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은 <프로듀사>를 통해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 이후 12년 만에 KBS 드라마에 출연했다.
KBS 화면 캡처
드라마에서는 방송국이 등장할 때가 적지 않은데 방송국들은 자사명을 그대로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워 이름을 살짝 바꾸는 경우가 많다. MBC는 MBS, SBS는 SBC로 바꾸는 식이다. 하지만 '순도 100% 리얼 예능 드라마'를 표방한 <프로듀사>는 KBS라는 방송국 이름은 물론이고 < 1박2일 >과 <뮤직뱅크> 등 예능 프로그램 제목도 그대로 사용했으며 심지어 주인공의 집도 KBS가 위치한 여의도였다.
<프로듀사>는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연출했던 드라마 전문 표민수PD와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예능전문 서수민PD가 공동 연출한 드라마답게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실제로 윤여정 배우와 황신혜, 현영, 산다라박, 강승윤, 고아라 등 많은 연예인들이 실명으로 드라마에 등장한 반면에 차태현과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주요 배우들은 가상 캐릭터를 연기했다.
<프로듀사>는 화려하고 유쾌할 것 같은 지상파 방송 예능국의 현실과 고충을 보여주는 드라마였지만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의 차기작답게 로맨틱 코미디가 중심이다. 물론 < 1박2일 >의 라준모 PD(차태현 분)와 <뮤직뱅크>의 탁예진 PD(공효진 분)가 동거하고 톱스타 신디가 < 1박2일 > 막내 PD 백승찬(김수현 분)을 짝사랑하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유쾌하고 담백한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매 순간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을 선택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작은 선택에 따라 매주 울고 웃는다. 특히 라준모는 "예능에는 '멋진 결말', '유종의 미'라는 말이 없어. 예능 프로가 없어지는 건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뜻이니까"라며 예능PD의 고충을 이야기한다(물론 최근엔 예능도 시즌제로 만들어지는 추세라 최종회 시청률이 가장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듀사>는 스타 작가와 스타 PD, 스타배우들이 만든 예능 같은 유쾌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듀사>는 회당 러닝타임이 평균 1시간 10분~20분에 달했다. 특히 마지막회의 분량은 어지간한 영화만큼 긴 1시간 46분이었다. 총 12부작으로 방송됐지만 전체 러닝타임만 놓고 보면 1시간짜리 16부작 미니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각관계 중심에 선 눈치 없는 <뮤직뱅크> PD
차태현은 <프로듀사>에서 < 1박2일 > 시즌4의 메인PD 라준모 역을 맡았다. 20년 가까이 KBS의 장수 예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실과 달리 <프로듀사> 속 < 1박2일 >은 낮은 시청률로 폐지 위기에 놓이며 아이돌 스타들로 멤버를 바꿔 연애 버라이어티로 프로그램 성격을 바꾸는 일까지 생긴다.
공효진은 평소엔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뮤직뱅크> 메인 PD지만 술에 취하면 애교쟁이 자아가 등장하는 '반전 캐릭터' 탁예진을 연기했다. 탁예진은 짝사랑하던 소꿉친구 라준모에게 고백하고 후배 백승찬의 짝사랑을 받으면서 승찬을 짝사랑하는 신디와 우정을 나누는 복잡한 사각 관계의 중심에 선 캐릭터다. 자신은 언제나 촉이 좋다고 자부하지만 사실 <프로듀사>의 주요 인물들 중 가장 눈치가 없다.
2005년 지상파 가요대상 그랜드슬램 수상자이자 2020년 SBS 연예대상 수상자 김종국은 <프로듀사>에서 <열린 음악회> PD 김홍순 역을 맡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극 드라마에 출연했다. 차태현과 친분이 두터운 만큼 처음엔 카메오 출연 정도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는 꽤나 비중 있는 조연이었다. 심지어 항상 티격태격하던 행정반 직원 고양미(예지원 분)와 러브라인도 있었다.
<프로듀사>에는 방영 당시 조·단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들이 훗날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비중은커녕 대사도 많지 않았던 백승찬의 입사동기 주종현 역의 류준열이었다. 또한 신디의 안티팬 운영진으로 등장하는 설인아도 현재 <노무사 노무진>에서 주연을 맡을 정도로 인지도가 상승했고 블랙핑크의 지수도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 1박2일 >에 합류하는 새 멤버로 얼굴을 비췄다.
▲2015년 KBS 금토드라마로 방송된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만든 리얼 예능 드라마였다.<프로듀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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