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ILLIT '빌려온 고양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빌리프랩
'마그네틱(Magnetic)'으로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신예 5인조 그룹 아일릿(ILLIT)이 통통 튀는 마법의 주문,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를 들고 돌아왔다. 2024년 3월 발표된 아일릿의 데뷔 EP < Super Real Me > 타이틀 곡 '마그네틱'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글로벌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케이팝 데뷔곡 중 가장 빠른 속도로 6억회 스트리밍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데뷔곡으로 빌보드 Hot100 순위에 진입한 첫번째 그룹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글로벌 반응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주요 음원 및 방송 순위를 석권했고 자연스레 각종 시상식의 신인상에는 어김없이 아일릿의 이름이 호명될 만큼 2024년을 빛낸 '슈퍼 신인'의 위용을 화려하게 뽐냈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과 맞물려 아일릿은 그들 앞에 몰아친 거센 파도를 온 몸으로 뚫어야 하는 난관도 경험했다.
하이브 vs 뉴진스 사태와 맞물려 일부 악의적인 케이팝 팬들의 악플 테러 공격에 시달리는 등의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그해 10월 'Cherish'를 앞세웠던 두번째 미니 음반 < I'LL LIKE YOU >는 전작의 엄청난 성공 후에 나온 작품이다보니 양질의 내용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 활동용 신작 기준으로는 8개월만에 돌아온 아일릿은 어찌보면 5명의 멤버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콘셉트와 장르를 듬뿍 녹여낸 미니 3집 < BOMB >을 통해 지난 1년여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재치 넘치는 '빌려온 고양이'
▲아일릿 ILLIT '빌려온 고양이'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빌리프랩
총 5곡이 수록된 < BOMB >에서 듣는 이들을 제일 먼저 심쿵하게 만드는 트랙은 단언컨데 타이틀곡 '빌려온 고양이(Do The Dance)'다. "시끌벅적한 곳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멍하니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빌려온 고양이'라는 범상찮은 제목에서 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데뷔 때부터 '엉뚱 발랄함'을 강조했던 아일릿만의 일관성있는 콘셉트는 이번 신작에서 더욱 극대화됐다.
일본 애니매이션 OST의 일부를 샘플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프랑스어 가사 및 유럽의 고풍스러운 멜로디, 그리고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교집합이 딱히 없어 보이는 다채로운 장르를 이 곡 하나에 결합시켰다. 전반적인 악곡의 구성은 듣기에 평이한 듯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전개방식은 결코 쉽지 않은, 난이도 높은 편곡 방식을 채용했다.
짧게 자른 단발 가발을 착용한 멤버들이 힘을 모아 5인용 자전거를 이끌면서 외치는 "꿍실냐옹","둠칫냐옹" 등의 재치 넘치는 의성어 만들기는 'Magnetic'에 등장했던 "슈퍼 이끌림" 못잖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덧붙여진 'Do Do Do Do Da Da Da'등의 마법 주문 같은미진진한 후렴구는 전작 < I'LL LIKE YOU > 수록곡 'TICK-TACK' 못잖은 중독성을 유발한다.
'나' 그리고 '너'...유대감을 강조한 작품
▲아일릿 ILLIT
빌리프랩
타이틀 곡 이외의 수록곡에서 아일릿은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여유만만한 자세로 자신들 앞에 놓여 있는 난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 인트로에 해당되는 첫 곡 'Little Monster'에선 나를 괴롭히는 모든 스트레스 요소를 '괴물'에 비유하면서 이를 한입 가득 먹어 치우겠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대응한다.
그런가 하면 데이트 약속을 잡은 화자의 감정과 여전히 파악되지 않는 '너'의 마음에 대한 질투(jealous)는 젤리(jelly)에 비유되는데 경쾌한 비트의 댄스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밤소풍'은 역시 1집의 엔딩 트랙 'Midnight Special'의 정서를 이어 받은 연작 형태의 작품이다. 넓게는 2집 4번 트랙 'Pimp'까지 포괄적으로 수용한 이 곡에서 아일릿은 잠깐 동안이지만 일탈을 통해 '너'라는 존재와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무한한 가능성...기대해도 좋은 작품
▲아일릿 ILLIT 미니 3집 'BOMB'빌리프랩
앞선 두 장의 음반들이 각각 '나'의 감정에 충실했던 아일릿을 표현했다면 이번엔 '너'와 '나'의 상호 작용이 일으키는 강력한 힘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케이팝 주요 걸그룹이 강조하는, 하나로 힘을 모은 '우리'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아일릿 또한 자신들의 나침반처럼 활용한 모양새다. 이러한 의도는 '빌려온 고양이'를 통해 제법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지난 16일 거행된 프레스 쇼케이스 당시 멤버 원희는 "우리 팀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떤 상황과 맞닥뜨려도 정면 돌파하겠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 BOMB>의 수록곡들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로 자리 잡았다.
"목에 피맛이 날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는 멤버들의 이야기처럼 < BOMB >와 '빌려온 고양이'는 이제 막 데뷔 1주년을 훌륭히 통과한 케이팝 신예들의 자신감의 결정체다. 노래 가사 속 마법의 주문은 지난 1년여의 경험과 노력이 결합돼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마력을 발휘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빌려왔던 고양이가 마치 맹수가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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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맛 날 정도로 연습"... 아일릿의 돌풍, 또 시작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