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철 배우
전희수
-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요.
이선구 : "남자가 여자를 떠나보내고 여자가 작성한 문장 완성 검사지를 읽는 장면이요. 아이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남편의 아내 역할을 원했던 여자의 진심이 담긴 답변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남자가 후회하는 부분에서 감정이 격해졌어요."
허부영 : "여자는 이사 후 집이 마음에 든다고 말해요. 집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살 집이니까 마음에 든다"는 대사가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어디든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곳, 지치고 힘들 때 쉬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니까요."
-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뭔가요?
오현철 : "AI 시대에도 사람 간의 '정'을 잃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정'이 통하는 배우가 되려고 해요. 이번 연극이 가족 간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이선구 : "'말 한마디, 태도 하나도 신중하자'. 말 한마디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과의 연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도 싸우지 않고 기분이 좀 나쁘더라도 말을 예쁘게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허부영 : "소통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어요. 대사에서 진심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지만 어렵다고 해요. 가족끼리 터놓고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보통은 타인과 대화하죠. 극 중 남자는 친구에게, 여자는 이웃집 할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아요. 서로의 속마음을 모르다가 진실을 마주했을 때 관계를 끊거나 회피하지 않으려면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죠."
- 준비 과정에서 기억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오현철 :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로봇이라는 소재로 풀어가면서, 극 중 남편과 친구의 대화 장면에서 많은 걸 느꼈어요. 저희 엄마처럼 많은 어머님들이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모습이 떠올랐죠. 연기를 할수록 로봇이 사람처럼 느껴져요. 할머니 역할의 오태은 배우님도 더 인간적이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셨고, 현모양처로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 역할의 허부영 배우도 그렇고요. 그런 과정을 보며 저도 가족과 부모님을 떠올리며 부족했던 제 모습을 돌아봤어요."
이선구 : "제 별명이 '애데릴라'입니다. 가정이 있다 보니 아이를 돌봐야 해서 밤까지 연습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 일찍 연습실에 나와 연기 연습을 하고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는 모습이 마치 무도회에서 춤을 추다 시간에 맞춰 무도회장을 빠져나가는 신데렐라 같아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그게 기억에 남네요."
허부영: "제작비가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공연이 아니었어요. 기획서를 써서 치유예술제에 공모해 선발됐고, 소파(소품)는 협찬받고 일부 제작비도 후원받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운 좋게도 하반기에 영화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 '엄마'란 무엇일까요.
허부영 : "극 중 대사에 "어머니는 희생에 몸이 밴 사람"이라는 말이 나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엄마는 아니에요. 아기를 낳고 바로 배우로 복귀할 수 없어서 연출을 시작했죠. 연출이 하고 싶다기보다 연극을 계속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캐스팅이 되지 않으면 제작까지 하면서 작업을 이어갔어요. "엄마, 연습 갈 거야"라고 하면 아이가 혼자 공부하고 때론 연습실까지 따라오기도 해요. 아이만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는 없어요. 덕분에 제 아이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자라서 고마워요.
엄마가 자신의 일과 삶을 모두 포기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면, 가족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부분은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죠. 결국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니까요."
연극 속 누구의 엄마로 불리며 이름조차 잃은 여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답한다. '이모래'. 某(아무개 모)와 (위로할 래),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뜻이다. '인스턴트 마더'는 묻는다. 누군가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당신은 누구인가.
▲치유예술제 '인스턴트 마더' 포스터플라잉트리 극단 상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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