초고령 사회예요."
- 고령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가 되는데 24년밖에 안 걸렸다고 방송에 나와요. 일본보다도 더 빠르다고 나오던데 왜일까요?
"인구 구조 속도의 문제예요. 그러니까 베이비부머들이 많이 나왔다가 갑자기 산아 제한 정책이나 사람들의 경제 수준이 발전하면서 엄청 줄었단 말이에요. 우리가 83년도에 벌써 합계 출산율이 2였어요. 그걸 기점으로 0.72까지 온 거거든요. 제가 CG로 보여드렸다시피 0.7이라는 숫자는 100명의 인구가 3번의 세대를 거치면 13명이 돼요.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거잖아요."
- 만 2세인 아인이의 35년 후 미래 사회를 그렸잖아요. 왜 만 2세의 미래를 그렸어요?
"2022년이 우리나라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충격을 받았던 때고 그때부터 출산 지원금이나 육아 장려 정책이 굉장히 많이 쏟아져 나왔을 때예요. 그때 태어난 친구죠. 저는 어머니와 35년 정도 차이 나는 아이를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35년 뒤에 그 나이가 돼야 되니까요. 그런저런 이유로 해서 아인이를 캐스팅하게 된 거죠. 근데 사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수많은 아인이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러니까 혼자 엄마랑 35년 정도는 차이 나고 엄마 아빠의 그런 히스토리가 한국 사회 약간 축소판이죠."
- 2060년 상황에 대한 예측은 어떻게 했나요.
"저희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원 그리고 서울대 인구정책 연구센터에 있는 분들 자문을 1차적으로 받고 국토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같은 행정부 하위 단위의 연구원들이 거의 분기마다 보고서를 내요. 이런 것들을 AI에 다시 학습 시켰어요. 그리고 우리가 전문가들과 했던 인터뷰 전부 집어넣어서 시뮬레이션 돌린 거예요. 그러니까 카이스트 교수님과도 이런 얘기 했는데 AI가 질 좋은 10명의 조교보다 낫다는 거예요. 만약에 저희 팀만 있었고 아날로그 방식이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근데 AI는 그걸 PDF 파일로만 변환하면 다 학습해서 핵심 내용 뽑고 그걸로 재구성하고 나름 근거도 달아요. 놀랍다니까요."
- 그럼, PD님 보기에 가장 충격적인 건 뭐였어요?
"저는 예측 못 했던 게 산불이나 자연 자연재해가 늘어난다는 거예요. 기후 위기 말고 인구 때문에요. 그런 생각 해보셨어요? 지금 연구 되거나 많이 취재된 부분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얼마 전에 경북에 큰 신불 났었잖아요. 공교롭게도 인구 소멸 지역들이에요. 사실 불이라는 게 초기 진화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불은 대응이 빨라야 돼요. 근데 노인분들 느리잖아요. 그리고 행동에 제약도 있고요. 기후 위기도 물론 큰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런 데에 대한 대처가 느린 거예요. 지진이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재빠르게 대피하거나 촌각을 다투는데 아무래도 고령층은 느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그게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거예요.. 이런 게 충격적이었어요."
- 우리나라가 참여정부 때부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투자했잖아요.
"여러 가지 정책들을 너무 많이 해서 특정 정부에서 어떤 것들을 추진했다는 게 희미해요. 왜냐하면 노무현 정부 때 아이디어가 생기고 다음 정부 때 시행된 것들도 많거든요. 근데 노무현 대통령님이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그때만 해도 이게 문제라는 사실을 잘 몰랐던 거죠. 사실 인구가 줄 것이라는 뉴스는 1989년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에 저출산 고령 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그사이에는 수많은 간극이 있잖아요. 우리가 그때까지도 방향을 못 잡은 거예요. 근데 심지어 2005년에 그렇게 야심 차게 추진했는데도 불구하고 2025년까지 20년 동안 또 방향을 못 잡고 380조를 부었다는 얘기를 저희가 한 거죠."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까요?
"전혀 무의미한 것 같지는 않아요. 속 편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실패의 경험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쿠르츠게작트> 영상에서도 보듯이 우리가 지금 전 세계 1위고 아무도 가지 않은 미증유의 곳에 가고 있단 말이에요. 세계 사람들이 우리를 계속 지켜봐요. 그러니 우리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우리는 옛날에 다른 나라 따라했는데 지금은 1등이라서 아무도 없고 우리가 하는 걸 다 지켜보니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는 완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 안 해요. 그런 실패의 경험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근데 실패 경험이 20년 동안 380조면 많이 쌓였어요. 이제는 효과적인 방향 정해야 할 때가 온 거죠."
- 방송에서 앞으로 5년이 굉장히 중요하다던데, 왜죠?
"이것도 인구 구조 때문인데 제2차 베이비 부모들이 은퇴 연령의 집합하기 때문이에요. 66년에서 76년이 제2차 베이비부머들인데 그들이 은퇴 연령에 진입하는 게 딱 5년이에요. 이거 대비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5년이 중요하다는 거죠."
- 그럼, 5년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5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지겠죠. 60세부터 지하철을 무료로 타거나 은퇴하는 게 아니고, 79세까지 일하면 우리가 당장 지출해야 되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가 그 사람들한테는 지출이 안 되고 약 5년에서 10년 정도는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이 돼버리니까 이거는 아예 달라지는 거예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예요. 내가 이런 거 아이템을 할 자격이 있을까랑 나만 할 수 있겠구나죠, 말씀드렸지만 제가 애를 안 낳고 사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그러나 바쁘게 살다 보니까 제가 파고들어서 성찰해 본 적은 없는 거예요. 처음에는 여기저기 인터뷰 다니면서 애 있냐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딩크라고 했죠. 그랬더니 PD님이 이런 아이템을 하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자격 없지만 그래도 해야한다고 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아, 이거 내가 아이를 안 갖고 싶어 하는 이야기다. 어쩌면 그 이야기를 쭉 펼치진 못하더라도 나만이 갖고 있는 시각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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