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반 엘리엇(사진 왼쪽)은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선수다.
오반 엘리엇(사진 왼쪽)은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선수다.UFC 제공

올림픽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위상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MMA무대에서는 조금 다르다. 복싱, 무에타이는 물론 비슷해 보이는 무술인 가라데에도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 태권도를 격투기에 녹여 쓰는 기술적 발전이 더디기 때문이다.

가라데와 달리 적극적으로 MMA에 융화시키려는 노력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태권도로 유명한 파이터가 많지 않을 뿐,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파이터들의 수는 상당하다.

젤그 '벤케이' 갈레시치, 존 막데시, 댄 하디, 홍영기, 문제훈, 로즈 나마유나스, 제임스 문타스리, 브루노 '코리아' 로드리게즈, 앤소니 페티스, 대런 크룩생크, 세이지 노스컷, 야이르 로드리게즈, 나탈리아 실바, 개빈 터커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부터 태권도 발차기의 우수성은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동작 탓에 테이크다운이나 근접거리 카운터를 얻어맞을 위험이 커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혹평이 따랐다.

하지만 MMA가 발전을 거듭하고 좀 더 다양한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생소한 기술이 많은 태권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라데가 그랬듯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태권도 테크니션들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22일(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탈 홀에서 있을 'UFC 파이트 나이트: 힐 vs 라운트리 주니어'대회서 언더카드 웰터급(77.1kg) 매치로 코리안파이터 고석현(31)과 격돌할 '웨일스 갱스터' 오반 엘리엇(27·웨일스) 역시 태권도를 주력 베이스로 가지고 있는 선수다.

태권도를 통해 처음 격투기를 접했으며 이를 입증하듯 타격 위주의 파이팅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때문에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태권도 파이터라는 점에서 왠지 관심이 더 가지만 한국 선수와 맞붙게 되어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다음은 지난 18일 화상통화로 진행했던 엘리엇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방심하지 않고 최선 다하겠다"

 김동현 제자 고석현
김동현 제자 고석현UFC 제공

- 바쿠에 와서 경기를 앞두고 있는 기분은 어떤가?
"모든 게 다 좋다. 바쿠를 즐기고 있다.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이번 주말 싸울 게 정말 기대된다."

- 비자 때문에 라미즈 브라히마이와의 경기가 취소됐다. 무슨 일이 생겼나.
"비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미국으로 제때 갈 수 없었다. 고석현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던 걸로 안다. 그래서 우린 상대를 서로 바꿨다. 이제 바쿠에서 그와 싸우게 됐다. UFC가 곧바로 이렇게 경기를 잡아줘서 정말 감사하다."

- 상대 고석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고석현은 훌륭한 파이터다. UFC에 오기 전에도 훌륭한 경기를 치렀다. 그는 굉장히 위협적인 상대다. 코리안 타이슨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어서 빨리 그의 UFC 데뷔를 환영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 중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될 거라고 본다. 정말 굉장한 시합이 될 거다."

- 고석현은 컴뱃 삼보 챔피언이다. 그가 그래플링 싸움을 걸 걸로 예상하나.
"그럴지도 모른다. MMA 경기기 때문에 모든 게 가능하다. 그는 웰라운드 파이터고, 컴뱃 삼보 챔피언답게 훌륭한 그래플링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난 모든 영역에서 자신 있다. 기꺼이 내게 본인의 그래플링 실력을 시험해보길 바란다. 그래플링이든, 타격이든 서로가 어떤 수준인지 알게 될 거다.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시험이다."

- 고석현과 같이 왼손잡이인 전 KSW 웰터급-미들급 챔피언 로베르토 솔디치와 함께 훈련했다고 들었다. 많은 도움이 됐나.
"이번 훈련 캠프에서 솔디치는 내 메인 스파링 파트너였다. 고석현이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왼손잡이인 그와 같이 훈련했다. 솔디치는 웰터급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훌륭한 스파링 훈련이 됐다. 그는 내게 훈련에 있어서나 다른 모든 면에서도 좋은 롤 모델이다. 그와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끌어 올린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 배당률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80% 승리 확률에 동의하나.
"나는 배당률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에 언더독인 적이 있었기에 케이지에 들어갔을 때 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단 걸 알고 있다. 내가 배당률에서 압도적이라고 해도 경기에서 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배당률은 믿지도 않고, 잘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 나는 그 누구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파이터고, 케이지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그렇기 때문에 고석현은 내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배당률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

 오반 엘리엇(사진 왼쪽)은 누구와 싸워도 방심하지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오반 엘리엇(사진 왼쪽)은 누구와 싸워도 방심하지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UFC 제공

"경기 결과로 보여주겠다"

- 고석현은 전 UFC 웰터급 파이터 '스턴건' 김동현의 제자다. 김동현을 기억하나.
"그렇다. 난 김동현의 엄청난 팬이었다. 그를 굉장히 존중한다. 스턴건은 레전드였다. 그의 제자와 경기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그에겐 오직 존중 밖에 없고, 고석현에게도 마찬가지다. 정말 좋은 경기가 될 거고, 고석현과 싸워 영광이다."

- 이번 경기 준비는 잘했나?
"이 경기는 정말 멋진 경기가 될 거다. 그것만은 알고 있다. 난 케이지에서 내 목숨을 걸고 싸울 거다. 케이지에서 모든 것에 준비됐고, 어떤 것도 나를 놀라게 할 수 없다. 내가 경기 중, 또는 훈련 중에 겪어 보지 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 난 이번 경기가 굉장히 자신 있고, 동시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받아들이면 되겠는가?
"그렇다. 난 어떤 게 위협이 될지 알고 있다. 고석현의 최고 무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거기에 준비됐다. 그리고 그가 만약 내 체육관에 와서 처음으로 스파링을 한다고 쳐도 난 확실히 승리할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자신한다. 물론, 고석현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거다. 이게 게임의 법칙이다. 우리 둘 다 준비됐고, 둘다 열심히 훈련했다. 여긴 UFC다. 최고의 선수들끼리 싸우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멋진 경기가 될 거다."

- 최근 8연승 중이다. 기세가 좋다. 비결이 무엇인가?
"그다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난 한 번에 한 경기만 생각한다. 난 승리를 생각하지 않고, 패배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만 생각한다. 그리고 즐기는 거다. 그 경험을 즐기고, 내 최선의 능력을 선보이는 거다. 비밀이라고 할 건 없다. 그저 한 번에 한 경기에만 집중하며, 열심히 훈련하고, 때가 되면 경기에서 보여주는 거다. 이번 주말에도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다."

- 스트라이커 타입인데 그런 것치고는 KO승 비율(25%)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아무래도 안정적인 운영을 중요시해서 그런가?
"경기에서 꼭 피니시가 나올 순 없는 법이다. 고석현도 나와 비슷한 수의 판정승이 있다. 나는 유럽 단체 케이지 워리어즈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싸웠다. UFC에서도 수준 높은 선수들과 싸웠다. 높은 수준에서 싸우면 항상 피니시가 가능한 건 아니다. 나는 경기를 분석하고, 피니시를 서두르지 않는 편을 선호한다. 피니시 기회가 난다면 그 기회를 잡아서 피니시를 내는 거다."

- 테이크다운 디펜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의외로(?) 서브미션승이 3번이나 된다. 그만큼 그라운드에서의 한방이 있다고 해석해도 되겠는가?
"웨일스에는 뛰어난 레슬러들이 많다. 나는 지난 10년간 뛰어난 레슬러, 주짓떼로들과 훈련하면서 그래플링 기술을 발전시켰다. 정말 수준 높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열심히 훈련하고, 반복 연습을 한 덕에 UFC에서도 통할 만한 수준의 그래플링 실력을 갖추게 됐다."

 오반 엘리엇(사진 오른쪽)은 경기 운영에도 능숙하다.
오반 엘리엇(사진 오른쪽)은 경기 운영에도 능숙하다.UFC 제공

"태권도는 내 파이팅 스타일의 뿌리"

- 파이팅 스타일을 보면 다양한 타격기를 배운 것 같다. 기본기는 무엇을 통해 배웠나.
"태권도가 처음으로 배운 격투기다. 태권도를 하다가 킥복싱으로 넘어 갔다. 어렸을 떄 태권도와 킥복싱 시합을 정말 많이 뛰었다. 그런 다음에 MMA로 넘어갔다. MMA 선수가 되는 게 언제나 내 꿈이었다. 18살 때부터 MMA를 시작했고, 그 뒤부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태권도로 처음 격투기를 시작했고, 태권도는 한국 무술인 걸로 알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 10까지 한국어로 셀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웃음)"

- 태권도는 MMA에서 많은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풋워크 측면에서 특히 큰 도움이 된다. 태권도는 타격 무술이다. 모든 시합은 타격에서 시작된다. 태권도를 통해 타격 방면에서 정말 좋은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요즘에도 태권도 연습을 한다. 여전히 어렸을 때 배운 기술들을 연습하며, 시합에서 적용한다. 태권도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

- 어떤 계기로 파이터의 길로 들어섰나.
"난 항상 UFC에서 싸워보고 싶었다. 그게 내 꿈이었다. 꿈을 현실로 이뤘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이번이 네 번째 UFC 경기고, 컨텐더 시리즈를 포함해 UFC 산하에서 치르는 5번째 경기다. 나는 항상 종합격투기(MMA)가 하고 싶었다. 이게 가장 순수한 형태의 격투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UFC에서 활약하는 게 항상 내 목표였다."

- 고향 웨일스라는 나라에 대해 자랑을 한다면.
"웨일즈 파이터들은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우린 웰라운드하다. 비록 우리 나라는 작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미국이나 유럽이나 카프카스 지역의 선수들에게 결코 움츠러들지 않는다. 우린 그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 그저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훈련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MMA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거다. 내 고향인 머서트디빌에 와라. 내가 맥주를 사주겠다. 경기 후에 고석현을 우리 동네에 데리고 와서 맥주 한잔 마시고 싶다."

- 마지막으로 본인만의 좌우명이 있다면 듣고 싶다.
"나는 가능한 한 최고의 파이터가 되고 싶고, 가능한 한 최고의 인간이 되고 싶다. 계속해서 우리 가족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다. 그게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바다. 최고의 인간이 되길 바란다. 현재에 감사하며 산다. 그렇게 해야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살며 현재를 즐기며, 내 인생이란 여정 속에서 스스로에게 진실되게 살고 싶다. 그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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