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나이어는 8살 여아를 둔 싱글맘이다. 그녀는 투잡을 뛰며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그날 모든 게 꼬였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마트로 일하러 갔는데, 아이가 넘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이 때문에 학교에 가야 했지만 사장은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폭언을 퍼부었다.
아침에 아이가 학교에서 40달러를 필요로 한다고 했던 게 떠올라 은행에 갔지만 줄이 너무 길었다. 결국 돈을 찾지 못하고 학교에 갔으나 복지국 사람들이 아이를 데려가는 걸 막지 못했다. 그녀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다시 일터로 가야 해서 학교를 나왔는데 도로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알고 보니 경찰이었던 어느 백인 남자가 그녀에게 무지막지한 폭언을 퍼부었던 것이다.
집에 왔는데 집주인이 그녀의 살림살이를 밖으로 빼버렸다. 혼이 나가다시피 한 저나이어는 다시 일터로 가서 월급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장은 이미 그녀를 해고했기에 월급은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무장 강도가 들이닥친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니 그녀가 강도 한 명과 사장을 총으로 쏴 죽인다. 그 상태에서 다시 은행으로 가 40달러를 찾으려 하는데.
벼랑 끝에 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벼랑 끝에 서서>의 한 장면.넷플릭스
말도 안 되게 꼬여버린 하루를 보낸 저나이어는 가난한 흑인 싱글맘이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엄마와 언니가 있지만 그녀를 이해하지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타일러 페리는 '흑인'의 삶을 통해 미국의 취약점을 들여다보는 데 정평이 나 있다. 다작으로 유명한데 수작도 많다. 최근 몇 년새에는 넷플릭스와 협업 중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벼랑 끝에 서서>도 꽤 잘 만든 수작이다. 제목에서 풍겨오는 지난함이 영화 내내 스크린을 지배한다. 저런 삶, 저런 하루가 내게도 찾아올 수 있겠구나 싶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기까지의 과정은 다양한 타인들에 의해서 이뤄진다. 저나이어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황을 추스르려 하지만 조금씩 벼랑 끝으로 다가갈 뿐이다.
이성의 끈과 감성의 터치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못할 것이다. 사회구조와 개인의 문제들이 뒤엉켜 있기에 단번에 풀어낼 정답 따윈 없으니 말이다. 어디가 시작점인지도 알 수 없다. 반면 온갖 방식으로 방해하는 이들이 너무 많고 그렇게 생겨버린 결정적 분기점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다.
타일러 페리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람들, 그녀가 벼랑 끝에 서게 된 결정적 사건들, 그녀가 벼랑 끝에 서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행동들, 그리고 그녀의 이성이 마비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부단히 감성을 터치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저나이어는 싱글맘이 되는 걸 선택했다. 그녀가 시종일관 울부짖는 "난 학교에 가져갈 40달러만 있으면 됐어요"라는 말이 거기서 파생되었다. 반면 영화는 '가난한 흑인'에 보다 더 메시지적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 그 부분을 캐치하고 분리해 감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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