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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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워계신 분들, 앉아계신 분들, 모두 일어나시라. 러닝을 통해 내가 숨이 차는 느낌을 꼭 가져보시길 바란다. 그것이 괴롭고 힘들다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내 몸이나 뇌 구석구석에서는 러닝으로 인한 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숨찬 순간을 하루에 단 5분, 10분이라도 꼭 가져보시길 바란다."

1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달리는 의사' 정세희 재활의학과 교수가 출연했다.

러닝 23년차라는 정 교수는 만 26세에 달리기를 시작해 풀코스 마라톤만 30번 완주했고 다수의 수상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오랜 러닝 경력으로 손목과 팔 등 몸 곳곳에는 햇빛에 그을린 자국이 마치 훈장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며 뿌듯해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러닝 인구는 약 1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류는 진화적으로 달릴 수 밖에 없는 몸'이라는 연구 결과에 정 교수는 적극 공감하며 "인류 역사를 가장 길게 차지하는 선조는 수렵 채집인이다. 인류가 사냥하려면 짐승을 쫓아서 계속 달려야 했다. 기본적으로 신체활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살아남은 인류가 바로 우리의 조상"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신체는 구조적으로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장거리 러닝에 최적화돼 있다고. 정 교수의 달리기 인생은 그녀가 재활의학 전문의로 일한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정 교수는 "달리기를 통해 내 몸에 맞는 생활을 해야 건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질환 환자들은 여러 가지 장애를 앓게 된다. 살아는 계시지만 말도 거동도 못 하고 몇 년을 병상에 누워 있다. 이를 보면서 '그것이 의미 있는 삶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환자가 '의미 있는 삶'을 살수 있게 돕는 것이 뇌신경 전문 재활의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는 인간의 뇌는 '달려야'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뇌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할 때 항상 피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 받아야한다. 피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신경과 혈관은 긴밀하게 연결된 동맹체다. 혈관이 건강하지 않거나 동맹이 느슨해져서 뇌가 에너지 공급을 못 받으면 기아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뇌에 쌓이는 노폐물 제거에도 유산소 운동은 필수라고.

주 5회 30분씩 숨이 찰 정도로 달리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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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루에 얼마나 달려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강도 유산소 운동'의 일반적인 기준은 '일주일에 150분' 정도다. 러닝을 숨이 찰 정도로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5번' 정도 하는 분량이다. 걷는 것은 저강도 운동(숨이 차지않는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운동 강도는 개인별로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운동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수준은 저강도에 해당한다. 중강도는 달리면서 숨은 차지만 옆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강도는 숨이 차서 대화가 불가능하고 오직 운동에만 집중해야 하는 수준의 운동에 해당한다. 정 교수는 "정해진 건 없다. 개인의 신체역량에 따라 운동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러닝은 뇌의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뇌질환에 걸리게 되는 이유는 결국 그 분들의 삶에 달려있다. 아프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뇌질환 발병과 정도, 병에 걸린 이후의 경과까지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유산소 운동 여부에 따라 큰 병의 회복률도 달라진다고 한다. 현재 대표적인 뇌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현대의학에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약물 치료는 가능하지만 파킨슨병 자체를 이전 상태로 돌리거나 진행을 지연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약이 못 해내는 파킨슨병 치료를 운동은 한다"는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량은 건강한 일반인과 똑같다"며 "파킨슨병을 호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파킨슨병 환자가 대부분 고령이고 발병하면 오히려 운동량을 줄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더 운동량과 강도를 늘려야 회복할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운동 저축'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며 아프기 전에 몸에 건강을 저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뇌경색이 온 80대 후반의 환자는, 평소 매일같이 운동을 해온 덕분에 놀랍게도 불과 두 달만에 회복한 기적적인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환자는 발병 당시 뇌신경의 1/3이 손상된 상태임에도 부축도 없이 멀쩡히 걸어서 진료를 받으러 들어왔고, 본인이 직접 자신의 증상을 일일이 설명하기까지 했다. 스스로 꾸준한 건강 관리에도 뇌경색이 찾아왔다며 억울해하는 환자에게, 정 교수는 "이 정도 증상이면 걷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계시는 분이 더 많다. 환자 분의 상태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꾸준히 해왔던 운동이 병을 낫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라며 오히려 환자를 격려했다.

"운동을 한때는 했지만 지금은 안한다? 그렇다면 예전에 운동한 효과는 다 없어졌나? 절대 아니다. 과거의 운동 효과도 다 우리의 몸에 남아있다. 운동을 저축해두신 분들은 회복 효과도 남다르다."

"안 하는 것보다 하루 5분 뛰는 게 무조건 낫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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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치매의 원인은 유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러한 유전자가 없었음에도 치매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에서 치매 연구결과를 매년 업데이트한 결과에 따르면, 치매 예방이 가능한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치매의 45%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치매와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하나는 '심폐체력'이다.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달리기"라고 중요성 설명했다.

12시간 이상의 좌식생활은 노화를 앞당기고 성인병 발병률을 앞당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평균적으로 8시간을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1시간 이상을 운동해야 건강 악화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앉아있지 않고 서서 일하는 것 정도로는 안된다. 결국은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 정 교수는 러닝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와 편견도 바로잡았다. '실내 트레드밀 러닝이 야외러닝보다 효과가 좋다'는 주장에 대해 "운동효과는 둘다 동일하다. 트레드밀 러닝도 아스팔트보다 충격흡수에 유리해 무릎에 무리를 덜 준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달리기를 하며 바람이나 햇빛같은 즐거움을 누리는 건, 야외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리한 러닝은 가속 노화를 부른다'는 주장에 대해 정 교수는 "우리가 노화를 외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건 외관보다 몸 안의 장기, 심혈관계, 뇌가 더 중요하다"며 반박했다.

1960년대 실험에서 20대 대학생 5명을 3주간 운동없이 침대에서만 보내게 하고 신체기능 변화를 측정했더니 유산소 기능 수치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한다. 그리고 40년 뒤에 어느덧 노인이 된 당시의 대학생들을 다시 모아서 측정했더니, 노화된 유산소 기능 수치가 놀랍게도 20대 시절에 받았던 침대 실험 당시의 수치와 똑같았다고 한다.이에 정 교수는 "내가 40년을 갑자기 늙고 싶으면, 단 3주를 침대에서만 편하게 지내면 된다"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러닝을 많이 하면 무릎이 나간다'는 오해와 관련해 "달리기는 오히려 무릎 보호 효과가 있다. 오히려 달리지 않는 사람들의 퇴행성 관절염 위험이 3배가 높다"는 연구결과로 반박했다.

정 교수는 올바른 러닝을 위한 여러 가지 팁을 전했다. "여러 러닝 아이템 중에 러닝화만큼은 꼭 좋은 것을 구입하시라. 내 몸이 러닝에 적응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처음부터 제일 좋은 러닝화를 구입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러닝 기능에 적합한 운동화를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고령자를 위해선 걷는 속도로 천천히 달라는 '슬로우 러닝'을 대안으로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아직도 운동을 시작하지 않고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뛰지 않고 침대에만 있으면 40년을 늙는다. 전혀 안 뛰던 사람이 하루에 단 5분, 일주일에 5번만 달려도 사망률이 반으로 줄어든다. 하루에 단 5분을 해도 안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낫다."
유퀴즈 정세희 러닝 유산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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