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개봉했던 영화 <28일후>는 전형적이던 좀비 영화의 공식을 깬 시초로 알려져 있다. 행동 느리고 시야가 어두운 이전 좀비와 달리 이 작품에선 뛰기 시작했고,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서 공포를 극대화했다. 물론 해당 작품에선 좀비라 지칭하지 않고, 감염자라 부르며 분노 바이러스로 원인을 정의했다는 게 차이긴 했다.

<트레인스포팅> 등으로 당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니 보일 감독이 2002년에 만든 <28일후>에 이은 후속편을 들고 왔다. 무려 23년 만이다. 19일 개봉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화상 인터뷰로 대니 보일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원조 군단의 합류

 영화 <28년후>를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
영화 <28년후>를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소니픽쳐스

<28년후>는 28년 전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영국 홀리 아일랜드라는 섬에서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생존자들을 다루고 있다. <28일후>를 집필했던 알렉스 가렌드 작가가 합류했고, 당시 주인공이었던 킬리언 머피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시리즈의 정신을 이었다.

사실 후속편 이야기는 꾸준히 나왔었다. 2007년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디요 감독이 <28주후>를 연출하긴 했지만, 당시 대니 보일 감독은 혹평하며 자신이 <28일후>를 잇는 작품을 기획했다 밝힌 바 있다. 오랜 시간 공들인 것에 그는 "20년 넘게 팬들의 애정이 식지 않았고, 무엇보다 각본이 정말 좋게 나왔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정말 영화 속 장면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다는 걸 체감했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겪으며 유럽과 단절을 선언했다. 그 단절감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1편에서 활약한 이들이 대거 합류했기에 대니 보일 감독은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그는 <28년후>가 총 3편의 작품으로 기획된 사실을 짚으며 전작과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알렉스 가렌드 작가와는 중간에 <선샤인>이란 영화로 함께 작업했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꾸준히 만났다. 그가 3부작으로 이야길 써왔더라. 각기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 보실 수 있고, 3편에선 오리지널 영화인 <28일후>를 연상하게 하는 걸로 끝난다. 알렉스 작가가 그 사이에 연출 데뷔도 했기에 예전보다 감독의 고충을 잘 이해해주더라. 그의 시나리오가 여백의 미가 있는데 감독으로서 그걸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들 또한 진화했다. 전작에선 폭력적이고 빨랐던 감염자들은 이번 트릴로지(3부작 기획)에선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바닥을 천천히 기어다니며 벌레를 먹는 소극적인 감염자고, 두 번짼 오리지널 감염자처럼 보이지만 살기 위해 무리지어 다니는 법을 체득한 이들이고, 세 번짼 알파라고 불리는 리더이다. 이들은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 위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네 번째 유형도 있는데 이는 극장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란다."

아이폰15맥스 프로로 촬영

 영화 <28년후>의 한 장면.
영화 <28년후>의 한 장면.소니픽쳐스

이번 작품은 영국 노섬브리아를 배경으로 아이폰15맥스 프로로 촬영한 걸로 유명하다.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간직했다 평가받는 노섬브리아가 바로 영화에선 홀리 아일랜드로 명명된다. 대니 보일 감독은 "그 대자연에서 바이러스가 생존하고 있다면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 상상하며 만들어 갔다"며 설명을 이었다.

"<28일후>를 보면 홈비디오 질감이다. 이후로 영화 촬영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젠 휴대폰으로 4K 촬영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극장에 바로 걸 수 있는 화질이거든. 여기에 2.76대1 와이드 화면비율을 택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나 <헤이트풀>의 화면비다. 우리가 대자연을 이 비율로 촬영하니 관객 입장에선 어디서 뭐가 나올지 좌우를 계속 살피게 된다.

촬영 장소 자체가 자연이었기에 크고 많은 카메라를 들고 가서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특수촬영도 아이폰 20개를 연결해서 하기도 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몸을 뒤로 젖히는 그 타임 분리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감염자들의 폭력성을 시각적으로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간 여러 아포칼립스(묵시록) 영화가 나왔는데 아이폰을 통해 유연하게 연출하려 했다."

현재 <28년후> 3부작 중 2편까지 제작이 완료된 상황. 대니 보일 감독은 "1편이 가족의 의미를 곱씹는 작품이라면 2편은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며 "특히 2편 마지막 부분에선 킬리언 머피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무시무시한 작품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예상치 못하게 마음을 울리는 지점도 있다. 극장에서 보고 나오시면서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그 인간성을 어떻게 지속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 휴대폰만 있으면 전 세계와 연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휴대폰 때문에 바로 옆 사람과 소통을 못하고 단절돼 있을 수도 있다. 이번 영화로 그런 생각들을 나눠보시면 더 재밌을 것이다."










28년후 대니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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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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