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이영창
이영창
또 한 명의 K리거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 2015년, 당시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의 충주 험멜을 시작으로 다수의 프로 팀을 누볐던 골키퍼 이영창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은퇴 이후 더욱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프로 시절 느꼈던 점들을 짧지 않은 글로 정리하는 한편, 일면식도 없는 유소년 골키퍼들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 안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다음은 지난 14일,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골키퍼 꿈나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이영창입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했고, 현재는 충남아산FC U-18 팀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은퇴를 결심하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이죠. 충남아산에서 시즌이 끝나고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복수의 K3·4 소속 구단으로부터 플레잉 코치를 제안하며 연락이 왔기도 했고요. 하지만 프로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안고 커리어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하루빨리 지도자로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마음에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 SNS를 통해 선수 시절의 생각을 상당히 깊이 있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일주일 정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무기력하고 결국엔 사람은 무엇이 되든 일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죠.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때부터 SNS 계정을 만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유소년 골키퍼에게 무상으로 글러브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프로 골키퍼를 꿈꾸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5월부터 '킵고잉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죠. 매달 사연 있는 2명의 유소년 선수를 찾아 골키퍼 장갑을 선물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처음에는 마음은 있지만 막상 스스로 하려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국내의 한 골키퍼 장갑 회사에서 제 뜻을 공감해 주시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셔서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 유소년 지도자로서 새 삶을 시작하셨습니다. 지도자로서 어떤 지도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현재는 골키퍼 코치로서 특정한 축구 철학을 고민하기보다는, 제가 지도하는 선수들이 '어떻게 이 친구들이 프로 무대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에 몰두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감독님이 쥐여주신 골키퍼 장갑
▲선수 시절 그는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이영창
-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처음 축구를 하게 된 계기와 골키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압도적으로 늦은 나이였죠. 처음에는 필드 플레이어로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부족했어요. 감독님께서 제게 골키퍼 장갑을 쥐여 주셨는데, 그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됐습니다."
- 선수 시절 본인은 어떤 유형의 선수였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필드 밖에서 보냈습니다. 주전이었던 시간이 적었었죠. 그렇지만 늘 기회는 언제나 찾아올 수 있기에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인지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 했죠. 그런 제 성격이 지난 약 10년 동안 대부분을 프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선수 시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프로 무대에서 데뷔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11월 7일, 박항서 감독님의 상주 상무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주간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말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 앞으로의 단기적인 목표와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당장의 목표는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프로 무대에 다시 돌아와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골키퍼라는 외로운 자리에서 묵묵히 꿈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유소년 선수들에게 한마디를 해주고 싶습니다. 경기에 나서든 그렇지 못하든, 늘 꾸준히 준비된 자세로 임하면 그 꿈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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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 없이 떠났지만... 이 선수가 행복한 이유