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프로듀사>의 신디 역을 통해 톱스타의 도도함과 20대 여성의 순수함을 함께 표현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아이유는 <프로듀사>의 신디 역을 통해 톱스타의 도도함과 20대 여성의 순수함을 함께 표현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KBS 화면 캡처

지금 이 시간에도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OTT 채널에서 끊임없이 드라마가 제작·방송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좋은 작가들도 많이 배출됐는데, 현재 대중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작가는 바로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와 <눈물의 여왕>의 박지은 작가다. 특히 시대극과 복수극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김은숙 작가와 달리 박지은 작가는 멜로 장르에서 특화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97년 방송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박지은 작가는 2007년 <칼잡이 오수정>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고 2009년 <내조의 여왕>을 히트 시키며 스타 작가로 도약했다. 2012년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는 2013년 <별에서 온 그대>, 2016년 <푸른 바다의 전설>, 2019년 <사랑의 불시착>, 2024년 <눈물의 여왕>을 차례로 히트 시키며 최고의 스타작가로 군림하고 있다.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이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처럼 현실적인 스토리도 잘 쓰지만 <별에서 온 그대>나 <사랑의 불시착>처럼 판타지가 섞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뛰어난 필력을 자랑했다. 그런 박지은 작가가 지난 2015년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로 외도(?)를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차태현·공효진·김수현·아이유 주연의 KBS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였다.

톱가수 아이유가 톱스타 연기

2008년 중학생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한 아이유는 2010년 6월 2AM의 임슬옹과 부른 <잔소리>가 크게 히트하면서 주목 받았고 그 해 겨울 '좋은 날'을 통해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다. 그렇게 가수로 자리매김한 다음에는 2011년 초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 데뷔했다. <드림하이>는 아이유 외에도 miss A의 수지와 티아라의 함은정, 2PM의 옥택연·장우영 등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는 2년 후 KBS 50부작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주인공 이순신을 연기하며 <드림하이>의 연기 도전이 단순한 '외도'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최고다 이순신>은 당시 KBS 주말드라마로는 썩 높지 않은 30.8%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아이유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그리고 2015년 <프로듀사>에서 톱스타 신디 역을 맡았다.

아이유는 <프로듀사>에서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해 최고의 솔로 아티스트로 성장했지만 차가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 1박2일 > 출연을 결심한 톱스타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아이유는 2016년 이준기와 함께 출연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1인2역에 도전했고 2018년엔 <나의 아저씨>에서 어린 나이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이지안 역을 통해 연기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아이유는 <최고다 이순신>의 조정석과 <프로듀사>의 차태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이준기, <나의 아저씨>의 고 이선균 등 적게는 11살, 많게는 19살 많은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출 때가 많았다. 반면에 2019년 홍자매 작가의 <호텔 델루나>에선 4살 연하의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다. <호텔 델루나>는 '성별이 바뀐 <도깨비>'라는 평가 속에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사랑을 받았다.

많은 가수 출신 배우들이 연기자로 성공하면 가수 활동이 뜸해지는 것과 달리 아이유는 음반과 공연, 연기 활동을 부지런하게 병행하며 가수와 배우로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2022년 영화 <브로커>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오애순과 양금명을 연기했으며, 5월에는 3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을 발매했다.

유쾌한 4각관계부터 예능 제작진 고충까지

 공효진은 <프로듀사>를 통해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 이후 12년 만에 KBS 드라마에 출연했다.
공효진은 <프로듀사>를 통해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 이후 12년 만에 KBS 드라마에 출연했다.KBS 화면 캡처

드라마에서는 방송국이 등장할 때가 적지 않은데 방송국들은 자사명을 그대로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워 이름을 살짝 바꾸는 경우가 많다. MBC는 MBS, SBS는 SBC로 바꾸는 식이다. 하지만 '순도 100% 리얼 예능 드라마'를 표방한 <프로듀사>는 KBS라는 방송국 이름은 물론이고 < 1박2일 >과 <뮤직뱅크> 등 예능 프로그램 제목도 그대로 사용했으며 심지어 주인공의 집도 KBS가 위치한 여의도였다.

<프로듀사>는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연출했던 드라마 전문 표민수PD와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예능전문 서수민PD가 공동 연출한 드라마답게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실제로 윤여정 배우와 황신혜, 현영, 산다라박, 강승윤, 고아라 등 많은 연예인들이 실명으로 드라마에 등장한 반면에 차태현과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주요 배우들은 가상 캐릭터를 연기했다.

<프로듀사>는 화려하고 유쾌할 것 같은 지상파 방송 예능국의 현실과 고충을 보여주는 드라마였지만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의 차기작답게 로맨틱 코미디가 중심이다. 물론 < 1박2일 >의 라준모 PD(차태현 분)와 <뮤직뱅크>의 탁예진 PD(공효진 분)가 동거하고 톱스타 신디가 < 1박2일 > 막내 PD 백승찬(김수현 분)을 짝사랑하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유쾌하고 담백한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매 순간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을 선택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작은 선택에 따라 매주 울고 웃는다. 특히 라준모는 "예능에는 '멋진 결말', '유종의 미'라는 말이 없어. 예능 프로가 없어지는 건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뜻이니까"라며 예능PD의 고충을 이야기한다(물론 최근엔 예능도 시즌제로 만들어지는 추세라 최종회 시청률이 가장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듀사>는 스타 작가와 스타 PD, 스타배우들이 만든 예능 같은 유쾌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듀사>는 회당 러닝타임이 평균 1시간 10분~20분에 달했다. 특히 마지막회의 분량은 어지간한 영화만큼 긴 1시간 46분이었다. 총 12부작으로 방송됐지만 전체 러닝타임만 놓고 보면 1시간짜리 16부작 미니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각관계 중심에 선 눈치 없는 <뮤직뱅크> PD

차태현은 <프로듀사>에서 < 1박2일 > 시즌4의 메인PD 라준모 역을 맡았다. 20년 가까이 KBS의 장수 예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실과 달리 <프로듀사> 속 < 1박2일 >은 낮은 시청률로 폐지 위기에 놓이며 아이돌 스타들로 멤버를 바꿔 연애 버라이어티로 프로그램 성격을 바꾸는 일까지 생긴다.

공효진은 평소엔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뮤직뱅크> 메인 PD지만 술에 취하면 애교쟁이 자아가 등장하는 '반전 캐릭터' 탁예진을 연기했다. 탁예진은 짝사랑하던 소꿉친구 라준모에게 고백하고 후배 백승찬의 짝사랑을 받으면서 승찬을 짝사랑하는 신디와 우정을 나누는 복잡한 사각 관계의 중심에 선 캐릭터다. 자신은 언제나 촉이 좋다고 자부하지만 사실 <프로듀사>의 주요 인물들 중 가장 눈치가 없다.

2005년 지상파 가요대상 그랜드슬램 수상자이자 2020년 SBS 연예대상 수상자 김종국은 <프로듀사>에서 <열린 음악회> PD 김홍순 역을 맡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극 드라마에 출연했다. 차태현과 친분이 두터운 만큼 처음엔 카메오 출연 정도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는 꽤나 비중 있는 조연이었다. 심지어 항상 티격태격하던 행정반 직원 고양미(예지원 분)와 러브라인도 있었다.

<프로듀사>에는 방영 당시 조·단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들이 훗날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비중은커녕 대사도 많지 않았던 백승찬의 입사동기 주종현 역의 류준열이었다. 또한 신디의 안티팬 운영진으로 등장하는 설인아도 현재 <노무사 노무진>에서 주연을 맡을 정도로 인지도가 상승했고 블랙핑크의 지수도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 1박2일 >에 합류하는 새 멤버로 얼굴을 비췄다.

 2015년 KBS 금토드라마로 방송된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만든 리얼 예능 드라마였다.
2015년 KBS 금토드라마로 방송된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만든 리얼 예능 드라마였다.<프로듀사> 홈페이지
드라마보는아재 프로듀사 아이유 공효진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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