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8회초에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만에 1군 데뷔한 10라운드 출신 투수
KIA는 작년 윌 크로우로 시작했던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캠 알드레드, 에릭 라우어로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2.53)를 차지했던 에이스 제임스 네일 역시 8월말 강습 타구에 맞고 턱관절 수술을 받으면서 정규리그를 일찍 마감했다. 시즌 개막 후 4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던 좌완 강속구투수 이의리 역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KIA는 40-40클럽에 도전했던 MVP 김도영을 비롯한 타선의 대폭발과 안정된 불펜의 힘을 앞세워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쳤다. 마무리 정해영은 2승3패31세이브1홀드2.49의 성적으로 데뷔 첫 세이브왕을 차지하며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고 셋업맨 장현식도 정규리그 5승16홀드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5이닝 무실점 호투로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작년 KIA 불펜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비로 2년 차 좌완 곽도규였다. 루키 시즌 1군 14경기에서 8.4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곽도규는 작년 71경기에 등판해 4승2패2세이브16홀드3.56을 기록하며 눈부신 성장 속도를 보여줬다. 곽도규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과감한 투구를 선보이며 4경기에서 4이닝 2피안타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리즈 2승을 책임지는 기염을 토했다.
KIA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장현식이 4년52억 원에 LG 트윈스로 이적했지만 작년 12월 키움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우완 조상우를 영입했다. 프로에서 보여준 커리어만 보면 떠난 장현식보다 한 수 위의 선수를 데려온 셈이다. 이로써 KIA는 마무리 정해영을 필두로 우완 조상우와 전상현, 좌완 곽도규, 최지민, 이준영, 잠수함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호화 불펜진을 구축했다.
하지만 KIA는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9위(5.00)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불펜 투스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정해영과 조상우, 전상현 등 우완 투수들은 그나마 좋은 투구를 해주고 있지만 곽도규가 9경기 3홀드13.50으로 부진한 끝에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것이 뼈 아팠다. 그렇게 작년의 곽도규 같은 신예의 활약에 목 말라 있던 KIA는 올 시즌 성영탁의 등장에 미소 짓고 있다.
36년 묵은 '126승 레전드 투수'의 기록 경신
부산에서 나고 자란 성영탁은 부산고 2학년 시절이던 2022년 봉황대기에서 부산고를 29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며 우수투수상을 수상했고 3학년 때도 팀의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견인했다. 원상현(kt)과 함께 부산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한 성영탁은 2023년 8월 연고 구단 사직야구장의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할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였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구속 때문에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지 못했다.
결국 성영탁은 부산고 동기 원상현이 1라운드 전체 7순위 지명을 받은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간신히 KIA의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역시 일반적인 하위 라운드 신인들이 받는 3000만원으로 원상현의 2억3000만원과는 차이가 컸다. 실제로 성영탁은 루키 시즌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23경기에 등판해 2승2패2홀드4.05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성영탁은 13경기에서 1승1홀드4.97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다가 5월 20일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성영탁은 1군에 올라오자마자 kt와를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러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승부처에 투입되지 않는 롱릴리프 보직을 받은 10라운드 출신 신인 성영탁의 데뷔전 호투를 눈 여겨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성영탁은 등판하는 경기마다 효율적인 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자신감을 끌어 올렸고 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데뷔 후 가장 많은 2.2이닝을 소화하며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17일 kt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조계현이 가지고 있던 구단 루키 데뷔 후 최다이닝 무실점 기록(13.2이닝)과 타이를 만든 성영탁은 19일 kt전에서 2이닝을 책임지면서 구단의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성영탁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15.2이닝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고 피안타율 .148와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 0.89를 기록할 정도로 투구 내용 또한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성영탁은 12경기에서 1홀드만 기록했을 정도로 아직 KIA의 필승조에 포함되진 못하고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지만 96순위 출신 성영탁의 발굴은 올 시즌 KIA 마운드 최고의 수확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