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의 명문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가 2부리그에서 2만 관중 시대를 함께 열며 '수인선 더비'의 새로운 역사를 수립했다.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 경기에서 원정팀 인천이 홈팀 수원에서 2-1로 승리했다.

인천은 최근 13경기 무패(11승2무)의 무서운 상승세를 앞세워 13승2무1패(승점 41)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2위 수원은 인천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9승4무3패(승점 31)로 2위에 머물렀다. 양팀의 승점 차는 어느덧 10점 차로 벌어졌다.

나란히 2부리그로 내려온 '수인선 더비'

양팀의 대결은 '수인선 더비'로 불리며, K리그1 시절부터 22년의 역사를 이어온 오고 있는 프로축구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전 중 하나다. 1996년 수원이 먼저 창단하고, 2003년에는 인천이 창단하면서 이듬해부터 더비의 역사가 시작됐다.

사실 K리그1 시절만 해도 두 팀의 위상에 큰 격차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재벌 모기업을 등에 업은 수원은 등장과 함께 막강한 자금력과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K리그1 우승 4회, 코리아컵 우승 5회 등 화려한 우승경력을 쌓으며 창단 초기부터 한국 최고의 빅클럽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인천은 시민구단이라는 재정적 한계로 인해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고, 승강제 도입 이후로는 매년 1부리그 잔류를 놓고 아슬아슬한 경쟁을 펼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1부리그 시절 양팀간 상대 전적도 31승 19무 11패로 수원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하지만 표면적인 전력이나 위상 차이와는 별개로 양 팀간의 라이벌 의식은 매우 격렬하기로 유명했다. 양팀은 격돌할 때마다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고 선수와 팬덤간 신경전도 대단해 여러 사건사고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020년대 들어 연달아 강등이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게 된다. 2023년 수원이 먼저 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이라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어서 이듬해에는 인천 역시 전 시즌의 수원도 똑같이 꼴찌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수원과 인천의 강등을 누구보다 가장 고소해 했던 것도 바로 양팀 팬들이었다. 2023년 수원의 강등이 사실상 유력해진 시즌 막바지에 인천 팬들은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수원 원정팬들 향해 안티콜를 외치고 2부리그 추락을 조롱하는 현수막을 게시하며 도발했다. 하지만 1년뒤 인천이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자 수원 팬들은 각종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인천의 강등을 축하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똑같이 복수했다.

인천이 강등당하고, 수원이 1부 승격에 실패하면서, 2025시즌 두 팀은 운명의 장난처럼 2부리그에서 2년 만에 다시 수인선 더비를 재개하게 됐다. 특히 두 팀이 올시즌 나란히 유력한 승격후보 1순위로 꼽히면서 일찌감치 K리그2 최대의 라이벌로 부상했다.

수원과 인천 모두 일류첸코·황석호, 이기제 이규성(이상 수원), 무고사·제르소·바로우·이명주(이상 인천) 등 1부리그 팀들에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팀은 2부 강등에도 불구하고 주력 선수들을 지키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올시즌 승격에 실패하는 구단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두 팀만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라, 구단의 미래까지 걸려있다는 점에서 1부 승격이 간절한 상황이다.

K리그2에 2만관중 시대가 올 줄이야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한국프로축구연맹

현재까지 K리그2에서는 인천의 우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시즌 개막 이후 내내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인천은, 지난 3월 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첫번째 대결에서 2-0으로 완승한 데 이어, 수원 원정에서도 승리하며 벌써 수인선 더비 더블(2연승)을 달성했다.

수원은 K리그1 시절인 2023년 5월 5일 11라운드에서 인천에게 1-0으로 승리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전 5경기 연속(1무 4패) 무승에 그치며 최근 인천만 만나면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에게 이날 승리는 단순한 승점 3점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라이벌전이자 1~2위팀간 맞대결이었기에 승점 6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승리였다. K리그2에서는 1위팀만이 다음 시즌 1부리그로 '다이렉트 승격'할 수 있지만, 2-5위팀은 K리그2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1 팀과의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올시즌 두 팀은 성적뿐 아니라 K리그2의 흥행 측면에서도 쌍두마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날 수인선 더비에서는 K리그2의 흥행 역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집계 결과 15일 경기에서 K리그2 유료 관중 집계 도입 이후 최다 관중인 '2만2625명'의 신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팀은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맞붙었던 지난 3월 1일에도 1만8173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시키며 K리그2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3개월 만에 수원으로 무대를 올려진 치러진 대결에서 다시 기록을 경신하며 'K리그2 최초의 2만 관중 시대'를 여는 기념비적인 순간이 됐다.

수원과 인천은 '1부리그급' 위상과 인기를 보유한 팀들이다. 비록 양팀 팬들에게는 2부리그에 있는 현실이 달갑지 않겠지만, 두 인기 구단의 존재가 K리그2에 대한 관심과 흥행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수 없다. 그동안 K리그1에 비해 관심이 덜했던 K리그2가 올시즌처럼 미디어의 주목을 끌며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한편으로 두 팀에게도 2부리그 강등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천과 수원은 모두 지난 몇 년간 1부리그에서의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고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상대팀의 수준이 달라진 2부에서는 어쨌든 '이기는 경기'가 늘었고, '승격'이라는 더 절실한 목표가 생기면서 팬덤을 다시 결집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수인선 더비의 위상 역시 격이 달라졌다. 사실 1부리그에서는 여러 라이벌전 중의 하나에 불과했고 리그 판도를 좌우할 정도의 빅매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흥행성 높은 라이벌전이 별로 없었던 K리그2에서는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나 올드펌 더비(셀틱 vs. 레인저스) 못지않은 최고의 빅매치로 자리매김했다. 이쯤되면 강등 효과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아직도 시즌은 길게 남아있고, 장기 레이스에서 두 팀에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인천과 수원은 과연 팬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다음 시즌 나란히 1부리그로 함께 복귀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팀은 남고 한 팀은 다음 시즌에도 K리그2에 남게 될까. 어쩌면 두 팀의 진정한 경쟁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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