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더너스> 채널의 한 장면.
유튜브채널 빠더너스
학창시절 남을 웃기길 좋아했다던 문상훈은 2020년 배우이자 코미디언으로 공식 데뷔하기 전부터 국내 콘텐츠업계의 숨은 능력자였다.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을 필두로 온라인 상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던 그는 어느덧 TV 드라마와 광고 등으로 보폭을 넓히더니 이젠 영화 수입업까지 도전한다고 한다.
지난 13일과 14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칸영화제 출장기는 문상훈을 필두로 한 해당 팀의 진정성과 좌충우돌 에너지를 물씬 담은 결과물이었다. '빠더너스, 칸 영화제 가다', '세계 1위 영화제 간 빠더너스 근황' 등 총 두 편으로 공개된 출장기엔 이들이 코미디 영화에 얼마나 진심이었고, 행동력과 실천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대로 담겨있었다.
유튜브 콘텐츠 등에서 MZ 세대들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는 문상훈은 사실 영화계에도 어느 정도 발을 걸치고 있다. <드라이브>와 <파일럿> 특별출연은 물론이고, 최근까지 몇몇 개봉 영화 GV(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것.
그렇기에 문상훈의 영화 수입 도전은 전혀 뜬금없거나 생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 초부터 <빠더너스> 동료들과 코미디 영화를 수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한 그는 영화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와 협업해 직접 칸영화제 마켓을 5일 간 방문했다고 한다.
▲<빠더너스> 채널의 한 장면.유튜브채널 빠더너스
유튜브 콘텐츠에서 그가 언급한 작품을 보면 취향을 그대로 알 수 있다. <행 오버> <화이트 칙스> <에이스 벤추라> <트루먼쇼> 등을 언급하던 문상훈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프랑스 현지에서 말 그대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마켓이 열리는 칸영화제에서 문상훈과 빠더너스 팀은 실제로 서너 편의 영화를 직접 보고,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 조건을 나누는 등 실무를 진행했다.
"싸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 어디 없나?"라고 말하는 빠더너스 멤버의 말에서 그 정체성을 알 수 있다.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대중적 영화보단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어도 자신들의 취향을 분명히 반영한 작품을 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린나래미디어 임진희 마케팅팀장은 "사전 미팅을 통해 영화수입에 우리와 협업하는 식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칸영화제 마켓에서도 한국영화 시장이 어렵다는 걸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빠더너스 팀의 도전이, 어려운 한국영화 시장에 새로운 관객이 유입될 수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빠더너스 팀에 앞서 배우 소지섭 사례가 있다. 본인 1인 기획사를 설립한 후 영화 수입사업을 시작한 그도 영화사 찬란이라는 수입사와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현재까진 단발성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빠더너스에 비해 소지섭은 찬란 측의 선구안을 믿고 투자를 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서브스턴스> 같은 작품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약 56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독립예술영화 외화 부분에서 1위의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소지섭의 소속사 51K는 2012년 <폭풍이 언덕>을 시작으로 매년 한두편씩 수입 투자를 진행했고, 2020년부턴 영화사 찬란의 1년 라인업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배우 소지섭은 지난 12일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으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찬란의 대표님이 선구안이 저보다 좋기에 믿고 힘을 보태는 정도"라며 "그런 일로 제 이름이 언급되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관객분들이 제 이름을 듣고 한두 분 더 극장을 찾아주신다면 보람이기에 이젠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그는 직접 영화 마켓을 찾아 구매 상황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찬란의 이지혜 대표는 "정확히 세보진 않았는데 지금까지 30에서 40편 정도 수입 투자를 하셨다"며 "빠더너스도 그렇고 이런 분들의 관심과 행동이 화제성이 적은 다양성 영화엔 분명 긍정적이다. 특히 빠더너스는 본인들 취향과 콘셉트도 정확히 잡고하셔서 좋은 성과가 나면 (산업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유튜브 <빠더너스> '세계 1위 영화제 간 빠더너스 근황' 편에서 한 멤버는 이렇게 말했다. "영화 수입이라는 게 즐겨찾기 지도에 없는 식당을 새로 찾아 저장하는 느낌"이라며 그는 "맛집에 데려갔는데 사람들이 맛있어하면 뿌듯함을 느끼듯, 우리도 어떤 특별한 메뉴를 수입해 온다는 마음"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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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